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장관 20일 오전 부여 규암면 침수 하우스 방문
농민들 '배수펌프장' 추가 설치 촉구하며 울분 터뜨려
박정현 "기존 펌프 설계 방식으로는 또 반복 돼"
박수현 '즉각 대응' 할 수 있는 방식 제안하며 지원 약속
송미령 농림식품축산부 장관이 20일 오전 10시 부여 규암면 나복리의 오이·수박 하우스 침수 현장을 찾아 ‘즉각 조치’를 약속한 가운데 현장에 있던 농민들은 “작년에도 똑같은 말만 들었다. 제발 펌프장 좀 추가해달라”고 호소했다.
기후가 극한으로 바뀌면서 수해가 일종의 연례행사처럼 됐지만, 정부의 대응과 관련 설계가 여전히 ‘30년 빈도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현장에 있던 농민들은 반복되는 침수 피해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고, 박정현 부여군수는 “설계부터 바꾸고, 농사의 방식도 재설계해야 한다”며 근본적 전환을 촉구했다.
지난 3년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며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부여군은 시설원예 하우스가 밀집된 지역이다. 시설원예 작물의 특성 상 한번 물에 잠기면 농작물은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제 막 수확을 앞뒀던 농민들은 망연자실 한 상황이다.
박정현 부여군수도 “전국 지자체중에서 이 지역이 펌프장을 가장 많이 보유(100개)하고 있지만, 모든 펌프장이 30년 빈도 폭우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해마다 100년, 200년 빈도의 역대급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설계를 바꾸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진단했다.
현재 부여군은 박수현 국회의원(공주·부여·청양)의 지원으로 1521억 원을 확보해 8개 지구 배수 개선 사업을 확정짓고 추진중이다.
몇년 째 농민 피해 가중 원인으로 지목되는 '배수펌프장'
농민 박진완 씨는 “펌프장만 제대로 돌아갔어도 잠기지 않았다. 물이 역류하는 것을 군수님도 분명히 보셨다. 막걸리병이 거꾸로 올라가더라”며 “몇년 째 수해를 입고 있는데 (왜 이렇게 일이 진척이 안되나)”고 호소했다.
이에 박 군수는 “기존 방식으로는 확정 후에도 설계하고 공사하는 과정이 3~4년 걸린다. 그 사이에 비는 계속 오는거고 피해는 또 반복”된다며 “(펌프장을 관리하는) 농어촌공사의 문제가 하위 직원들까지 인사이동이 잦다. 지역 현황을 알고 이해할만하면 발령받는다. 농민들 말을 우선 들어줄 줄 알아야 한다. 지형과 현장을 잘 모르는 설계자들이 오기 때문에 농민의 (지적사항)을 먼저 파악해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농민도 “(펌프장 하나만) 더 들여놔도 이곳은 침수될 일이 없다. 감당 못할 비가 쏟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은 농민들도 다 이해한다. 그러나 펌프 하나로 막을 수 있는 것을 없어서 침수돼야 한다면 농민들은 어떻게 먹고사느냐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현장에 있던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반드시 반영하겠다. 이곳이 침수가 많이 되는 지역이라 기존 지역 배수장 시설로는 한계가 있어서 좀 큰 규모의 배수장을 만들 계획”이라며 “전체적인 사업 범위 내에서 최대한 빨리 지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장에서 농민들의 항의와 호소를 들은 송 장관은 농어촌공사 관계자에게 “뭐가 문제냐. (곧바로 조치하는 것이) 불가능한다”라고 물었고 이 관계자가 “시간이 조금 걸릴 부분이 있다. 더 빨리 할 수 있는 개보수 사업을 고민하겠다. 설계중인걸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고 답하자 송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절차 지키다가 피해본 곳은 또 본다’고 말씀하신다. 현장에서 가장 급한 것부터 즉시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농민들은 비가 퍼붓던 며칠전 송 장관에게 전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른 아침에도 전화를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자 송 장관은 “새벽에라도 전화달라”며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명함을 건넸다.
"다음 작기 빨리 시작할 수 있도록.."
허덕웅 농민은 “지금 이미 벌어진 일이다. 빨리 정리하고 다음 작기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재해보험 처리가 빨리 끝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 장관은 “그전에 없던 속도로 빨리 피해 조사를 완료하고 복구비와 재해보험비를 신속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 역대 최고의 속도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허웅 씨는 또 “보험회사에서는 살릴때까지 살아나는 걸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걸 기다리면 복구도 늦어진다. 농가는 수확을 해서 소득창출을 해야하는데 살릴 수 있는 작물을 살려도 일은 더 힘들고 소득이 안된다”며 “빨리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호소했다.
박수현 "배수펌프장 개보수 사업으로 시간 단축해야"
박수현 의원은 송 장관에게 “배수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최대 2030년까지 5년 계획으로 잡혀있다. 배수 개선사업은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급한 곳은 개보수 사업으로 빨리 집행을 해주셔야 한다”고 제시했다.
일반 사업계획으로 펌프장 설치 사업을 진행할 시 실시설계 등 관련 절차에만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니 기존에 있던 펌프장을 개보수 형태로 시간을 단축시켜 일을 진행하자는 의미다.
박정현 군수는 이번 피해와 관련해 큰 틀에서 3가지를 송 장관에게 건의 했다.
박정현의 세 가지 제안, 정부 응답할까
박 군수는 송 장관에게 반복적 침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세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펌프장을 적재적소에 최근 기상이변에 맞춰 재설계 하고, 호우 시기를 제외해 2기작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의 유도와 지원이다.
박 군수는 “부여는 공공시설과 사유시설 합쳐 23억 원 정도의 피해를 봤다. 예년보다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유시설은 최근 6년 동안 계속 피해를 봤던 지역이다. 충남 전체가 많은 피해를 봤는데 (현재 군의 피해 규모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건은 안되지만 광역 단위로 묶으면 국고 지원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부여는 (배수펌프장 개선 관련 사업이) 총 12개 지수로 나눠져 있다. 최대 5년 동안 공사가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내년 여름부터 2030년까지 예상된다. 그동안 똑같은 기상이변으로 피해는 반복될 것이다. 농민의 호소처럼 펌프장을 적재적소에 짓는 거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번 기상을 보면 부여에는 410mm가 내렸고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희가 그동안 조사를 했더니 부여는 시설하우스가 약 4만 개가 있다. 재작년 6000동, 작년 5000동, 올해 약 1000동이 잠겼다. 최저 2%에서 최대 13%가 전체 하우스농사 대비 항상 침수 되는 것”이라며 “그걸 방지하려면 재배 적기를 호우가 집중되는 7~8월을 피해야 한다. 1기작으로 4월 초에 시작해 6월말 출하해 호우 전에 끝내고 2기작은 품목을 달리해 가을에 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시했다.
박 군수는 “이런 농법을 농림식품부와 농업기술원, 부여군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겨울에 1기작을 하기 때문에 난방비가 많이 오르고 하우스를 3중으로 설치해야 해 농민의 부담이 커진다. (중앙정부가 정책을 만들어) 지방비, 농민 자부담을 매칭해 예산을 확보해 상습 침수 지역 농사 적기를 효율적으로 조절하고 호우때 재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