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영의 손스피커]

대전시 주민참여예산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대전시 주민참여예산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최근 대전시가 내년 주민참여예산을 올해의 절반인 100억원으로 축소한다는 공문을 5개 자치구에 보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습니다. 민선7기 주민참여 예산으로 200억 원을 편성하고 자치구에 82억 원을 지원했는데, 내년부터 100억 원을 편성하고 45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라는 내용입니다.

이번 결정이 민선8기 이장우 시정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4년동안 시민들의 공동체를 향상하는 예산은 줄이고 토목예산은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해 보입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편성 등 예산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지역에 필요한 예산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검토 조정하는 것으로,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주민들의 참여와 그에 따른 적절한 권한 부여로 참여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제도입니다.

지방재정법 제39조(지방예산 편성 등 예산과정의 주민참여)와 대전시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의 성공적인 제도 도입 이후 남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에서는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2003년 참여예산제도를 실시한 이후 지금은 거의 모든 광역·기초자치정부에서 조례를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전시는 2007년부터 광역시 최초로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데 예산편성 설문조사, 예산참여주민위원회 운영, 시민공청회, 시민제안 공모사업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시민의 참여를 유도해 왔습니다.

지난해와 올해에 각각 200억 원의 예산을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해 81개 행정동에서 주민들의 토론과 투표를 통해 사업을 선정합니다. 지난해만 보아도 시정참여형, 정책숙의형, 구정참여형, 주민자치형, 마을계획형 등에 2189건의 사업이 신청되었고 그중에 336건이 선정되었습니다.

저도 주민참여예산학교 교육에 참석하기도 하고 동에서 사업을 선정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오광영 전 대전시의원. 

새로 꾸려진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매우 진지하게 마을의 필요한 사업들을 선정하는데 행정하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다양한 사업들이 제안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기본인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아주 좋은 제도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대전시는 주민참여예산을 줄이면서 나빠진 재정상황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주민참여예산 100억 원을 줄인다고 대전시 재정상황이 급격하게 나아질까요? 그렇게 줄인 예산 1백억원이 전액 대전시 빚을 갚는데 사용될까요?

아마도 민선8기 이장우 시정은 이전에 비해 훨씬 많은 토목사업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보문산 고층전망대와 케이블카, 장대네거리 입체교차로 추진 등을 공언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4년이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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