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변화의 성공은 교육·인력·예산·투명성 확보에 달려

임실군이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를 시행하며 새로운 주민자치 시대를 열었다.

조례에 따라 12개 읍면 중 한 곳이 먼저 주민자치회로 전환될 예정이다. 겉으로 보면 큰 제도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례 제정만으로 주민자치가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임실군 주민자치위원회는 참여율이 낮고, 소수의 특정 인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더라도 제도 이름만 바뀌고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주민자치회가 지역 문제를 스스로 찾고 해결하는 조직이라면, 그에 걸맞은 역량과 경험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기존 위원들만으로 꾸려서는 안 되며, 공개모집·추첨 등을 통해 새로운 주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기존 네트워크 중심으로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특정인·소수 중심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주민 중심 자치’라는 제도의 취지는 쉽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운영비와 전문인력 확보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활동하려면 의제 발굴, 분과 운영, 회의 진행, 사업 기획과 평가를 돕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예산과 인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회의만 반복하고 실제 사업은 추진하지 못하는 ‘형식적 자치회’로 머물 위험이 크다.

시범지역 선정 과정 또한 투명성이 핵심이다. 어떤 기준과 절차로 시범 읍면을 정했는지 군이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지역 간 오해와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주민이 선정 과정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이후 자치회 운영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주민자치회의 성패는 조례 시행 그 자체가 아니라, 주민이 제도 변화를 이해하고 참여하도록 만드는 준비에 달려 있다. 교육, 인력, 예산, 위원 구성 방식까지 전체 시스템을 함께 손보지 않으면 ‘새 이름의 옛 제도’가 될 뿐이다. 이번 조례가 임실군에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려면, 행정과 주민 모두가 역할과 책임의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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