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공모 통해 선정된 '공식 포스터' 수차례 수정 요구
요구 불이행 시, 재단 출연금 중 시 지분 교부 요청... 강경 무드
재단, 작가 의도 훼손 우려... "이미 몇 차례 수정" 불가 입장 맞불

2023 대백제전 공식 포스터.  왼쪽 이미지가 백제금동대향로, 오른쪽이 금제관식 문양. 
2023 대백제전 공식 포스터.  왼쪽 이미지가 백제금동대향로, 오른쪽이 금제관식 문양. 

[공주·부여=디트뉴스 김다소미 기자] 백제문화제재단(대표이사 신광섭, 이하 백제재단)과 공주시(시장 최원철)가 13년 만에 열리는 ‘대백제전’의 성공 개최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지만, 준비 단계부터 주도권 싸움으로 삐걱대고 있다. 

양 기관 갈등은 공주시가 이번 대백제전 홍보 포스터 선정과 관련해 재단 측에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두 차례 발송하면서 촉발됐다. 

공주시의 홍보물 선정 ‘수용 불가’ 입장은 축제의 컨트롤타워인 ‘백제문화제재단’의 역할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공동 주최인 부여군보다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지역민들도 적잖다.  

공모 통해 ‘포스터’ 대상작 선정... 공주시, 지속적인 수정 요구 
“공주시 상징보다 부여군 상징이 더 커”
작가 의도 크게 훼손, 수정된 포스터로 이미 홍보 시작

백제재단은 올해 대백제전의 효과적인 사전 홍보를 위해 지난해 11월 ‘2023 대백제전 포스터 디자인’ 공모를 실시했으며 접수된 57점을 대상으로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대상작을 선정했다. 

심사위원단은 ▲충남도 추천 1명 ▲공주시 2명 ▲부여군 2명 ▲전문가(교수) 4명으로 구성됐으며 전문가 위원 4인은 지난해에도 심사를 맡은 바 있다. 

이번 대상작은 작품명 '푸른 바다 위 금빛의 역동적인 물보라'로, 많은 국가와 교류를 이어온 백제의 개척정신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에 대한 1차 수정 요구에서 포스터 좌우에 위치한 백제금동대향로와 정림사지가 모두 부여군만을 상징한다고 판단, 공주시를 상징하는 금제관식 문양(무령왕릉 출토)을 상단에 넣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공주시 요청으로 우측 중심부에 위치했던 정림사지 이미지는 금제관식 문양으로 대체됐고 왼쪽 중심부에는 백제금동대향로를 그대로 두는 안을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공주시는 또 다시 이의를 제기했다.

금제관식과 백제금동대향로의 위치를 바꾸고 금제관식의 사이즈를 키운 ‘활용안’을 공식 포스터로 사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백제금동대향로와 금제관식의 실물 크기는 각각 61cm, 31cm다. 실제로도 두배 가량 차이가 나는데 억지로 크기를 키워 비율이 안맞아 답답해 보인다는 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재단은 거듭된 수정으로 작가의 의도가 훼손됐다는 점, 이미 축제를 주최하는 양 도시 몫으로 균등하게 배분된 위원 9명의 심사를 거쳤다는 점을 들어 시의 요청을 거절하고 23일 최종 확정 포스터를 언론과 시민사회에 전면 공개하며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공주시 요구사항 불이행시 ‘시 지분 비례 홍보비’ 교부 엄포 
사실상 협박에 가까워...부여군·재단 허수아비 취급 

홍보가 시작됐음에도 공주시의 이의 제기는 멈추지 않았다. 포스터가 공개된 23일 재단에 다시 공문을 보내 ‘공모 심사위원 선정 기준 및 심사위원 명단’과 ‘디자인 최종 결정을 위해 당선작 작가와 협의한 내용’을 요청했다. 

시는 공문에서 13일 재단 관계자와 공주시장 면담 당시를 언급, ‘최원철 공주시장이 심광섭 대표이사에게 수정 요청한 사항을 재단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최종 확인 없이 선정하게 된 경위를 물었다. 

또 ‘요청사항 미반영시 재단에서 포스터를 활용해 제작하는 각종 영상, 홍보물 등에 ’공주시‘ 관련 문구 및 자료 활용 금지’라는 조건을 달고 ‘이 경우 재단 홍보예산 중 공주시 지분에 비례하는 홍보비를 공주시 백제문화선양회에 교부’할 것을 요청했다. 

공주시 축제 관계자들은 협의를 위해 지난 27일 재단을 방문했으나 양 기관은 각자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등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결국 공주시의 이의 제기로 최종 포스터가 선정됐음에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오는 5월 대백제전 홍보를 위해 일본 출장길에 오른다. 재단은 충남도로부터 조속히 상황을 정리해달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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