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련의 언론보도가 중요한 사안임에도 축소·삭제되거나 가판에 실린 기사가 정치권 로비나 광고주 눈치보기 등에 의해 배달판에서 빠지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어 편집권 독립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매일 지난 19일자 가판 사설 가 배달판에서는 로 변경됐다. 가판이 나간 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대한매일 고위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야당 주장과 같은 사설을 쓸 수 있느냐,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는데 이젠 정치적으로 마무리할 단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문화관광부나 재경부 등에 대한매일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얘기해 왔는데 이렇게 힘을 빼버리면 어렵다˝며 소유구조 개편 문제도 함께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매일의 한 간부는 이와 관련 ˝처음에는 경찰청장의 퇴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됐으나 논설위원실 내부에서도 반론이 제기돼 내용 일부를 수정했다˝며 ˝하지만 현재 정부와 민영화 문제로 논의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 문제가 악재로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고 말해 청와대의 요청과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대한매일은 또 지난 21일자 1면 머릿기사 를 가판에서 보도했다가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항의를 받고 형식적 교육을 문제삼는 내용을 첨가한 후 제목을 로 바꿨다. 지난 23일자 1면에 보도된 또한 민주당과 총리실로부터 ´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기사가 나가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전화를 받은 후 ´그린벨트´ 관련 기사로 교체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19일 가판 8면에 이란 기사에서 삼성생명이 역외펀드를 통해 계열사 주식과 채권을 투자한도를 초과해 매입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가 배달판에서 란 기사로 대체했다.

 배정근 경제부장은 이와 관련 ˝앞에 배치됐던 기사가 넘어와 지면사정상 불가피하게 기사를 뺀 것˝이라며 ˝가판에 실렸다 배달판에서 빠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며 어떤 로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로비 의혹을 일축했다.

 요즘 언론에서 삼성그룹 관련기사가 축소되거나 빠지는 경우가 많은 데 대해 한 일간지의 경제부 중견기자는 ˝광고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 모든 신문들이 최대광고주인 삼성 관련기사를 쓰는데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며 ˝남들이 안 쓰는데 우리 신문만 쓸 필요가 있느냐란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 관련보도로 인해 비판을 받은 곳은 동아일보와 한국경제. 양사는 지난 11일 국세청이 삼성그룹 이재용씨에 증여세를 부과했다는 사실을 17일자 신문들 중 가장 작게 보도해 기사가치 판단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일 발행된 조선일보 노보도 란 기사에서 조선일보의 17일자 1면 삼성그룹 이재용씨 관련보도에 대해 ˝이재용씨에 대한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도 우리가 여론을 주도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 사안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일부 신문들의 합작품˝이라고 민감한 현안을 주도하지 못한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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