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시정연설 불참..한덕수 총리 대통령 시정연설 대독
여야, 김건희 특검, 대통령 공천개입 해명 등 촉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와 담을 단단히 쌓은 모양새다. 지난 9월 국회 개원식 불참에 이어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시정연설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시정연설에는 연금·의료·노동·교육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문제 해결 의지를 담았지만,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공천개입 의혹 등 정치적 현안 관련은 내용은 빠졌다. 

현직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은 11년 만이다. 김건희 여사 각종 의혹에 따른 특검법 추진과 최근 불거진 대통령과 선거 브로커 명태균 씨와 통화 녹음 폭로 등 부담이 불참 배경으로 보인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무총리가 시정연설에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 시정연설이 매년 있는 것은 아니고 총리가 대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야, 시정연설 불참 尹 비판..“탄핵열차 속도”
우원식 “국민 권리 침해”..박찬대 “11월 김건희 특검의 달”

야당은 시정연설에 불참한 윤 대통령을 향해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여당 내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정무 판단”이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먼저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한 총리 대독에 앞서 대통령 시정연설 거부와 관련해 “불가피한 사유 없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다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시정연설은 정부가 예산을 제출하며 예산 기조와 정책 방향을 국민께 직접 보고하고 설명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국회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앞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의 계속되는 국회 무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렇게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업신여기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것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국갤럽 최근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19%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국민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묻고 있다. 민주당은 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삼아 특검법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은아, 시국 기자회견 “내각 총사퇴, 김건희 특검 실시”
황운하 “TK 지지율 18%, 탄핵열차 속도”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서 현 시국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내각 총사퇴와 대통령 직접 사과, 김건희 특검 즉각 실시, 임기단축 개헌을 촉구했다. 

허 대표는 “개혁신당은 장외투쟁을 선호하지 않지만,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민 분노를 대변할 것”이라며 “또 다시 대통령 탄핵 비극을 초래할 수는 없다. 11월은 민심의 마지막 한계다. 대통령 결단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TK 지지율 18%는 콘크리트 지지층 붕괴를 보여주는 상직적 대목”이라며 “탄핵열차가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도 탄핵이전가지 시정연설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헌법기관 간 상호존중 정신과 관행을 무시하는 ‘국민 무시’ 행태”라며 “행정부 수장 자격이 없다. 국회에 와 반대당을 마주할 배짱도 없으면서 ‘국민이 던지는 돌 맞고 가겠다’는 말은 어디에 대고 하는 말”이라고 비난했다.

與 마저도 비판..“이해할 수 없는 정무 판단”

여당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정무 판단“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께 송구하다. 대통령께서는 오늘 시정연설에 나왔어야 했다”며 “최근 각종 논란이 불편하고 본회의장 내 야당 조롱이나 야유가 걱정되더라도 새해 나라 사림 계획을 밝히는 시정연설에 당당히 참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국회는 민의의 전당, 국민의 전당이다. 국회 개원식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를 패싱하는 모습이 대다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통령이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즉시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재발 예방을 위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다만, 야권이 주장하는 대통령 탄핵, 임기 단축 개헌과 관련해선 “국민과 함께 국민의힘이 막겠다. 사랑하는 이 나라를 망치가 놔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의원은 시정연설 시작 전 국회 본회의장 로텐더홀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공천개입 통화, 대통령이 해명하라’, ‘윤석열 정권, 김건희를 특검하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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