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공직자와 즉문즉답 형식으로 '청렴 토크콘서트'
어려웠던 청년기 언급하며 유쾌하게 정책 철학 풀어내
부여군이 3년 연속 청렴도 1등급을 기록했다. 전국 716개 공공기관 중 단 세 곳뿐인 성적표. 이 놀라운 성과를 배경으로 열린 ‘청렴 토크 콘서트’에서 박정현 군수는 진지함과 위트를 오가며 청렴·근무문화·재정·축제·개인사까지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지난 5일 부여박물관 사비마루에서 열린 콘서트에서는 군 직원과 공직유관단체, 출자·출연기관 관계자 등 280여 명이 참석했으며 즉문즉답 방식으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 군수는 청렴도 1등급 성과에 대해 “직원분들이 잘해주셔서 자랑스러운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정부와 타 지자체에서 굉장히 부러워 한다. 심지어 어떻게 1등급을 받을 수 있을지 벤치마킹까지 이어진다”며 “다른 단체장들과 만나면 칭찬도 많이 듣고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공직자의 본분, 나침판 같은 '청렴'
박 군수는 ‘청렴’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청렴은 나침반과 비슷하다. 늘 한 방향만 가르킨다. 어딜 찾아갈 때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해준다. 공직자에게 청렴은 바로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부여군의 자랑스러운 공직자로서 청렴이라는 새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자는 박 군수에게 “부여군이 3년 연속 1등급을 받게 된 이유가 있나”라고 질문하자 그는 “순리라는 게 있다.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는 순리가 무엇이겠나. 청렴하게 일 잘하고 우리가 모셔야 할 군민을 잘 모시는게 가장 기본적인 이치다. 1등급의 비결은 공직자가 맡은 본분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공무원 업무, 인식 전환 필요 강조
이날 전 공직자는 사전에 준비된 QR코드로 청렴과 정책 관련 질의를 접수했고 가장 먼저 채택된 질의는 ‘재택근무’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박 군수는 “주4일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 제도가 자리잡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인다. 선진국은 주 40시간 미만으로 일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주 50시간이 넘는다. 공직이 선진국 답지 않은 비효율적으로 업무 시간이 길다”고 평가했다.
또 “근무를 효율적으로 임팩트있게 하고 나머지 시간을 자기계발과 취미 활동,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문화를 바꿔야 한다.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 젊은 후배 공무원들의 문화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간부 공무원들의 인식 전환을 비롯해 마음을 열고 길을 열어주실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인사청탁 시 "나와 연 끊는다는 생각으로.."
박 군수의 MBTI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박 군수는 “ENFJ다. 외향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한다. F는 감성을 뜻한다고 하는데 내 호가 ‘무딘’이다. ‘더딘’도 있다”고 웃으며 “내가 좀 무딘 편이다. J는 계획을 뜻한다고 하는 데 감성적인 것과 계획적인 게 밸런스가 안맞아 보인다”고 유쾌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과거를 소개했다. 박 군수는 “인생은 마라톤이다. 저는 시골에서 태어났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내 인생을 계획적으로 살지 않으면 중간에 실패하면 힘들 것 같아서 6개월~5년 단위의 아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평생을 살았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웃었다.
박 군수는 “청렴은 제 얼굴이다. 최근 사무관 승진 때 제가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났다고 하더라. 굉장히 가슴 아픈일이다.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한편으로는 선거때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또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여러분들 승진과 보직 관련 저와 제 주변인, 특히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제공받는다면 나와 인연 끊는 줄 알고 직접 고소 고발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저는 여기서 태어나 자랐고 청년기 때 서울에서 잠시 있다 돌아왔지만 여기서 죽을 사람이다. 아들 둘이 있는데 손주를 낳을지 안낳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를 아는 사람이나 나를 아는 후손이 적어도 저를 기억해 줄때는 ‘청렴한 목민관’으로 기록되고 기억하길 바란다. (청렴하지 않은 일은) 추호도 제 스스로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쟁보다 공무원 업무 환경이 더 중요
매해 백제문화제가 추석 명절에 겹쳐서 개최되는 부분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마음 편히 명절 즐기고 싶은데 공직자는 축제 기간 행사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박 군수는 “정말 공감한다. 현실적으로 이 장벽을 뛰어넘지 못한 책임은 저에게 있다. 이번 연휴도 열흘 이상되는데 역시 축제가 열린다. 담당 부서장에게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린적 있다. 하지만 여러 문제가 겹친다. 공주시와 같이 하다보니 방문객 수를 경쟁하는 문제가 있고 모객을 위해 연휴때 하는 것 같다. 올해는 방문객 수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 지역 경제와 공무원 쉼을 모두 이룰 수 있도록 내년부터 관행을 타파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문화의 뜨거운 화두인 ‘갑질·을질’을 두고도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박 군수는 “갑질이든 을질이든 결국 존중의 문제다. 저도 소위 말하는 을질을 당한다”고 웃으며 “읍면사무소에서 업무를 지시했더니 ‘이거 왜 나한테 주냐, 직접 하시지’라고 말하는 후배도 있다고 하더라. 사실 강단 있는 태도라고도 생각한다. 업무가 늦어지면 빨리 끝내 달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모욕적 언사를 하면 그게 바로 갑질”이라고 규정했다.
반대로 을질의 사례도 지적했다. “상급자가 협조를 요청했는데 문제 제기하는 방식이 무례하거나 공격적이면 을질이 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하나이다. 내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문제가 되는 것이다. 존중받고 싶으면 상대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尹정부 예산안 직격했던 박 군수.."미래 위한 방안 고민"
부여군 재정을 위한 고민도 엿보였다. 박 군수는 윤석열 정부 시절 국비 감소로 인한 지방교부세 삭감 당시 공개적으로 정부를 저격한 바 있다.
그는 “우리가 중앙에서 내려오는 교부세와 지방세수만 가지고 군정을 유지하는게 쉽지 않다. 다 의존 재원이다. 그래서 여러 안을 만들어놨다. 2027년 되면 (대형 사업들이) 준공된다. 많은 고정 운영비가 들어간다. 예전보다 많은 돈을 쓰는데 우리가 벌어들이는 돈은 없다. 전부 여러분들이 잘해서 공모 선정이 됐고 국비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군수는 “제가 7년 간 군수하면서 따온 국비가 1조 500억 원이다. 이전에는 연간 400 수준이었다. 앞으로 군은 재정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는 이상 군 자체적으로 고정 운영비를 감당하는 게 쉽지 않다. 돈 버는 일을 해야한다”며 그 대안으로 ‘국부펀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제도 범위 안에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이 방법이 다듬어 지면 중앙정부에도 권해야 하고 법 개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각도로 군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자급자족을 위해 노력하고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초 견인하는 부여군.."군민이 더 편안하게"
박 군수는 “우리 부여군이 굿뜨래페이를 포함해 중앙정부가 우리를 롤모델 삼아 주의 깊게 보고 잇는 여러 사업과 정책이 있다. 최근 태양광 사업을 통한 마을 연금도 전국 최초로 우리가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여러분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우리 군민이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전하고 여유롭게 살 수 있는 지자체를 우리가 만들어보자”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군수의 개인 예적금과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를 묻는 질문에도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박 군수는 30대 시절 “IT 사업을 하다 강남 아파트 2채 말아먹고 집안에서 쫓겨났다. 그때 아파트 그대로 뒀으면 지금 80억 원 정도 된다. 지금 재산은 한 1억 2천 정도 된다. 제가 3선 군수와 도지사 도전을 하지 않고 내년 임기를 마치면 제일 먼저 할 일이 돈 버는 일일 것”이라며 “하지만 부여군청 근처는 얼씬도 안하겠다. 제 능력으로 벌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