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비율 대전 0.31% 울산 3.8%...본질은 가치충돌

대전시 주민참여예산 축소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시구의원(위)과 국민의힘 시구의원(아래)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치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대전시 주민참여예산 축소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시구의원(위)과 국민의힘 시구의원(아래)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치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대전시 주민참여예산 축소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주민참여예산 사업 규모를 20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이 시장을 비판하는 야당과 옹호하려는 여당이 대립하면서 정치 쟁점으로도 번진 상태다.

7조 원대 대전시 재정 규모로 볼 때, 주민참여예산 200억 원을 둘러싸고 이처럼 큰 갈등이 벌어지는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가치의 충돌’이라는 본질을 빼놓고 이번 갈등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장우 시장과 주변 인사들은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대전시가 추진해 왔던 ‘주민참여예산제’를 전임 시장의 적폐 사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허태정 전 시장이 진보성향의 시민사회, 우군을 위해 예산 규모를 불필요하게 키웠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이장우 시장 인수위원회는 지역공동체와 주민참여예산을 다루는 대전시 ‘시민공동체국’에 대해 “특정 이념 성향을 띄는 단체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검토 의견을 내며 “주민참여예산 200억 원 규모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백서에 담았다. 대전시 공조직이 지역공동체 업무와 주민참여예산 업무를 다뤘다고 해서 ‘특정 이념 성향’이라는 낙인을 찍고, 관련 예산까지 축소하겠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대전시 ‘주민참여예산제’는 대전시만의 고유정책이 아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가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자치단체의 독점적 예산편성권을 주민에게 일부 돌려주겠다는 재정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도입된 장치다. 2006년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으며 행정안전부가 해마다 우수 자치단체를 선정하고 장려하는 국가 시스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전시 주민참여예산 200억 원이 과도한 액수일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예산축소 논란은 ‘200억 원이 과하다’는 주장과 ‘전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의 맞대결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대전시 주민참여예산은 지난해와 올해 200억 원이 편성됐다.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0.31%다. 허태정 전 시장 임기 초인 2018년엔 0.085%, 2019년 0.078%로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 0.22%로 올리기 시작해 2021년 이후 0.31% 수준까지 증액시킨 결과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해 보면 대전시 주민참여예산 비율이 과도한지, 바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020년 기준, 울산 3.8%, 세종 1.2%, 충북 2.6%, 전북 2.8%, 경북 3.1% 등 주민참여예산 비율이 1%를 넘는 광역자치단체가 여럿이다. 대전의 0.31% 수준을 과도한 예산책정이라도 말하기 어렵고, 울산과 경북의 사례를 보면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전유물도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대전시가 주민참여예산을 더 증액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객관적 지표가 이런데도 대전의 일부 정치인들은 ‘주민참여예산제가 적폐의 온상’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인식처럼 누군가 이 제도를 악용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고 있다면, 그 실체는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은 환수해야 하고, 더 이상의 이익추구도 막아야 한다.

다만 이에 앞서 ‘적폐의 온상’이라는 생각이 실체인지 의심인지도 자문해 보기 바란다. 법률이 보장하는 시민의 재정주권을 빼앗고 축소하려면 최소한 납득할 만한 실체를 제시해야 한다. 그 실체가 제시된다면 소모적인 논란이 계속 이어질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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