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스무번째 이야기] 지역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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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국민의힘 충청권 광역단체장 면접이 있었다. 대전시장 후보 면접에 5명이 참가했는데, 이목은 박성효 전 시장에게 쏠렸다. 그는 당시 ‘동일선거구 3회 낙선자 공천 배제’라는 당헌·당규에도 없는 ‘이상한 룰’의 최대 피해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일말의 기대 속에 면접장에 왔을 터. 그의 얼굴은 내내 어두웠다. 박 전 시장은 면접장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동안 쭈뼛거리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래도 손이라도 잡자.” 공천은 물 건너갔어도 ‘선배다움’은 잃지 않았다.  

강원의 김진태는 과거 5.18 발언을 사과했다고 봐줬지만, 박 전 시장의 재심 요청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 19일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언급하며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줄곧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공당의 유력 후보가 힘 한번 못 써보고 링에서 내려간 순간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대선 패배와 부동산 문제로 실망을 안긴 송영길·박주민을 서울시장 후보에서 배제했다. 후보들이 앙앙불락(怏怏不樂)하고, 계파 갈등까지 번지자 비대위는 이틀 만에 결정을 철회하고 100% 국민경선으로 돌렸다.  

지역 시·도당이 공천을 관리하는 대전 서구청장과 충남 천안시장 후보를 ‘전략선거구’로 정해놓고, 뭘 어쩌겠다는 ‘일언반구’조차 없다. 난립한 후보들만 몸이 달았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당선 가능성이 줄어든다. 탈당 뒤 무소속 출마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결단이 필요하다. 선거와 정치판이 그렇게 살벌하다. 

지방선거는 중앙당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 입김은 더 세다. 출마자들은 지역 주민의 ‘머슴’이 되겠다고 하지만, ‘배지’와 지역(당협)위원장 ‘머슴’ 노릇이 먼저다. 공천부터 받아야 지역민의 머슴 될 자격을 얻는 까닭이다.

여야는 선거구획정도 법정 시한을 한참 넘겨 법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조건으로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뛸 운동장이 어딘지도 모르는 후보들은 찍소리 못하고 여의도의 ‘처분’만 기다려야 했다. 

이처럼 지역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정당 공천제’를 일부 기득권이 전유물처럼 활용하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정당 공천제 개혁을 요구해왔다.

국회는 감감무소식이다. 지방의원을 수족처럼 부리는데 '공천 족쇄' 만큼 효과적인게 없다는 것을  국회의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당정치의 근간을 이루는 정당공천 자체를 부정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외형만 민주적이지 그 속을 들여다보면 철저히 기득권 투쟁 뿐인 공천제 폐단을 개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충청권은 이번 선거구획정을 통해 충남도의원 5명과 세종시의원 2명이 늘었다. 광역 의원이 늘었으니, 기초의원 수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그것을 두고도 천안이 더 갖네, 아산이 더 갖네 하며 티격태격한다. 다음에는 어디를 떼어 어디에 붙이네, 실랑이가 한창이다.  

지역민의 머슴보다 중앙 권력의 하수인들이 또 늘어났다. 아무래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종 승자는 국회의원들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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