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10대 공약에 ‘보문산 개발’...환경단체 반발
대전 진보인사들 “환경운동가 ‘김종남’이 선대본부장인데” 갸웃
녹색연합 “보문산 파괴 개발공약 철회하라” 요구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자료사진.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자료사진.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의 ‘환경관’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허 후보가 10대 공약 중 하나로 ‘보문산 1박2일 관광단지 조성’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허 후보는 지난 17일 이글스파크 신축을 약속하는 자리에서 보문산 일원에 종합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도 함께 발표했다.  허 후보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보문산과 뿌리공원을 연계해 가족 체류형 종합 관광단지를 개발하고 보문산 정상에 대전타워를 건립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환경단체의 반발은 불을 보듯 빤했다. 대전의 상징적 공원인 보문산에 인공구조물을 건설하는 개발계획에 대해 환경단체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성명을 통해 “대전시장 후보들이 환경단체와 만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도시 숲을 개발하는 행정을 중단하고 보전대책 마련을 수용하겠다고 하더니 모순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 후보와 마찬가지로 대대적인 보문산 개발 공약을 제시한 박성효 자유한국당 대전시장 후보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이지만, 허 후보가 더 아파할 만한 대목이다. 

허태정 캠프가 지난 17일 제시한 자료. 이글스파크 신축공약에 보문산 개발계획이 포함돼 있다.
허태정 캠프가 지난 17일 제시한 자료. 이글스파크 신축공약에 보문산 개발계획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녹색연합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방향과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허태정 후보에게는 비수가 될 만한 이야기다. 

대전지역의 진보성향 인사들이 허 후보에게 고개를 갸웃하는 이유는 또 있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전 사무총장이 허 후보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환경문제에 역행하는 공약이 나올 수 있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한국 환경운동의 상징적 단체를 총괄했던 인사가 캠프의 중책을 맡고 있는데, 정작 후보는 환경파괴 공약을 냈다”는 수군거림까지 들릴 정도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종남 선거대책본부장은 “공식적으로 노코멘트”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보문산을 훼손해 대규모 개발을 하겠다는 공약이 아니다”라며 “기존 시설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이 허 후보의 환경관에 대한 의구심을 일소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같은 정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운동장이 이 만큼 기울어져 있으면 표심에 기댄 개발공약을 제시하는 것보다 후보와 당이 추구하는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게 옳다”며 “이긴 선거라고 자만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매몰돼 표 계산만 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전시민의 휴식공간이자 미세먼지 저감 역할을 하며 야생동물서식지인 보문산을 파괴하는 개발공약을 당장 철회하라”는 녹색연합 요구에 대해 허태정 후보가 어떤 답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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