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정한 출발선’ 보장 위한 사회적 장치 필요성 강조
초촌 송국리 세계유산 등재, 금강 수상관광 클러스터 등 공약 과제

박정현 부여군수는 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불거진 도지사 도전 여론을 경계하며 도정 현안에 대한 해결의지를 강조했다. 안성원 기자.
박정현 부여군수는 디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불거진 도지사 도전 여론을 경계하며 도정 현안에 대한 해결의지를 강조했다. 안성원 기자.

[부여=안성원 기자] 박정현 부여군수는 거침없는 언변과 저돌적 추진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

하지만 지난 14일 <디트뉴스>와 만난 자리에서는 최근 불거진 차기 충남도지사 출마설을 경계한 듯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박 군수는 “일을 잘한다고 칭찬해주신 것으로 받아들인다. 현직 군수로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하나씩 안개가 걷히듯 가닥이 잡혀갈 때가 있을 것이다. 요즘 군정 현안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정도”라고도 덧붙였다.

부여여고 이전 등 부여군 주요 현안을 설명할 때는 중앙정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박 군수가 군정을 통해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를 설명할 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본소득’과 맥이 닿아있음을 강조했다.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로서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고, 그 가치가 진화해 정책으로 구체화 된 것이 ‘기본소득’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박 군수는 충남 시·군 최초로 농민수당을 도입했고 부여군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1인당 30만 원씩 보편적 재난지원으로 지역화폐 ‘굿뜨래페이’로 지급한 바 있다. 그는 이를 통해 인근 도시로 유출됐던 지원예산이 자연스럽게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됐다는 성과도 소개했다.

민선7기부터 실시한 ‘수의계약 총량제’ 역시 부여군의 발주 사업을 지역 업체가 골고루 계약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박 군수는 “지난 3년을 돌아보면 군민만 보고, 부여의 발전을 위해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 중에는 아직 성과를 확신하기 어려운 실험적인 과정에 있는 정책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여군민의 지지와 믿음에 대해 어떻게 보답해야 할 지 고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저와 부여군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정현 부여군수 인터뷰 전문]

재래시장을 방문해 민심을 살피는 박정현 군수(가운데). 부여군청 제공.
재래시장을 방문해 민심을 살피는 박정현 군수(가운데). 부여군청 제공.

-평소 농민수당 등 ‘보편적 복지’ 정책에 앞장섰다. 배경 철학이 궁금하다.

“부여군은 전형적인 농촌도시임에도 농사만으로 먹고사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을 보면서 절망을 안고 성장했다. 하지만 청년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생계는 개인이 아닌 사회구조의 문제’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그래서 ‘사회구조 개혁을 위해 일을 해보자, 공익을 위한 일을 하면 내 삶도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으로 공공의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부여군수가 된 뒤 이런 생각들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농민수당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 존중을 위한 정책이다. 부여군에서 처음 시작해 지금은 충남전역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농민수당 보다 진화한 농민기본소득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부여의 보편적 복지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과 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다. 

“2010년부터 진보성향 시민단체로부터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이 논의돼 왔다. 자본주의와 우리사회의 ‘공정한 경쟁’이 사실은 불공정했기 때문이다. 출발선에 가기도 힘든 약자들과, 금수저를 똑같은 선상에서 경쟁하는 룰을 ‘공정한 경쟁’이라고 강요한다. 체력이 약해진 이들을 케어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는 것이 ‘기본소득’인 셈이다.

자산이 많은 부자와 약자가 경쟁하려면, 최소한 전문지식이라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는 안심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하고, ‘청년수당’ 같은 정책이 나오게 됐다. 지금까지 경쟁의 무게중심이 대기업과 재벌, 가진 사람들에게 있었다면, 그 기회를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보편적 복지다. 이것이 진화해 나온 정책이 기본소득이다.”

-충남 15개 시·군 중 유일하게 전 군민 재난지원금을 자체 재원으로 지급했다.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 

“부여군민 1인당 30만 원씩 지역화폐 ‘굿뜨래페이’를 지급했다. 전국 자치단체 중 21번째로 자체 지원한 것이며, 1인당 지급액은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지역화폐로 지급해 인근도시인 논산, 강경, 서천으로 유출됐던 돈이 자연스럽게 지역으로 유입했다. 군민들이 ‘요긴하게 잘 썼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20~30% 매출이 늘었다는 언론 인터뷰도 봤다. 시장에 가면 ‘경제를 살려 달라’는 주문을 많이 하셨는데 요즘엔 안 하신다. 

‘수의계약 총량제’도 도입해 2000만 원 미만의 수의계약을 소수업체만 가져가는 구조에서 한 업체당 연간 2억 원까지로 제한했다. 그만큼 다른 업체에게 기회가 가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큰 공사 경쟁 입찰도 부여 지역업체와 컨소시엄을 하거나 지역 영세 개인장비업자를 고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도지사 출마설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

“저를 향한 응원과 ‘일 잘한다’는 칭찬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충남 최초로 농민수당을 도입하고 도내 15개 시·군 중 유일하게 전 군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선제적 정책들을 펼쳐왔다. 또 농업과 문화관광에 의존하던 부여군의 경제구조를 산업경제, 환경, 국가사업유치를 더해 5대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국·도비 확보를 통한 부여군 살림 1조 원시대도 열었다. 295억 원의 부채도 모두 갚아 빚 없는 도시가 됐다. 3불 정책(외지에서 들어오는 기업형 축사 제한, 무분별한 태양광발전사업 제한,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제한)으로 부여군의 환경과 주민의 삶, 행복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도지사 출마설은 이런 성과들에 대해 군민과 도민께서 높은 점수를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부여군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부여여고 이전은 어떤 상황인가. 

“현 학교 부지가 ‘고도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특별보존지구에 속하면서 이전이 불가피한데 학교부지 보상비가 이전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난항을 겪어왔다. 부족한 예산을 충남도교육청과 70대 30으로 부담하기로 하고 지난해 9월 교육부-행안부 공동투자심사를 받았는데 ‘지역주민 의견수렴’ 등을 조건부로 반려했다. 교육부는 부여여고와 부여고의 통합을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관내 11개 중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통합찬반 투표를 한 결과 찬성 45%, 반대 55%로 나와 통합은 무산되고 단독이전으로 결정했다. 10월 말 예정된 지방재정공동투자심사에 부여여고 이전(단독신축) 재심사를 의뢰한 상태다. 

다만 제가 최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만났고 곧 전해철 행안부 장관에게 필요성을 설명할 계획인데, 주무 기관인 충남도교육청이나 도의 수장인 도지사, 부여여고 총동문회 등의 지원이 부족한 것 같다. 다른 지역 같으면 벌써 교육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을 것 같은데 저만 애달아서 다니는 것 같아 답답하다.”

박 군수는 초촌 송국리 등 충남 선사유적 세계유산 등재 등 대선공약을 발굴하면서도, 앞서 대선공약이었음에도 무산된 충청산업문화철도 등에는 "기존 약속을 먼저 지켜야 한다"며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박 군수는 초촌 송국리 등 충남 선사유적 세계유산 등재 등 대선공약을 발굴하면서도, 앞서 대선공약이었음에도 무산된 충청산업문화철도 등에는 "기존 약속을 먼저 지켜야 한다"며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백마강 국가정원 조성 사업도 관심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2028년 지정을 목표로 추진하는 ‘백마강 국가정원 조성사업’은 천혜의 경관을 갖춘 백마강병 부여읍 군수리 일원 130ha에 생태정원과 억새정원·향기정원·역사테마 주제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인근 궁남지·부소산·백제문화단지 등과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로 추진하는 것이며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로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도심에 품고 있는 부여만의 강점을 살려 시가지 전체가 역사와 문화, 생태 가치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도 충남도 관광자원개발 공모에서 우수사업으로 선정돼 사업비 350억 원을 확보했다. 수륙양용버스·수변열차·열기구 등을 활용한 프로그램도 모색해 나가겠다.”

-내년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모두 실시되는 해다. 대선 및 도지사 선거 공약에 반영할 부여군의 핵심과제가 있다면?

“연초부터 핵심과제를 발굴해 충남도에 부여군 대선공약 9건을 제출했다. 정책과제로는 ▲저발전 인구감소지역 지역균형발전 특례제 도입 ▲매장문화재 발굴비용 국가부담 등 책임 강화 ▲산림 생태임업직불금 및 탄소중립 직불제 도입 등이 있다. 또 협력과제로 ▲금강 수질정화를 통한 생태복원·수상관광 클러스터 조성 ▲백제역사문화 창조적 계승·발전 ▲초촌 송국리 등 충남 선사유적 세계유산 등재 및 스마트 체험시설 조성 등이 있으며, 지역현안으로 ▲친환경 스마트 광역 용수공급체계 구축 ▲원예특작지구 침수피해 항구대책 마련 ▲바이오클러스터 구축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공약이었던 충청산업문화철도(보령~부여~세종)의 이행을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미뤘다. 기존 약속부터 지켜줬으면 좋겠다. 최근 정부 계획에 반영된 보령~부여~대전~보은고속도로는 금강하굿둑을 터서 다리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럼 기수역이 규암면까지 조성되고 제대로 된 생태복원과 수질정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역소멸위험지수(2020년 5월기준)에 따르면, 부여군은 인구소멸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인구유입을 위한 구상이 있는지.

“부여군의 9월 말 현재 인구는 6만4036명이다. 군은 인구 증가를 위해 ‘인구증가 등을 위한 지원 조례’를 제정해 출산 장려금 지원, 전입 학생 생활용품 구입비 지원, 전입세대 지원금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임산부와 영유아 지원을 위한 다양한 모자보건사업과 부여군 정착을 돕는 귀농인 지원사업도 20여개 운영 중이다. 올해는 신규 사업으로 도시민과 청년 유입을 위해 ‘부여에서 미리 살아보기 체험’과 ‘충남형 청년 갭이어 프로그램’을 추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화 심화와 시대적 흐름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책을 유지하되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더 집중하려 한다. 향후 홍산일반산업단지 조성, 부여문화예술교육타운 조성, 공공기관 유치, 스마트 첨단 농업 육성, 문화관광과 연계한 기업 육성 등에도 힘써서 일자리를 제공하고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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