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 위원장이 충청권 국가기관의 연이은 타지역 이전 움직임에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에 침묵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선 "자가당착"이라며 공세를 가했고, 기관 이전에 동조한 국민의힘을 향해선 "소지역주의"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23일 대전시의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정부가 세종시에 위치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세종시 기획 입안 취지와 상충되는 부처 나눠먹기에 급급함에 불과하다”고 쓴소리 했다. 

그는 “정부부처 집적은 국정 칸막이를 없애고 원활한 협업을 통해 국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해수부 장관일 당시 지역 주민을 설득해서 해수부 부산 이전을 백지화시킨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이 해수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침묵하고 있는 것은 이율배반적이고 자가당착적인 행동"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면 찍소리도 못하고 그렇게 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충청권 국힘부터 결집"..4개 시·도위원장 공동대응

이어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의 경남 사천 이전을 추진하는 법안 발의에 동참한 자당 소속 충청권 의원들을 향해선 "국민의힘 결함과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대덕연구단지는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패권시대에 뻗어나가기 위해 전 국가적 역량과 자원이 투입돼야 하는 곳"이라며 "이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기관을 분산배치하자는 것을 소지역주의에 급급한 천박한 탐욕, 몰상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 정치권 노력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질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수긍하고 반성하겠다"며 "충청권 4개 시·도당 위원장과 당협위원장, 광역의원 등 국민의힘에서부터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전국적 여론을 조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지역별 국민의힘 입장 제각각 

다만 현실적 대안이 부재한 선언적 발언은 지역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수부 이전의 경우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였고,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항우연과 천문연을 사천으로 옮기는 법안 역시 충청권 의원들의 철회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재발의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조차 지역별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해수부 이전 적지는 북항"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여당 지역의원과 협치 필요성에 대한 질의에서 "국민의힘 내부를 추스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충청권에서부터 힘을 모으고 이후 당 지도부와 영남지역 의원을 만나겠다. 영남 의원이 국가 정책을 고려한다면 어떤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국민의힘 충청권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부 부산 이전을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