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체육회장선거 복마전’ 단독보도 2시간 전에 “엄중대응” 사전경고
이장우·서철모, 체육회장 선거개입 의혹과 별개로 ‘시 언론대응’ 도마 위
[김재중 기자] 이장우 대전시장과 서철모 서구청장의 시·구 체육회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KBS 단독보도에 앞서 시 홍보담당관실이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대전시와 관련된 허위내용을 유포하는 경우, 대전시는 엄중 대응할 방침”이라고 과잉 방어에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1980년대 보도지침 시절로 돌아가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전시 홍보담당관실은 14일 오후 4시 57분, 시 출입기자단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대전시와 5개구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대전시와 관련된 허위내용을 유포하는 경우 엄중 대응할 방침”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근거>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제309조 제2항의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관련 법 조항까지 제시했다.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이런 공지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디트뉴스> 확인 결과, 당시 출입기자단 대다수는 시 홍보담당관이 무슨 내용으로 사전 경고에 나섰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이유는 약 2시간 뒤에 밝혀졌다. 대전KBS는 7시 뉴스 첫 보도로 <“부회장 시켜줄게, 출마하지마”…체육회장 선거 복마전> 제목의 단독보도를 내보냈다.
서철모 서구청장이 서구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 김경시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며 대전시 체육회 부회장직을 제안하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서 청장이 사퇴 조건으로 대전시 체육회 부회장직을 제안하며 “○○○ 회장이 시장님한테 다 얘기해서 조율된 거예요. 저도 어제 연락을 받고 가부만 결정해달라고...” 언급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KBS는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후보자 매수 행위로 ‘위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포트 후반부에 KBS는 서철모 청장과 이장우 시장의 해명까지 다뤘다. 서 청장은 “상황이 정리됐다는 정무특보의 말을 듣고 부른 것”이라며 “대전시장이나 시 체육회장과는 이야기된 바가 없고, 좀 과장되게 말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KBS는 “대전시장 역시 취재진에게 서 구청장과 체육회장 선거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고 이장우 시장의 입장도 전했다.
결과적으로 대전시 홍보담당관실은 KBS 단독보도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시 출입기자들에게 더 이상 관련 보도를 하지 말라는 의도로 사전 경고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취재 일선에서는 이 같은 대전시 대응을 두고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어떤 보도는 되고, 어떤 보도는 안된다고 지침을 내리던, 이른바 ‘보도지침 시절’로 되돌아 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전시를 출입하는 A기자는 “단체장의 치적을 적극 홍보하고 비판에 대해서는 방어하는 것이 홍보담당관실 역할이지만, 이번 사례처럼 ‘엄포성 공지’를 통해 입막음하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대응”이라며 “시장의 체육회장 개입 의혹과 별개로 홍보담당관실 대응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KBS 단독보도가 서철모 청장과 이장우 시장이 체육회장 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법조계 해석이다.
대법원 판례 등을 보면, 우리 법률은 사실관계가 명백하지 않고 일부 오류가 있더라도 언론이 공적인 사안에서 공인의 비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침해되는 사익보다 얻게 되는 공익이 크다’고 판단해 처벌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