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신동, 박근혜 정권 시절 승승장구...수백억대 사기범으로 전락

박근혜 정권 시절 성장가도를 달렸던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는 현재 수백억대 투자 사기범으로 전락해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사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 대표의 안내를 받고 아이카이스트 제품을 시연하는 모습.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성장가도를 달리던 사업가가 사기범으로 추락하는 것은 일순간이었다."

어느 책 구절이 아니다. 대전에서 발생한 희대의 사기사건에 피해를 입은 50대가 깊은 한숨과 함께 기자에게 내뱉은 한마디다.

창조경제 황태자 김성진, 수백억대 사기 혐의로 징역 11년 선고

주연은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다. 조연도 있는 듯 하지만 아직 형사처벌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할 수는 없다. 피해자들은 셀 수 없다. 드러난 것만 해도 족히 80명은 넘어 보인다. 사기 금액만 인정된 것이 240억대. 피해자들은 김 대표가 사기친 금액이 드러난 것보다 최고 2배 이상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과연 무슨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1984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어릴적부터 지역 언론에 이름이 오르 내릴 정도로 신동 소릴 듣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덕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음성이 배출한 대표적인 인물 2명에 꼽힐 정도로 김 대표를 향한 지역사회의 기대와 관심은 컸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간다는 카이스트에 진학한 그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창업을 하게 된다. 김 대표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던 카이스트는 김 대표와 함께 회사를 설립한다. 그렇게 탄생된 회사가 바로 '아이카이스트'다. 20대 중반이었던 김 대표는 아이카이스트를 운영하면서 전세계 최초로 스마트스쿨 시스템을 비롯해 다수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김 대표가 개발한 터치식 전자스크린은 전국 교육청에서 앞다퉈 도입했고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경제 1호 벤처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김 대표의 사업은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김 대표가 만든 제품을 시연할 정도로 아이카이스트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그러던 김 대표가 사법적인 문제로 처음 언론지상에 오른 것이 지난 2014년쯤이다.(적어도 기자 눈에 비친 김 대표가 그렇다는 얘기다.) 당시 김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남경필 경기지사를 위해 남 지사의 정책보좌관을 통해 5000만원을 후원했다. 하지만 선거법상 후원금은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고 개인이 특정 정치인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후원액도 최고 5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궁리끝에 김 대표는 본인과 처, 부모 뿐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과 지인, 심지어 2013년생인 아들까지 총 10명 명의로 각 500만원씩 총 5000만원을 남 지사 후원계좌에 입금했다. 소위 후원금 쪼개기 수법이다. 이같은 사실은 김 대표에게 후원금 쪼개기를 안내한 남 지사의 정책보좌관이 대전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당시 김 대표가 처벌을 받았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 대표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였다.

김 대표가 사기 범행을 저지르던 시기도 이 때부터로 보인다. 검찰 수사 및 법원 재판 과정을 종합적으로 취재한 결과 김 대표는 2013년부터 투자자들에게 접근해 터치스크린과 스마트패드, 아이스마트터지 레이저 기술에 투자해 달라며 그 대가로 지분과 수익을 나눠주겠다고 제안했다.

또 중동 진출과 영국 증시 상장 추진 등을 언급하며 투자 및 대여해 달라고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 투자자들은 김 대표가 박근혜 정권 시절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자랑하는 데다 매년 매출액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언론보도 등을 믿고 투자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운영 중인 아이카이스트와 계열사 6곳에서 가공거래를 통해 600억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진은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부가세 세금 신고서.

투자자들에게 접근해 현혹... 드러난 것만 240억대 사기 범행

하지만 김 대표의 거짓말이 탄로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투자자들은 김 대표에게 약속 이행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자 결국 사법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2016년초부터 검찰에서 본격적인 수사 소식이 언론으로부터 알려지자 투자자들은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로부터 약속 이행을 촉구받을 때마다 다른 투자자들에게 같은 수법으로 돈을 융통했다. 임시변통식 김 대표의 처사는 검찰 수사를 통해 들통났다.

대전지검이 오랜기간 수사를 통해 밝혀낸 김 대표의 사기 범행은 총 9개 혐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허위세금 계산서교부 등), 조세범처벌법위반, 사기, 뇌물공여약속,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등의 혐의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18일 김 대표를 17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한 뒤 총 5차례 추가 기소했다. 모두 투자 피해자들로부터 제출받은 고소장을 토대로 진행된 수사 결과였다. 사기 금액은 첫 기소 당시 175억원대에서 추가 기소로 금액이 늘면서 최종 250억원대까지 증가했다. 이 중 무죄를 선고받은 15억 사기를 제외한 240억 가량이 사기 금액으로 법원이 인정했다.

김 대표의 범행은 사기 뿐이 아니다. 아이카이스트와 아이플라즈마, 아이스마트터치, 스마트스쿨, 스마트리라인스티튜트, 아이팩토리홀딩스, 아이스토리 등 7개 회사에서 가공거래를 하는 수법으로 600억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수수한 혐의도 있다. 또 대전교도소 수감 중 교도관을 회유해 자신의 부인과 연락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회사 이사 및 고액 연봉 등의 뇌물을 주기로 약속한 혐의도 추가됐다.

이외에 카이스트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하거나 계약서를 위조해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등 김 대표의 범행은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재판부인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창제 부장판사)는 지난해부터 1년가까이 동안 무려 20차례의 공판을 열고 사건의 실체 파악에 주력했다. 검찰은 김 대표에게 징역 24년의 중형(벌금 428억)을 구형한 터였다.

재판부는 지난 6일 변론을 종결한 뒤 한차례 선고를 연기하면서까지 신중을 거듭한 끝에 27일 선고했다. 징역 11년에 벌금 61억원. 재판부가 김 대표에게 내린 형벌 수위다.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9개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가 김 대표의 범행에 대해 얼마나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피고인은 대표이사 및 관계 회사의 실제 운영자로서 회사의 악화된 재무상태를 숨기고,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여 투자금 및 대여금 명목의 금원을 편취했다.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금원이 240억 원을 상회하는 다액이고 선행 피해자들로부터 고소당하고 변제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계속하여 사기 범행을 하여 후행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원으로 강하게 항의하는 선행 피해자에 대한 변제를 하는 등 돌려막기식 임시변통으로 피해를 확대시켰다."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의 매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하여 그 공급가액 합계가 600억 원이 넘는 거액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 수수하고, 공문서 및 사문서를 위조하여 행사했다. 언론에 진실성이 확인되지 않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정재계의 유력자들과 친분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투자를 유치받아오는 등 그 범행수법도 무척 불량하다."

"자신에 대한 수사 및 세무조사가 실시된 이후에도 계속하여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구속되어 있는 중에도 자숙하기는커녕 교도관을 매수하여 외부와 접촉하면서 허위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제공하여 투자자들을 현혹하거나 증인들의 불출석을 요청하는 등 자신에 대한 재판 및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계속했다."

아아카이스트는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피해자들 법원 판결 인정 못해...검찰, 정관계 로비 등 수사 나서야

하지만 재판 결과에 대해 피해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이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와 합의를 근거로 양형을 감경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 71명 피해자들은 대책위를 꾸려 재판부에 진정을 냈지만 재판 결과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항소심 재판이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피해대책위는 김 대표에 대한 항소심 과정에서 자신들의 현 상황을 적극 어필하는 한편,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형사 고소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이와는 별개로 검찰도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은 김 대표가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 시절 핵심 인사들과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파헤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사기 행각을 벌일 당시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의 친분을 언급했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순실의 전 남편 동생을 부사장으로 영입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는 미진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그동안 가려져왔던 김 대표에 대한 불법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피해자들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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