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전체 공공기관은 370곳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기관장이 전체의 69%인 256곳에 이른다. 법적으로는 기관장의 임기가 보장돼 있다. 무리하게 사표를 강요하면 직권남용에 해당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관장 교체설이 나돈다.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민선 8기 출범을 앞두고 기관장의 임기보장과 전임 단체장의 임기종료에 맞춰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특히 문화재단은 예술진흥과 시민문화복지 향상의 중추적 기구로서 대표의 임기보장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지방정부의 관료화된 행정 시스템을 복제해 문화재단의 기능과 역할이 유지되는 한 문화재단은 시민과의 중간자로서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집행부의 지휘 및 감독체계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의 임기보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문화재단은 다른 공공기관보다 전문성과 특수성 외에도 문화예술에 대한 마인드가 요구됨으로 임기보장을 통한 독립성을 재단에 부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현행법은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선거로 정치지형이 바뀐 지자체의 현장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특히 전임 단체장과 정무적 코드를 통해 임명된 기관장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노골적으로 공공기관장들의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으며, 반대로 세종시는 공공기관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인수위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한 상태이지만 이후 정치 상황에 따라 이러한 결정은 번복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새로 선출된 임명권자인 단체장의 입맛에 따라 공공기관장의 인사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진 학습효과에 기인한다. 그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캠프 출신이나 흔히 측근이라고 하는 가신그룹 등 정치적 셈법에 따라 기관장으로 낙점되고, 그로 인해 공공기관의 효율적 경영으로 목표 달성을 통해 지역발전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충청권의 경우 호남이나 경상과 달리 내리 3선을 하는 단체장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이러한 인사가 반복되다 보니 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환경이 변화할 때마다 줄서기와 눈치 보기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장에 당선된 홍준표 시장은 단체장과 산하기관장은 임기를 같이하여 철학과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며 모든 산하기관장의 임기를 2년으로 조정하고 연임까지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방만한 공공기관 경영을 바로잡겠다며, 문화관련 유사 공공기관의 통폐합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면 단체장의 임기 4년 동안 흔히 코드가 맞는 인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의 변화만으로 산하기관장의 인사 논란이 종식될까?

특히 문화분야를 책임지는 문화재단의 대표가 선거 결과에 따라 2년 또는 4년마다 지자체장의 코드에 맞게 임명된다면 과연 어떠한 현상이 벌어질까?

지역문화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분야이며,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 정치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는 소프트 파워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연대 의식을 강화하고, 때로는 문화산업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역문화의 중추적 기관인 문화재단의 대표를 임명하는 데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문화예술에 대한 마인드와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문화행정 추진 능력을 갖춘 경륜과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세 번째는 지역문화예술계와 네트워크 및 소통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조직 운영에 대한 종합적 경영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지역문화재단 리더십 논문’ 자료에 의하면 문화재단의 CEO가 지역 정치계의 변화에 따라 임기 도중 교체되는 경우 40.6%가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에 의해 재단 CEO의 교체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라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30.2%가 ‘가급적 임기 보장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25.7%가 ‘반드시 임기 보장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으며, ‘임기 보장 원칙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와 ‘단체장이 바뀌면 재단 CEO도 함께 교체돼야 한다’는 각각 1.0%, 1.5%에 불과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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