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산업 위기 동시 극복”
국내 첫 항만 내 친환경에너지 생산·보관·유통시설 조성
정유·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 탈피→수소 생산 전략

대산산업단지 모습. 디트뉴스DB. 
대산산업단지 모습. 디트뉴스DB.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 장기화 조짐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정으로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의 공급망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충남 서산 대산산단은 이보다 앞서 이미 정제 마진 하락, 수출 부진, 탈탄소 전환 등 구조적 불황에 직면해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충남 서산에 본사를 둔 HD현대오일뱅크와 충남도는 서산 대산항에 그린수소·청정 암모니아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대규모 친환경 투자에 착수, 산업 위기 돌파와 체질 개선을 동시에 노린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기 대응을 넘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전환을 본격화하는 정책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불황 속 전운…정유업계 ‘엎친 데 덮친 격’


현재 중동 정세는 단순 긴장을 넘어 ‘공급망 위기’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의회는 23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식 의결했다. 세계 원유의 30% 이상이 지나는 전략적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중동산 원유 수송은 사실상 마비된다.

대산산단의 정유업체는 이미 미국산 서부 텍사스유(WTI), 북해산 브렌트유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해왔지만, 원유 선계약 체계상 단기 대응은 가능해도 수개월 이상 이어지는 위기에는 직접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중국발 저가 공세로 인한 실적 악화, 수출 부진, 고정비 부담 증가 등으로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글로벌 수요 둔화, 전기차 전환, 탄소중립 정책 등이 겹치며 “이제는 생존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는 목소리도 높다.

대산산단에 입주한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사용하는 원유는 한 달 전 계약된 물량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차질은 없지만, 원료 단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장기적으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수준까지 상승하면 사업 지속성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와 충남도의 협약 모습. 충남도 제공
현대오일뱅크와 충남도의 협약 모습. 충남도 제공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친환경 전환 돌입


이런 상황 속에서 HD현대오일뱅크는 23일 충남도청에서 충남도, 서산시, 해양수산부와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투자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HD현대오일뱅크는 2032년까지 서산 대산항에 그린수소·청정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에너지 복합시설을 조성한다.

국내 항만 내에 친환경에너지 생산·보관·유통시설이 조성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HD현대오일뱅크는 ▲1단계 바이오연료 시설 ▲2단계 폐플라스틱 열분해 정제유 생산 ▲3단계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등의 3단계 전략을 세워, 정유·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수익 다변화를 본격화한다.

충남도와 서산시, 해수부는 이 투자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김태흠 지사 “기업 살아야 나라가 살아”


김태흠 지사는 “지난 1월 대산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석유화학업계의 앞날에 대해 고민했는데, 발빠르게 신사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기업의 저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현대오일뱅크가 기존 정유·화학 사업 고도화는 물론,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장을 통해 석유화학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나아가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번 협약과 별개로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산업위기대응 지역 선제 지정 ▲국가산단 전환 특별법 제정 추진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 메가 프로젝트 ▲지속가능 항공유 실증센터 유치 등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강도형 장관도 “항만 내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정부, 기업, 지자체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며 “친환경에너지 사업이 항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석유’에서 ‘에너지’로…대산의 새로운 도전


HD현대오일뱅크는 1일 69만 배럴 정제 능력, 전국 2300여 개 주유소 네트워크, 60%에 달하는 수출 비중을 가진 국내 대표 정유기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도 전기차 확대, 탈탄소 정책, 고금리 환경, 중동 리스크 등 다중 위협 앞에서 ‘변화’가 유일한 생존 전략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번 대산항 친환경 복합단지 조성은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체질 개선과 충남형 에너지 전환의 상징적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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