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인 맥락을 가지고 한 행위를 언론이 왜곡한 부분에 대한 면죄부보다 이번 대상을 통해 작가로서 공인을 받은 점이 더 기쁩니다.˝제4회 신세계 미술제 공모전 수상자로 확정된 전 서천 비인중 교사 김인규씨(39 · 사진). 김씨에 대한 기억은 ´인터넷 부부 나체사진... ´이라는 수식어를 달면 쉽게 되살릴 수 있다.
문제의 교사, 말썽많은 미술선생님으로 일반에게 각인되어 버린 그가 공모전에서 당당하게 대상을 차지하였다. 유망한 현대 미술작가를 발굴, 제작비와 개인전을 지원하여 활발한 작품활동을 유도하는 이 미술제에는 전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미술인 1백50명이 매년 출품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이다. 거기에 김씨는 맨 앞에 섰다.
인터뷰에 들어가자 마자 언론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풀려나서 기사를 처음 봤을 때 내가 당사자지만 이런 얼토당토한 선생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할말이 없지요.˝
편파보도로 불편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을 하면서 ˝기사 포맷 자체가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보도의 객관성을 아쉬워했다. 교사로서 요구되는 높은 도덕관과 아직은 은밀해야만 하는 성의 과감한 노출, 부부나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더해진 객관성 부족은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기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지난 5월 사건이 발생한 이후 ´튀기 위해 한 건을 했다´는 주변의 눈길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는 김씨는 ˝미술계는 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가치가 확인된다˝고 보편적인 예술계의 가치관을 일깨워 주었다.
그런 미술계를 형평성이라는 기본적인 취재 수칙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매도한데 대해 여전히 감정은 남아있었다.
˝저를 매도하고 공격하는 측의 말만 듣고 기사를 작성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한 인터뷰가 한번 정도는 있었어야 하는 게 상식 아닙니까˝
그때 왜 그랬는가 보다 인터넷에 벗은 모습을 올리는 것을 아내가 허락을 했었느냐는 점이 더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같이 이해를 해주었고 많은 지원을 하는 입장이어서 흔쾌히 OK를 해주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에 대한 입장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미술교과서에 나오는 나체는 사실 일상적인 몸의 형태는 아니잖습니까. 짜여져 있고 연출되어 있는 물체가 우리의 정상적인 몸을 억압하고 있다는 점이 못마땅했습니다. 더구나 저는 동시대적인 작가여서 동시대 소재를 가지고 작품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일상적인 모델이 나 자신이고 그것 역시 내가 만들려고 하는 구성상 필연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정말 그 사건에 대해 아무런 문제 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을까.
˝예술가로서는 문제가 없는 데 교사로서 문제는 있었습니다.˝
교사를 근엄이라는 잣대로 이분하면서 내부 문제를 사회로 확산시켰지만 어쨋든 사건 8개월이 지나면서 일부를 인정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미술교사가 이런 것은 하면 안된다는 네가티브적인 사회 통념은 미술교사와 예술 교육간에 거리감만 만들어 낸다˝며 현실 교육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과정이 너무 폭력적이었다˝며 ˝나를 변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언론이 야속했다˝고 덧붙혔다.
지난 달 직위 해제된 김씨는 검찰에서 불구속 기소된 만큼 교육당국으로부터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제자들이 가득한 교단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 김중규기자 ·iota-@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