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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군들의 사망’ 외면하는 충청 정치권
‘김 군들의 사망’ 외면하는 충청 정치권
  • 류재민 기자
  • 승인 2019.02.19 13: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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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의 눈] 산재 사고, 공학적 아닌 정치적 해결 필요한 이유

지난 14일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로 사망한 김모씨 빈소. 한화 관계자들이 보내온 화환이 줄지어 서있다.
지난 14일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로 사망한 김모씨 빈소. 한화 관계자들이 보내온 화환이 줄지어 서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던 고(故) 김용균(24) 씨. 그는 지난해 12월 11일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해당 사업장은 위험 업무의 외주화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2인1조 업무를 지키지 않았다.

2018년 5월 한화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로 인해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당시 해당 사업장을 특별 감독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486건의 산업안전법 위반을 적발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66건(54.7%)이 ‘공정안전관리’를 어겼다. 노동청이 내놓은 특별감독 보고서는 한마디로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사업장 측은 사고 이후 12명으로 구성된 환경안전팀을 포함한 ‘안전관리 계획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유해·위험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를 담당하는 관리자는 1명에 불과했다. 이 사업장에서는 7개월 뒤인 지난 14일 유사 사고가 발생해 20대와 30대 근로자 등 3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1994년생으로 김용균 씨와 동갑이고, 모두 '김 군' 들이다.

우선,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는 경찰과 소방당국, 노동청이 조사와 특별감사를 통해 밝힐 일이다. 만약 안전 설비에 문제가 있었다면 고치면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왜 20대 청년들이 위험한 무기 공장 생산현장에서 죽어야만 했는지 밝히는 것이다. 이는 공학적 방식이 아닌, 정치적 방식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지역 정치권, 특히 국회의원들은 이번 사고에 적극적이지 않다. 누구하나 팔 걷고 나서는 모습이 안 보인다. 김용균 씨 사망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지역인재를 채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 사업장에서 억울하게 숨진 청년들의 죽음은 외면하면서 말이다. 내 지역 유권자가 아닌 청년을 위한 정치는 없는 것인가. 지난해와 올해 한화 대전사업장 사고로 숨진 청년들 대다수 거주지는 대전과 충청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고(故) 김용균 씨 부모와 면담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고(故) 김용균 씨 부모와 면담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4일 한 인터넷매체 인터뷰에서 “산재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갈등이 만들어져야 하고, 이후 이해관계 당사자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개입이 이뤄져야 하는데, 산재 문제는 그게 안 됐다. 갈등이 생기기보다는 덮기 바빴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산재사고는 회사에서 유가족에게 돈 주고, 개인적으로 사과하면서 덮는 식이었다. 그렇게 여태까지 정리돼 왔다. 정치화는 고사하고 갈등조차도 발생하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첫 출근을 앞두고 양복을 입어보면서 희망에 차있던 김용균 씨는 한국전력 입사를 위해 필요한 경력을 쌓으려 한전 자회사인 서부발전 하청업체에 입사했다. 한화 대전사업장에서 숨진 김 군은 인턴으로 입사해 1개월만에 졸업을 하루 앞두고 사고로 숨졌다. 이 김 군보다 생일이 5개월 늦은 다른 김 군도 지난해 9월 입사하자마자 폭발 우려가 있는 위험 업무에 투입됐다.

정규직 전환과 대기업 정규직 채용이란 꿈과 기쁨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생을 마감한 20대 ‘김 군들의 사망’은 누가 책임질 건가.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 생사기로에 서있는 용균이 동료들이 더 이상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씨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어머니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17년 4월 13일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위험의 외주화 금지 및 원청 책임강화'와 더불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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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2019-02-19 16:54:36
찡하네요. 모두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