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출신으로 회사 설립한 뒤 승승장구하며 정관계 친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연결되며 창조경제 황태자로 급성장
투자자들 상대 수백억 사기 혐의로 구속 돼 서울구치소 수감 중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경제 황태자로 일컬어질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젊은 사업가다. 수백억대 투자사기 혐의로 현재는 구속 수감돼 있다.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경제 황태자로 일컬어질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젊은 사업가다. 수백억대 투자사기 혐의로 현재는 구속 수감돼 있다.

[지상현 기자]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제기한 뒤 이 대표가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가세연을 고소한 가운데 이 대표에게 성상납 의혹이 제기된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김 대표는 누굴까.

1984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어릴적부터 지역 언론에 이름이 오르 내릴 정도로 신동 소릴 듣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덕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음성이 배출한 대표적인 인물 2명에 꼽힐 정도로 김 대표를 향한 지역사회의 기대와 관심은 컸다.

공부 잘하던 IT신동, 아이카이스트 설립 후 승승장구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간다는 카이스트에 진학한 그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창업을 하게 된다. 김 대표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던 카이스트는 김 대표와 함께 회사를 설립한다. 그렇게 탄생된 회사가 바로 '아이카이스트'다. 20대 중반이었던 김 대표는 아이카이스트를 운영하면서 전세계 최초로 스마트스쿨 시스템을 비롯해 다수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김 대표가 개발한 터치식 전자스크린은 전국 교육청에서 앞다퉈 도입했고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경제 1호 벤처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김 대표의 사업은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김 대표가 만든 제품을 시연할 정도로 아이카이스트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그러던 김 대표가 사법적인 문제로 처음 언론지상에 오른 것이 지난 2014년쯤이다.(적어도 기자 눈에 비친 김 대표가 그렇다는 얘기다.) 당시 김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남경필 경기지사를 위해 남 지사의 정책보좌관을 통해 5000만원을 후원했다. 하지만 선거법상 후원금은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고 개인이 특정 정치인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후원액도 최고 5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궁리끝에 김 대표는 본인과 처, 부모 뿐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과 지인, 심지어 2013년생인 아들까지 총 10명 명의로 각 500만원씩 총 5000만원을 남 지사 후원계좌에 입금했다. 소위 후원금 쪼개기 수법이다. 이같은 사실은 김 대표에게 후원금 쪼개기를 안내한 남 지사의 정책보좌관이 대전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당시 김 대표가 처벌을 받았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 대표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였다.

김 대표가 사기 범행을 저지르던 시기도 이 때부터로 보인다. 검찰 수사 및 법원 재판 과정을 종합적으로 취재한 결과 김 대표는 2013년부터 투자자들에게 접근해 터치스크린과 스마트패드, 아이스마트터지 레이저 기술에 투자해 달라며 그 대가로 지분과 수익을 나눠주겠다고 제안했다.

또 중동 진출과 영국 증시 상장 추진 등을 언급하며 투자 및 대여해 달라고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 투자자들은 김 대표가 박근혜 정권 시절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자랑하는 데다 매년 매출액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언론보도 등을 믿고 투자를 시작했다. 이때 김 대표가 자랑한 정관계 인물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법한 인사들이 많았다.

김성진 대표(사진 가운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자신이 만든 제품을 시연할 정도로 박근혜 정부의 신뢰를 얻었다.
김성진 대표(사진 가운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자신이 만든 제품을 시연할 정도로 박근혜 정부의 신뢰를 얻었다.

박근혜 정부와 연결되며 창조경제 황태자로 급부상..하지만

지난 2017년 공개된 2013~2016년까지 김 대표의 일정표와 메신저 업무지시 대화록, 카카오톡 대화 및 사진 등이 그 증거다. 김 대표의 일정표에는 국회의원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 참모, 고위 공무원, 국가정보원, 언론 및 재계 고위층 인사 등을 총망라해 약 400여차례 만난 사실이 기재돼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지난 2013년 10월께 서울 모처에서 찍은 것으로 확인된 이 사진에는 김 대표와 이 전 대통령이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즈음 박 전 대통령이 김 대표가 생산한 제품을 시연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하면서 김 대표는 창조경제 황태자로 급부상했다.

또 최순실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투자 사기를 벌였다는 녹취록까지 확보해 보도에 인용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정윤회씨와 접촉하기 위해 정씨의 동생인 정민회씨를 부사장으로 채용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해고하기도 했다. 정민회씨를 해고한 뒤 직접 정윤회씨와 접촉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김 대표의 로비와 접대 정황은 일부 인사들과 만남 전 현금을 준비했다는 기록이 그 증거다. 김 대표가 운전기사에게 지시한 내용이 포착됐는데 '100만원권 수표 9장, 10만원권 수표 10장'(2014년 9월 18일), '1000만원권 수표 1장, 100만원권 수표 3장, 10만원권 5장(2015년 12월 10일) 등 10여차례에 걸쳐 현금과 수표 등 돈봉투를 준비한 상황이 나왔다.

심지어 10억원짜리 수표 9장과 1억원짜리 수표 10장 등 100억원 수표위에 김 대표 명함을 올려놓고 찍은 사진도 확인됐다. 수표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중견기업 회장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같은 내용은 당시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보도됐다. 로비와 접대 등에 사용한 금액만 십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 대표의 거짓말이 탄로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김 대표에게 약속 이행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자 결국 사법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2016년초부터 검찰에서 본격적인 수사 소식이 언론으로부터 알려지자 투자자들은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로부터 약속 이행을 촉구받을 때마다 다른 투자자들에게 같은 수법으로 돈을 융통했다. 임시변통식 김 대표의 처사는 검찰 수사를 통해 들통났다.

투자사기 피해자들은 검찰에 여러차례 고소장과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당시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
투자사기 피해자들은 검찰에 여러차례 고소장과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당시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

투자사기 피해자들, 검찰에 고소..구속 수감 이후 유죄 확정

대전지검이 오랜기간 수사를 통해 밝혀낸 김 대표의 사기 범행은 총 9개 혐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허위세금 계산서교부 등), 조세범처벌법위반, 사기, 뇌물공여약속,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등의 혐의다.

검찰은 지난 2016년 10월 18일 김 대표를 17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한 뒤 총 5차례 추가 기소했다. 모두 투자 피해자들로부터 제출받은 고소장을 토대로 진행된 수사 결과였다. 사기 금액은 첫 기소 당시 175억원대에서 추가 기소로 금액이 늘면서 최종 250억원대까지 증가했다. 이 중 무죄를 선고받은 15억 사기를 제외한 240억 가량이 사기 금액으로 법원이 인정했다.

김 대표의 범행은 사기 뿐이 아니다. 아이카이스트와 아이플라즈마, 아이스마트터치, 스마트스쿨, 스마트리라인스티튜트, 아이팩토리홀딩스, 아이스토리 등 7개 회사에서 가공거래를 하는 수법으로 600억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수수한 혐의도 있다. 또 대전교도소 수감 중 교도관을 회유해 자신의 부인과 연락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회사 이사 및 고액 연봉 등의 뇌물을 주기로 약속한 혐의도 추가됐다.

이외에 카이스트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하거나 계약서를 위조해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등 김 대표의 범행은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창제 부장판사)는 2016년부터 1년가까이 동안 무려 20차례의 공판을 열고 사건의 실체 파악에 주력했다. 검찰은 김 대표에게 징역 24년의 중형(벌금 428억)을 구형한 터였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1년에 벌금 61억원. 재판부가 김 대표에게 내린 형벌 수위다.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9개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김 대표는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6개월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9년으로 감형하고 벌금액수도 31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투자 피해자들과 합의한 부분을 재판부가 비중있게 판단했다. 옥살이 2년과 벌금 30억원이 줄어들었다. 

카이스트 문지캠퍼스에 있던 아이카이스트는 김 대표 구속 수감 후 문을 닫고 캠퍼스에서도 쫒겨났다.
카이스트 문지캠퍼스에 있던 아이카이스트는 김 대표 구속 수감 후 문을 닫고 캠퍼스에서도 쫒겨났다.

대법원은 더 이상 감형을 허락하지 않았다. 항소심 판결대로 확정했다. 최종 형량은 징역 9년에 벌금 31억원. 창조경제 황태자에서 수백억 사기범이 된 김 대표는 아이카이스트를 그만 둔 직원들로부터 체불임금과 관련한 소송을 비롯해 다수의 소송이 진행됐거나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아이카이스트마저 국세청으로부터 강제 폐업돼 카이스트 문지캠퍼스에 있던 사무실도 강제로 쫒겨났다. 구속 당시에는 대전교도소에 수감됐었지만 현재는 서울구치소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대표가 로비와 접대를 했다는 정황을 토대로 검찰이 집중 조사를 벌였지만,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현금을 모두 내가 사용했으며, 행방을 모른다'는 등의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가세연이 이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성상납 의혹은 이 대표가 가세연을 고소함에 따라 검경의 수사를 통해 밝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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