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민통합, 연대와 소통, 자치역량 극대화’ 주력해야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현판 오른쪽)과 인수위원들이 7일 인수위 출범에 맞춰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지혜 기자.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현판 오른쪽)과 인수위원들이 7일 인수위 출범에 맞춰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지혜 기자.

지방권력의 완전 교체

2022년 6.1 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선거결과는 일반 예상을 뛰어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20여 일 밖에 안된 시점에 집권 여당이 압승했다. 동시에 지난 5년 집권했다 졸지에 야당이 된 민주당은 수치스러운 참패로 깊은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속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민심은 역시 무섭다. 갓 출범한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선거 관례에 따라 여당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은 했지만, 전 집권당에 대해 이렇게 가혹한 심판을 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대선에서 0.73%의 차이밖에 안 만들어 준 유권자는 변함없는데 얼마나 실망했으면 고작 3개월만에 이토록 싸늘하게 등을 돌렸을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의 지방권력을 압도적으로 장악했다. 당시 야당은 당 존폐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 결과, 국민의 힘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으로 70.6%, 기초단체장 226곳 중 145곳으로 64.2%를 차지해서 전국의 지방권력을 전면 교체했다.

특히, 전체 선거결과의 판도를 바꾼 대전의 경우, 4년 전 대전시장과 5개 구청장 전원을 내주고 대전시의회 22곳 중 1곳, 기초의원 40% 만을 차지했던 집권 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시장은 물론 구청장 5명 중 4명을 비롯 전체 시의원 81.8%인 18명과 기초의원 절반을 되찾았다. 지방선거사에 기록될만한 극적인 반전이다.

지방선거의 역할과 기능 상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중앙의 정치적 이슈가 지방이슈를 완전 잠식한 가운데 정당 본위의 선거로 치러졌기 때문에 선거결과는 당연히 중앙정치 차원에서 해석되고 있다. 즉 여당에게는 국정운영의 안정성 부여와 지방정부의 혁신성을 주문한 반면, 야당에게는 민심을 거슬러온 오만과 독선에 대해 성찰과 자성을 촉구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지역의 인물들이 자질과 지역공약을 중심으로 경쟁하여 지역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것이 본래의 의미와 기능이다. 따라서, 중앙정치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지방선거의 왜곡은 향후 개막될 민선 8기 지방자치에 커다란 부담과 부작용의 불씨를 남겨놓고 있다. 지방권력의 전면 교체로 민선 8기의 주역들은 바뀌겠지만, 만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훼손된 지방자치, 캠프와 코드 중심의 인사등용, 숙성되지 않는 공약의 무리한 추진 등을 종전처럼 되풀이한다면 4년 후 더 가혹한 심판을 불러올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민선 8기부터 지방자치단체장직 인수위원회가 설치·운영된다. 인수위는 향후 4년간의 지역발전의 비전과 전략, 공약과 정책기조 및 시·구정 운영의 틀과 방식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만큼 다음의 사안들을 심도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시민화합과 통합, 절호의 기회

이번 시장선거 후보 득표율에서 보여주듯이 대전시민들은 반반으로 나뉘어 본의 아니게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드러났다. 지난 30여 년 동안 대전은 선거 때마다 정당별로, 출신 지역별로, 성별과 세대별로 갈라져서 그 대립구도가 고착되어 간다.

오랫동안 중앙정치의 프레임에 볼모가 된 구조적인 문제지만, 갈수록 심화된 시민 간 대립과 갈등은 대전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선거 후 시민화합과 통합을 위한 노력에 대해 정치권과 시정은 늘 소홀했다. 결국 과학도시와 교통도시인 대전의 발전에 제일 중요한 시민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데 손을 놓았기 때문에 대전의 도시경쟁력은 계속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2023년은 대덕연구단지 출범 50주년이자 ‘대전엑스포93’ 개최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서 시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다시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제 민선 8기 개막부터 대전은 하나라는 인식하에 지역의 현안 이슈마다 단합하여 함께 풀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새 시장은 시민통합의 리더십을 적극 발휘해야 하는 한편, 시 정부는 시민 대화합과 일체감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내실 있는 국내·외 행사를 치밀하게 준비해서 시민통합 최적의 기회를 살려야 할 것이다.

정책의 진정성과 소통이 성공조건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전 대통령직 인수위 지역균형특위 위원.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전 대통령직 인수위 지역균형특위 위원. 

정책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은 진정성과 소통이다. 지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대부분 정책들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는 정책 자체의 문제이거나 정책디자인의 미숙에 있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정책과 이상적인 정책디자인은 없다. 중요한 것은 정책에 대한 국민과의 상호소통 그리고 공감대 형성이다. 이것을 생략하면 정책들은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지 못함으로써 정책이 신뢰받지 못한다.

아무리 이상적이고 필요한 정책이라도 국민들이 불신하면 그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대전시장 당선자가 내놓은 대단위 프로젝트 공약들도 대전 발전에 꼭 필요한 정책들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시민과 전문가 나아가 야당과의 소통 그리고 시민과의 공감대 형성으로 정책의 성공조건을 충족해야 정책들이 기대하는 성과를 낼 것이다.

충남·세종과의 연대와 협력시대

윤석열 정부는 어디에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를 국정철학으로 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15대 국정과제 속에도 초광역지역정부(메가시티)의 설치와 운영이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대전이야 말로 충청권 메가시티를 선도해 나가야 할 중추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나홀로 만의 대전 발전은 더 이상 불가능 할 뿐더러 새 정부 지방시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수도권, 대구·경북권, 부울경권 및 호남권과 경쟁할 수 있도록 충청권 지방정부 간 협력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장우 시장 당선자가 내놓은 도시철도 3∼5호선 동시 추진, 기업금융중심 지역은행 설립, 대전·세종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은 메가시티 조성 공약의 일환으로 묶어서 정책 패키지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대전 도시철도 건설은 대전 행정구역내에서만 그 노선을 구상할 것이 아니라 충청권 메가시티 교통의 결절지를 염두에 둔 초광역적 틀 속에서 그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자치역량의 극대화로 지역발전 주도

윤석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은 중앙정부 주도가 아닌 지방주도의 지역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지역발전의 기본구조와 전략을 설계하는 권한과 책임은 시·도를 비롯한 지방에 자율적으로 맡긴다는 것이다. 지방주도에서 지방은 지방정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전시정의 자치역량 (기획, 정책, 경영, 행정PR 능력 등)을 극대화하기 위해 능력 있는 공무원, 지역내·외의 전문가, 시민단체, 지역대학과 기업 등을 수평적으로 연계한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서 지역발전을 지방주도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것은 필자가 참여했던 ‘대통령직 인수위 지역균형특별위원회에서 제시한 윤 정부 지역발전의 필수전략으로서 대전시도 이에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

한편, 그동안 제 역할을 못 해온 대전시의회와 각 구의회도 지방자치 원칙에 맞는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복원해서 지방의회의 위상을 정립하고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특히, 당장 구성될 지방의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일어 더 이상 시민들의 지탄을 받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 대전시민들은 잃어버린 긍지와 자부심을 되찾고, 대전이 매력, 저력, 활력을 되살려 힘찬 대전으로 재도약하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민선 8기의 주역이 될 시장과 구청장 및 시·구의원들은 진정성과 겸손한 봉사자세 그리고 꾸준한 자기학습의 노력으로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시민들의 높은 지지와 열망에 반드시 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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