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12월 5일까지 대전 중구 화니갤러리

김일주 작가의 개인전이 27일부터 12월 5일까지 대전 중구 화니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양의 전통적인 물성인 닥지(한지) 위에 서양의 아크릴 페인팅을 결합하고, 해바라기, 미키마우스 등 개인적·보편적 상징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기억을 탐구하는 작가의 독특한 회화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작가 노트를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의 감성을 잇는 다리 역할”이라고 설명했듯, 김일주의 회화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인류 공동의 정신적 유산인 ‘원형적 상징’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카를 구스타프 융의 분석 심리학적 관점을 회화에 적용해 개인의 기억을 집단적 경험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변증법적 서사’를 화폭에 담는다.

‘The Present-삶의 향기’ 김일주, 89.4×130.3㎝, Acrylic on Korean Paper, 2025.
‘The Present-삶의 향기’ 김일주, 89.4×130.3㎝, Acrylic on Korean Paper, 2025.

닥지의 물성 ‘축적된 시간의 연금술’

김일주 회화의 근원적인 힘은 재료 선택에서 비롯된다. 작가에게 닥지는 단순히 물감을 얹는 표면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 작가 개인의 역사적 뿌리가 연결된 ‘물질의 기억’을 담는 그릇이다. 닥지의 두텁고 불규칙한 질감은 시각을 넘어 촉각적 경험을 유발하며, 이는 관람자가 작품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장치다.

작가는 닥지 위에 아크릴 물감을 얇게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을 통해 ‘기억의 겹쌓임(Layering of Memory)’을 물리적으로 표현한다. 전통적인 닥지의 질감(과거의 경험)에 밝고 긍정적인 색채(현재의 경험)가 축적되는 방식은 융이 말한 인류의 경험이 쌓인 ‘집단 무의식’의 심층적인 시간을 암시한다. 이로써 닥지는 개인의 유년기 기억을 한국 전통의 역사적 무게와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The Present-삶의 향기’ 김일주, 91×91㎝, Acrylic on Korean paper, 2025.
‘The Present-삶의 향기’ 김일주, 91×91㎝, Acrylic on Korean paper, 2025.

해바라기와 미키마우스 ‘태양 원형과 영원한 아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상징은 해바라기와 어린 시절 소품들이다.

해바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태양, 희망, 생명력, 충만함을 상징하는 보편적인 아이콘이다. 작가는 고흐의 생가를 여행하며 얻은 해바라기에서 영감을 얻되 그 고독을 넘어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아낸다. 이는 현대 사회의 불안한 현실 속에서 집단 무의식이 추구하는 근원적인 희망과 치유를 적극적으로 소환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반영한다.

미키마우스, 장난감 등의 오브제는 순수함,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아이’ 원형, 즉 영원한 아이(Puer Aeternus)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작가는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소품과 전 세계가 공유하는 미키마우스의 ‘보편적 순수’를 결합해 관람객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순수했던 긍정의 에너지를 공유하게 한다.

‘The Present-삶의 향기’ 김일주, 91×91㎝, Acrylic on Korean paper, 2025.

감상자에게 건네는 ‘치유적 공감의 선물’

김일주의 회화는 작가의 의도처럼 ‘선물’이라는 주제로 귀결된다. 전통의 물성(닥지) 위에서 개인의 서정적 기억(어린 시절 소품)을 인류 공동의 원형적 상징(해바라기)으로 확장해 감상자에게 위로와 긍정적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어서다.

이번 전시는 개인이 잊고 있던 순수한 희열의 기억을 다시 일깨우고, 그 기억이 현재를 살아갈 힘과 희망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비전을 강렬하게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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