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국가유산법' 맞춘 구체적 로드맵 아직
문화재 많은 공주·부여 등 반복되는 피해
보수비용↑ 관련 예산 증폭돼야

산사태로 세계유산 유네스코에 등재된 부여 나성의 토사가 유실됐다. 부여군 제공. 
산사태로 세계유산 유네스코에 등재된 부여 나성의 토사가 유실됐다. 부여군 제공.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이 지난해 7월 발표한 ‘국가유산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에 따르면 국가유산 풍수해 피해 건수는 최근 20년(02~21년)간 총 979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문화·자연유산 재난피해 건수는 지속 증가 추세이며, 피해 규모와 형식은 극한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취약한 특성을 지닌 국가유산 관리 방식의 초점과 방향을 대대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의미다. 

‘200년 빈도’로 불리는 이번 충남의 호우 피해는 3년 연속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막대했다. 특히 세계유산유네스코로 지정된 공주와 부여를 비롯해 태안, 서천, 논산, 금산 등 다양한 국가유산이 훼손되거나 붕괴됐다.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지고, 다양해지지만 충남의 국가유산 관리와 보수 체계는 여전히 관행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됐지만 각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조례 개정 등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다. 

부여 대조사가 산사태로 명부전 일부가 파손됐다. 부여군 제공. 
부여 대조사가 산사태로 명부전 일부가 파손됐다. 부여군 제공. 

유네스코 지정유산도 못 피한 ‘기후재난’ 
대조사·관촉사·쌍계사, 파손되거나 붕괴되거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공주와 부여의 경우 재작년부터 집중호우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가 반복되는 대표적인 곳이다. 

공주시 ‘공산성’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성벽 붕괴만 4차례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금서루 인근 성벽이 붕괴 돼 올해까지 보수를 진행했지만, 이번 호우로 복구 작업은커녕, 영은사 만하루 탐방로가 유실되는 피해를 겪었다.

부여군 나성은 성곽 옆 탐방로 사면 토사가 유실됐고, 백제왕도 핵심 유적인 능안골 고분군은 탐방로 옆 사면과 봉분 2기가 유실됐다. 가림성과 송국리 유적도 각각 성곽 정비 구간 옆 산사태가 발생하고 토사가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6세기 초에 백제불교 부흥을 위해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임천면 대조사는 보물 ‘석조미륵보살입상’ 아래쪽에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수각과 명부전 일부가 파손됐다. 

천년고찰 논산 관촉사는 사찰 내 명소인 윤장대가 쓰러져 크게 훼손됐고, 국보로 지정된 석조미륵보살입상은 주변 낙석 발생으로 파손될 뻔 했다. 

꽃무늬 문살로 유명한 쌍계사는 주변 계곡 상류 사방댐 붕괴로 사찰 축대가 붕괴했다. ‘남양 전 씨 종중문서 부속건물’ 지붕 일부가 붕괴와 ‘금곡서원’ 지붕 기와가 떨어지는 등 다수의 피해가 발생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는 여름철에만 한정해 발생하지 않는다. 이상기후로 2022년부터 겨울철 호우도 장기간 지속된 바 있다. 서원 등 전통건축물의 경우 습기를 빨아들이는 특성을 가진 탓에 낮 동안 흡수된 습기는 해가 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수분팽창’으로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백제왕도 핵심 유적인 능안골 고분군은 탐방로 옆 사면과 봉분 2기가 유실된 모습. 부여군 제공. 
백제왕도 핵심 유적인 능안골 고분군은 탐방로 옆 사면과 봉분 2기가 유실된 모습. 부여군 제공. 

피해 유형 다변화..보수 비용 부담 커진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구남구을)이 문화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유산 재난피해 중 절반 이상은 예산 등의 이유로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난 등으로 피해를 본 국가유산은 110건이다. 긴급보수 예산을 지원받아 보수한 사례는 35건에 불과했다.

문화재청의 긴급보수 예산은 피해가 심각해 보수에 장기간 소요되는 경우 지원된다. 피해가 가벼워 지자체의 자체 보수를 거친 사례는 9건 뿐이다. 나머지 64건은 예산 지원, 자체처리 여부 검토 중으로 사실상 예산 부족 등으로 복구가 이뤄지지 못한 것. 

지자체는 복구 예산을 편성할 여력이 부족한 반면 문화재청의 관련 예산은 피해 규모보다 턱없이 적어 ‘미스매칭’이 발생했다. 

최근 5년 간 긴급보수 신청 대비 지원율은 약 36.4%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82억 원(54건) 규모의 긴급보수 예산 신청이 올라왔지만, 문화재청에 편성된 문화재 긴급보수 예산 전액인 37억 원 지원에 그쳤다. 

도 관계자는 “이상기후에 피해 규모가 커지고 반복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지자체 차원의 예산보다 중앙 정부 차원의 예산이 확대돼야 한다. 충남도 차원의 조례가 만들어졌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방향 설정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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