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 IN 충청] ⑥ 대전 유성온천문화축제
물대포 팡팡, 온천특구 명성 살리는 축제의 힘
전국 곳곳에 활기가 넘친다.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축제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축제부터 오래된 역사와 도시브랜드를 담은 축제까지. 대전·세종·충남의 다양한 축제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한지혜 기자] 꺄르르 꺄르르. 따끈한 족욕탕에 발을 담근 아이들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공원을 맴돈다. 신나는 음악소리와 시원한 물줄기는 한낮 더위를 식히고, 드론 불빛은 하늘을 수놓는다. 대전의 대표 축제, 유성온천문화축제가 더 특별해졌다.
유성온천문화축제가 12일 개막했다. 축제는 오는 14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로 인해 4년 만에 축제를 정상 개최하면서 메인 행사는 더 풍성하게, 주민 참여 프로그램도 다양화했다.
늘 깨끗한 물이 샘솟는 온천을 품은 도시. 유성은 그야말로 축복의 땅이다. 여기에 역사와 문화까지 더해지면 도시의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해진다. 올해 28회째 온천문화축제가 명맥을 이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축제장은 밤낮으로 분주하다. 개막날인 12일에는 낮 시간대 전통을 잇는 수신제와 거리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저녁엔 드론 불꽃쇼가 열린다. 관람객이 모이는 주말 오후 2시에는 이틀 내내 온천수를 활용한 ‘물총 스플래쉬(splash)’ 행사가 개최된다. 올해는 축제장 내 대형탑 구조물을 설치해 신나는 음악과 함께 시원한 물대포를 선사한다.
저녁에는 젊은층을 겨냥한 온천수 힙합 DJ 파티, 낭만이 가득한 기타 콘서트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마당극, 댄스경연대회, 청소년 오케스트라 공연, 시니어모델 워킹쇼, 주민 주도 체험 부스 등도 운영된다. 상설 행사로는 과학도시 특성을 접목해 기획한 실감미디어관, 과학(VR) 체험, 온천체험과 푸드트럭 등을 선보인다.
축제 굿즈인 ‘유성온천목욕키트’, 유성구 마스코트인 ‘유성이’도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임금이 쉬어가는 온천의 도시, 특구 명맥 이을까
유성온천의 유래는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가 아들의 상처를 온천수로 치료한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문헌으로 보면, 동국여지승람에는 1394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도읍지를 물색하기 위해 계룡산 신도안으로 가던 중 유성온천에서 목욕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에 앞서 태종 이방원도 왕자이던 1393년, 유성온천에서 목욕을 한 뒤 병사들의 군사훈련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는 기록이 있다.
‘임금이 쉬어 갈 정도의 온천’이라는 명성은 축제장과 맞닿은 대통령 별장, 군(軍) 휴양 숙박시설 계룡스파텔이 증명하고 있다.
계룡스파텔은 1980년대 중반 대통령 별장용으로 지어졌다. 전직 대통령 내외는 2층짜리 단독 건물인 별채 비룡재, 본관 등에 머물며 휴양했다. 유성구는 지난 2021년부터 계룡스파텔과 협력해 유성온천을 찾는 관광객에게 내부 시설, 객실, 온천탕 등을 개방하고 있다.
과거 큰 명성을 얻었던 유성구가 명실상부한 온천특구로 부상할 수 있을지, 핵심 성패 요인으로 '관광·축제 활성화'가 꼽힌다. 온천관광 쇠락과 함께 잇따라 인근 호텔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유성온천 명성 되찾기’가 큰 숙제가 됐다.
유성구는 현재 악조건을 딛고, 온천테마파크 건설을 중심으로 한 관광거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낡은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롭게 젊은층과 가족 단위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정책과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일회성 행사로는 온천지구를 활성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계절 테마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이번 축제도 시민 참여 프로그램 확대, 동행축제 연계 할인 행사, 물총대첩 프로그램 확대 등 차별성을 높였다. 많은 시민들이 밖으로 나와 축제를 즐기고 추억을 쌓길 바란다”고 말했다.
+ 유성구 또다른 축제는?
과학기술 접목·이국적인 풍경 ‘크리스마스’ 축제
연말이면 유성 봉명동 일원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물든다. 트리와 실내 장식용품, 선물 등을 판매하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꽤나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미디어파사드, 대형 미디어 트리 등이 설치된 빛의 거리, 어린이 방문객을 위한 꼬마레일기차, 뮤지컬, 마술쇼 등도 펼쳐진다.
과학도시 명성에 맞게 메타버스 등 과학기술을 접목해 차별화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2022년에는 메타버스 월드를 구축해 구 캐릭터인 유성이와 함께 크리스마스와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고, 워터스크린, 온천탑, 족욕장 등 유성온천 공원의 주요 콘텐츠를 구현했다.
한여름밤의 꿈 ‘재즈‧맥주 페스타’
유성구는 사계절 축제 일환으로 여름밤 재즈&맥주 페스타 행사를 열고 있다. 여름밤 유림공원 잔디광장에서는 정통 재즈공연과 지역 재즈밴드의 무대, 대중음악 공연이 펼쳐진다.
축제 기간에는 지역특화상품인 유성맥주를 시작으로 전국 다양한 수제맥주 브루어리가 참가해 다양한 맥주를 선보인다. 분홍빛 노을과 야외에 흐르는 재즈, 시원한 맥주 한 잔. 관람객들은 한여름밤의 꿈 속으로 걸어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