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충청 위기론’ 맞물려 지역 민심 ‘술렁’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류재민 기자.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육군사관학교(육사)와 국방부 내에 있는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 흉상 이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도 찬반 논쟁이 가열되면서 8개월 앞둔 내년 총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는 지난 28일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계획을 밝혔다. 홍 장군이 과거 소련 공산당 활동 이력을 가진 만큼 육사 교내보다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것이 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독립운동 업적을 세운 인물의 흉상을 과거 이력으로 철거하는 게 타당한가를 두고 정치 쟁점화와 함께 이념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철 지난 이념 논쟁으로 영웅을 두 번 죽이는 실례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날(29)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도 홍 장군 흉상 철거 논란에 반대의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이 같은 주장은 김 지사의 소신 발언으로 볼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흘러나오고 있는 여권의 ‘충청 위기론’과 성격이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충남에 내건 공약이 대부분 답보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독립군 흉상 철거 논란은 ‘충절의 고장’을 대표하는 충청권 민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지사는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충청 위기론을 어떻게 보느냐’라는 질문에 “충청권은 선거의 바로미터고, 수도권과 맞물려 있다”며 “때문에 사실은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은 충청권과 수도권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 지사는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우리 당이 앞으로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운영을 어떻게 갈 것이냐, 방향과 목표, 비전을 지금 제시를 제대로 안 하고 있다”며 “방향과 목표나 아니면 비전을 갖지 않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갈 것이냐 방법론적 측면에서 전략도 없다”고 쓴소리했다.

야권은 독립군 흉상 철거·이전 논란이 ‘반역사적·반헌법적 처사’라고 비판하며 지역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9일 오후 대전 현충원을 찾아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무능과 실정을 감추기 위해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이념전쟁을 선동하기 위해 독립전쟁 영웅을 부관참시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광복회 대전지부와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대전 모임도 같은 날 대전 현충원 묘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전쟁 영웅의 흉상 철거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논란은 윤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공산 전체주의 발언 연장선에 있다. 뜬금없이 나온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30%대의 집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이념 논쟁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이는데, 중도층이 밀집한 충청권에서는 오히려 반작용이 커지면서 역풍이 부는 모양새”라며 “지금 중요한 건 독립군 흉상 이전이 아니라, 대통령이 공약한 육사 충남 이전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31일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 말을 토대로 “정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 중 육사 내에 있는 흉상은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고, 국방부 청사 앞 흉상은 존치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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