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희 기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태안군에 미래항공연구센터를 설치하려는 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

유치위원회(위원장 진태구 전 태안군수)를 중심으로 설치에 찬성하는 주민과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 간 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국방과학연구소는 태안군 요청에 따라 22일 태안문화예술회관에서 주민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방산업 관련 기업도 참석했다.

상당수 주민은 이착륙에 따른 소음피해와 군사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등을 우려했다.

남면에 산다는 한 주민은 “한서대 비행장도 시끄러운데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며 “센터를 놓고 충남도와 태안군이 따로국밥이던데 태안군민을 업신여겨 방패막이로 삼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

또 다른 주민은 “위치를 알려주지 않아 내 땅이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이는지 알 수가 없다”며 “법에 따라 토지를 수용한다는데 기업도시도 포함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반대하는 주민은 센터와 함께 실제로 관련 기업이 들어오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였다.

근흥면 신진도리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기업이 200개가 온다고 하는데 어떤 기업이 오는지 의심이 든다. 정말로 태안의 미래 먹거리가 맞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반면, 찬성하는 쪽은 센터 유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발언권을 얻은 유치위 간사는 “연구센터가 태안군에 왔을 때 불이익이 많다면, 유치위가 역적질을 한 것이 된다”며 “태안군민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답변에 나선 오우섭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장은 “작년 말부터 전남 고흥과 서산, 태안 세 곳을 놓고 사전연구를 진행해 지난달 최종 후보지로 태안을 결정했다”고 설명한 뒤 “200개 기업은 몰라도, 센터가 설치돼 인프라가 확충되면 여러 기업이 태안 이전에 관심을 두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태안군은 센터와 관련해 주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뿐더러 지난 총선 전후로 지금까지 흘러나온 경제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세로 태안군수는 이날 주민설명회 전 군청 브리핑룸을 찾아와 “ 작년 11월과 올 1월 두 번 공문만 보내더니 3월에 무인기 활주로 사업을 미래항공연구센터 설치로 이름만 바꿨다”며 “ADD도 어감이 안 좋아 바꿨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가 군수는 “지난 1일 처음으로 ADD에서 태안군을 찾아왔고, 이틀 후 대한항공에서 왔는데 투자 얘기는 아예 없었다”며 “이 사업을 군수인 저는 물론 우리 군민이 모르고 있으니 순기능과 역기능이 무엇인지 실상을 아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주민설명회는 23일 남부지역 주민을 상대로 또 한 번 열린다.

한편, 국방과학연구소는 태안군 일원 126만㎡ 땅에 2543억 원을 투입, 무인기 연구에 필요한 활주로(길이 2.2㎞, 폭 45m)를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올 10월까지 타당성조사를 마무리 지은 뒤 내년 설계에 들어가 2032년 활주로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