‘여민전’과 ‘온통대전’ 엇갈린 운명...與 ‘내부 이견’도

대전 지역화폐 ‘온통대전’
대전 지역화폐 ‘온통대전’

윤석열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감축이 연말 예산정국의 ‘태풍’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약 7000억 원에 이르는 지역화폐 예산을 반영하지 않자,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력을 집중해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우선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명 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은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해 연일 “지역화폐 예산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 전액 감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내용의 현수막도 전국 곳곳에 내걸었다.

지역화폐 예산감축이 소상공인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민생프레임을 걸면서 내년 총선까지 겨냥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실제로 소상공인과 경제단체 반발기류가 심상치 않다. 전국소상공인연합회 등도 지역화폐 예산복구를 촉구하는 등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연합회 회장단은 지난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격차 해소와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정책”이라며 “정부의 지역화폐 무용론은 지역 격차 문제를 제대로 볼 의지가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26일 성명을 통해 “지역화폐는 지역 소비자들의 자금을 소상공인 등에게 이전하는 것을 지원하고 소비를 진작시키면서도, 해당 지역의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해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촉진해온 효과는 명확하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지역화폐 예산 전면 삭감을 바로 잡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완강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이 문제와 관련 “지역화폐는 기초자치단체별로 다양한 이름·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기본적으로 지역에 효과가 한정되는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중앙정부에서 국민 세금 또는 빚으로 이를 운영하기 위해 재원을 배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중앙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거듭 확인했다. 

세종시 지역화폐 여민전 카드. (사진=세종시)
세종 지역화폐 '여민전'

물론 자치단체 입장은 사뭇 다르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지역화폐 발행액이 2020년 대비 2배 수준인 17조 5000억 원까지 늘어나고 전국 232개 자치단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지역화폐를 지역사업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여당 단체장들마저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단적으로 국민의힘 소속인 최민호 세종시장은 세종시 지역화폐인 ‘여민전’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원규모가 축소되더라도 지역화폐가 가진 긍정적 효과가 있기에 정책연속성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이장우 대전시장의 경우, 지역화폐 존폐논란이 일기 훨씬 전부터 ‘지역화폐 무용론’을 폈다. 소비력이 있는 특정 계층에게만 (캐시백) 혜택이 집중된다며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을 펼치겠다는 논리를 폈다. 아직 국회 예산 정국에 변수가 있기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지역화폐인 ‘온통대전’을 폐지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펜데믹이 종식되어 가고 있지만, 지역화폐를 일시에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에 따른 경기침체 파장이 여전한데다 미국발 금리인상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같은 악재까지 겹쳐 경제상황이 더욱 어려워 졌다는 게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화폐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지역 정치권에서도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민생우선 정책투어’ 일환으로 상인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등과 간담회를 갖고 여론수렴에 나섰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 입바른 소리도 등장했다. 김영삼 대전시의원(국힘, 서구2)은 최근 상임위 추경예산 심사 과정에서 “행정은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전임 시장의 업적이라고 해서 한 번에 삭감한다면 옳지 않은 것”이라고 ‘온통대전’의 단계적 축소를 제안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최민호 세종시장이나 김영삼 대전시의원처럼, 집권여당 소속이면서 정부 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다”며 “지역화폐 문제가 그 만큼 예민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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