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문화·관광 어떻게 가야 하나 ⓵] 코로나 전후 지역 관광산업 진단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와 관광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충남은 거리두기 1.5단계를 유지하면서 문화행사와 관광지 관람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와 관광명소 운영 실태를 알아보고,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심층 취재·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⓵ ‘코로나 팬데믹’ 충남 관광산업, 기로에 서다
⓶ ‘돌아온 예산 황새’가 던진 코로나 극복 메시지
⓷ 충남도, 코로나 시대 ‘생태·해양관광’ 주목하는 이유
⓸ “코로나 시대 문화·관광, 대면·비대면 동시 활용 전략 필요”
충남도는 오는 10월 내포신도시 홍예공원 일원에서 ‘2021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를 개최한다. 문화의 달 행사는 매년 10월 셋째 주 토요일 ‘문화의 날’에 맞춰 열린다. 1972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해 오다 2003년부터 지역문화 자생력 확보를 위해 지자체 순회 방식으로 바뀌었다.
도는 지난해 5월 ‘내포 뿌리문화 축제 한(韓) 문화’를 주제로 공모에 참가해 개최지로 선정됐다. 올해는 50주년을 기념해 지역축제와 연계, 이를 계기로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과 예술공연 기회를 확대하고, 침체된 지역 문화·관광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망은 밝진 않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충남의 문화·관광업계가 입은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파장이 몰고 온 현실이기도 하다.
충남, 코로나19 이전도 부진했던 문화·관광 전략
코로나19 이후 ‘설상가상’…2020년 1조 1300억 피해
충남은 환황해경제권의 부상과 함께 2010년대 문화·관광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2015년 한국관광공사 국내여행 실태조사에서 충남의 여행객 유치 순위는 경기도에 이어 서울과 함께 공동 2위였다. 그러나 관광산업 트렌드의 빠른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성장동력으로 연결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2019년 주요 관광지표를 보면, 충남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국내 총여행일수 점유율 6위, 여행만족도 7위 등 중위권에 머물렀다. 또 방문객 재방문 의향 조사에서는 10위, 충남여행 추천의향은 12위로 하위권이었다. 외래관광객 시장점유율도 2019년 1.4%로, 2015년(1.3%)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덮치며 관광업계 피해는 누적되고 있다. 충남도가 추산한 지난해 주요 관광지 방문객 수는 1919만 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2980만 명) 대비 1061만 명(35.6%)이 감소했다. 이에 따른 피해 규모는 849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역축제도 대부분 취소·연기되면서 287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105개 지역축제 중 실제 개최는 23개에 그쳤다. 81개 축제가 최소됐고, 1개는 연기됐다. 관광지 방문객 감소로 인한 피해까지 합하면 경제적 피해는 1조 1360억 원에 이른다.
올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 17일 기준, 9개 시·군에서 18개 대표축제를 취소했고, 5개 시·군 8개 축제가 하반기로 연기됐다. 12개 축제는 온라인으로 전환하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했다. 이는 도내 주요 관광지역 상권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도내 대표 관광지역, 방문객 감소 등 상권 침체
주요 관광시설 폐장, 업종전환 등 지역경제 ‘위축’
조선 3대 읍성이자 서산시 1경인 해미읍성. 지난해 방문객은 51만 명으로, 전년보다 57% 줄었다.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은 서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지난해 299만 명이 방문해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보령시는 극성수기(8월 2~15일)에 한해 해수욕장 야간 개장을 허용하려 했지만,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자 지난해에 이어 금지를 결정했다.
태안군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안면도 꽃지 해변공원에서 세계튤립꽃박람회 등을 개최해 온 네이처농업회사법인이 최근 충남도에 박람회 사업 철수를 위한 ‘꽃지해안공원 대부계약 철회 요청’ 공문을 제출했다.
세계튤립박람회는 2019년 70만 명이 방문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지난해 입장객이 8만 명에 그쳤다. 연간 매출도 70% 감소했다.
도내 대표 온천관광지인 아산시 역시 고전 중이다. 시비 27억 등 43억 원이 들어간 도고면 옹기발효음식 전시체험관 위탁 운영업체가 올해 말까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파산했다. 이곳 관람객은 2019년 1만1700명에서 지난해 4600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영인면의 피나클랜드도 휴장에 들어간 지 1년이 넘었다. 최근 목욕탕 발(發) 연쇄감염으로 시내권 개별 목욕장의 발길도 끊어진 상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67·온천동)는 “수도권 전철이 개통하면서 당일 여행객이 많아졌다. 숙박 수요가 줄어들면서 지역 대표 숙박업소인 온양그랜드호텔과 온양제일호텔도 고층아파트로 개발하기로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특히 “충남에서 천안·아산에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다. 코로나 이후에는 사람도 없고, 상권까지 죽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1/4분기 주요관광지 방문객 ‘회복세’
개방형·비대면 관광지 ‘각광’..전화위복 계기?
그렇다고 상황이 아주 절망적인 건 아니다. 충남도가 집계한 ‘2021년 1/4분기 도내 주요관광지점 입장객’ 추이를 보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인증 주요관광지 207곳의 입장객 수가 호전되고 있다.
올 1월까지는 방문객이 100만6438명으로, 전년도 동기(194만3986명)보다 48.2%나 적었지만, 2월(143만2613명)과 3월(142만2236명)은 각각 41.4%와 43.18%씩 늘었다. 1분기를 종합하면 2.25%가 줄었지만, 회복세를 보이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실내 관광지보다 산책, 피크닉 등 야외 활동이 가능한 곳의 인기가 상승한 점도 눈에 띈다. 독립기념관, 간월암, 해미읍성, 수덕사, 예당호 출렁다리, 동학사, 아산 신정호 국민관광지 등은 2019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최다방문지 1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대형 휴양시설보다 문화유적이나 자연 휴양 관광지가 많은 충남의 지역적 특성은 코로나로 인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충남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도민들의 피로감 누적과 백신 접종 등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올해 주요관광지 입장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안심할 수 있는 비대면·소규모 관광지를 개발하고, 지역의 숨은 관광지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