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아홉 번째 이야기] 충청은 입만 잘난 아들, 사위를 둔 적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설날(1일)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아 ‘육사 안동 이전’을 공약했다. 육사 이전에 공들여온 충남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힘이 쑥 빠졌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선심성 공약”이라며 자당 후보를 깎아내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월 30일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했다. 당 최고위원을 지낸 인사는 “수도권 주민 불편”을 이유로 배치 장소로 충남을 언급했다. 한술 더 떠 “육군훈련소가 있는 충남 논산에 배치하면 수도권을 포함한 남한지역 전체를 방위할 수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충청권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의 사드 공약을 성토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육사 이전에는 찍소리도 못했다. 윤 후보는 어제(3일) 첫 대선후보 방송토론회에서 “(사드 배치) 장소는 수도권이 아니어도 강원도든, 충청도든, 경상도든 군사적으로 정할 문제”라고 한발 비켜섰다.

대전은 또 어떤가. 윤 후보는 항공우주청을 경남에 설치하고, 방위사업청을 대전으로 옮기겠다고 한다. 대전의 민주당 정치인들은 항공우주 관련 연구·개발 기관이 집적한 대전에 우주청이 와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중앙당은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전만의 외로운 싸움이다. 

내 집 뒷마당에 위험시설과 혐오 시설은 안 되고, 땅값 집값 오를만한 알짜만 와야 한다는 ‘님비(NIMBY)’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 두 후보가 즉흥적으로 던지는 공약의 위험성을 지적하려는 거다. 

이·윤은 ‘지역 소멸’이 문제라면서 수도권에 몇만 호(이재명, 서울 48만호·경기·인천 28만호)를 짓겠다고 한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추가 신설로 ‘수도권 어디서나 30분 출근 시대(윤석열)’를 열겠다고도 한다. 

세종도 마찬가지다. 둘 다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세월아 네월아’하고 있다. 의원을 해본 적이 없어 그런가, 의원들 다루는 법을 몰라서인가. 국가적 위기인 지역 소멸에는 진지한 고민이나 구체적 대안없이 표만 얻겠다는 행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던지는 공약에 지역 갈등과 지역주의 망령이 부활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메가시티를 비롯한 국가 균형발전 정책도 수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역의 공약은 지역마다 특화산업과 관계기관 성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클러스터를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를 높이고, 집약형 산업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듯’ 내놓을 성질의 것이 아니란 얘기다.

선심성 공약을 남발할 경우 계획 국가나 균형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의 획일화’만 불러올 따름이다. ‘소확행’ ‘심쿵’으로 포장한다고 다 공약이 아니다. 공약은 신중해야 한다.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공약은 '통합의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표 계산만 앞세운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면, 지역 민심은 기대와 반감이 뒤섞여 요동치고, 정치 혐오는 점점 쌓여갈 것이다. 정녕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 이·윤은 틈만 나면 ‘충청의 아들’ ‘충청의 사위’라며 애향심을 강조한다. 충청은 입만 잘난 아들과 사위를 둔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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