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망 통해 "침묵은 오히려 중립성 포기하는 것"
조지호 경찰청장 국회 긴급 현안 질의 답변과 대비
배대희 충남경찰청장이 6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계엄사의 포고령이 위헌·위법하다고 규정했다.
배 청장의 이 같은 발언은 경찰 고위 간부중에서는 처음으로, 조지호 경찰청장의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 답변과 대비된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당시 박안수 계엄사령관의 연락을 받고 국회를 전면 통제한 근거를 포고령 제1호라고 답한 바 있다.
조 청장은 ‘포고령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냐’는 “당시 상황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국무회의에 따라 발령된 계엄령이고, 계엄법에 따라 사령관이 발동한 포고령이었다”고 답했다.
배 청장은 이날 오전 9시 40여분 쯤 경찰 내부망 온라인게시판 ‘현장활력소’에 ‘초유의 비상계엄, 우리 경찰은’ 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중요하지만 위헌·위법에 침묵하는 것은 오히려 중립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 청장은 이어 “퇴근 후 일찍 잠 들었다가 비상계엄이 발령됐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북한에서 사고쳤나’라고 놀랐다가 다음에는 황당한 느낌이었다”며 “뉴스를 보니 국회에 의한 관료 탄핵과 예산삭감으로 행정부 마비..'이게 비상계엄 선포 사유가 되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음 느낌은 ‘이건 아닌 것 같은데’였다. 헌법과 계엄법 등 법률을 찾아 ‘포고령 제1호’를 봤다. 집회 시위는 몰라도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가. 비상계엄은 행정사무와 사법사무에 대한 통제밖에 할 수 없는데 위헌·위법인 포고령”이라고 강조했다.
배 청장은 “지금 제 가슴과 머릿속에 자괴감과 수치심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자유주의자’이고 ‘법치론자’이다. 비상계엄선포 전문을 살펴봤다. 군대를 동원한 무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정치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사안이 아닌가. 계엄 선포 근거로 (대통령이) 자유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언급했는데) 자유와 법치가 오염된 것 같아 더럽게 기분이 나쁘다”고 개탄했다.
배 청장은 “제가 가진 지식과 상식으로는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하거나 최소한 포고령은 헌법 위반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판결이 없다고 이런 위법상태를 경찰의 최고 통할권으로 둬도 되나”라고 말했다.
한편 배 청장의 이 글은 수 만의 조회수를 기록, 현직 경찰들의 응원 댓글이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