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베이스볼드림파크 ‘활용도’ 부족
클래식전용공연장·아레나 현실성 우려
민선 8기 대전시가 수천억 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공연장 짓기에 몰두하고 있다. 큰 그림이 부재할뿐더러 현실성도 부족해 장밋빛 공약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축 야구장 베이스볼드림파크는 올해 3월 개장했다.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5만 8594㎡규모로 총사업비 2074억 원을 투입한 시설이다. 그라운드에 스탠딩석을 추가 설치해 약 3만석 규모의 대형 공연이 가능한 방향으로 설계를 변경하면서 사업비도 늘었다.
시에 따르면, 현재 기준 내년 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연은 전무하다. 야외 공연이 가능한 계절인 봄부터 가을까지는 프로야구 시즌이 진행돼 사실상 공연이 가능한 시일이 적고, 구장 위탁계약을 맺은 구단 측이 지장을 받지 않는 선에서 대관이 이뤄져야 해 까다롭기 때문이다. 시는 현재 별도의 공연 유치나 홍보 활동도 병행하지 않고 있다.
시 체육시설과 관계자는 “3만 석 규모의 공연을 하고 싶다면 대전에선 베이스볼드림파크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라며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대관이 가능하지만, 아직 내년 예정된 공연은 없다”고 말했다.
제2문화예술복합단지 조성은 민선 8기 이장우 시장 공약 사업으로 현재 타당성조사를 마쳤다. 하지만 시는 아직 계획이 확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타당성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앙투자심사 접수도 내년 상반기로 미뤄진 상태다.
사업의 핵심인 클래식 전용 공연장에는 시비 3434억 원이 소요된다. 원도심인 중촌근린공원에 지하 2층·지상 4층 2500석 규모(연면적 3만㎡)로 콘서트홀, 챔버홀, 편의시설 등을 조성하는 내용이 뼈대다. 시는 기존 대전예술의전당이 다목적공연장으로 쓰이고 있는 만큼, 클래식 전문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예산 전액을 시비로 충당하는 것을 두고 시민사회와 예술계에선 현실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 시립미술관의 2배 규모로 검토 중인 제2시립미술관 등을 함께 조성하는 점을 감안하면, 총 예산은 약 6000억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1만 석 규모 아레나 사업도 불투명
민선 8기 시는 공연장을 겸한 리틀돔야구장 사업을 추진했으나, 대덕구 상서동 지수체육공원 부지에 복합문화시설 아레나 공연장을 짓는 방향으로 사업을 선회했다. 다만 이마저도 추진이 불투명하다.
아레나 공연장은 지상 4층 1만 석, 연면적 2만 5000㎡ 규모로 검토 중이다. K-POP 특화 공연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으로 총 3000억 원 이상의 사업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용역은 당초 올해 내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내년 2월로 미뤄졌다.
시 체육시설과 관계자는 “현재는 연구용역도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결정된 사항이 없고, 확정적이지 않다”며 “효용성을 분석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공연장 설립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 차원의 종합적인 문화예술 인프라 계획이 부재하고, 기존 인프라와 수요 분석, 기초적인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은 설익은 정책이 행정 신뢰와 투명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지역예술 총량에 대한 분석이나 수요 분석, 예술의전당, 연정국악원 등 기존 인프라에 대한 고민도 없이 공연장부터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방향성도, 종합적인 정책이나 전략도 알 수 없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베이스볼드림파크를 예로 들며 “구장은 한화가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데, 비시즌은 동계이고, 실외 공간이기 때문에 공연장으로서 메리트가 부족하다”며 “K-POP 공연장으로 특화하겠다는 대덕구 아레나는 기초조사도 없이 나온 사업이다. 공연 기획사 측면에서 보면 최소 2만 석 이상은 돼야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K 콘텐츠, K 컬쳐가 뜨니 우후죽순 공약이 나오는데, 현실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민 입장에선 희망고문일뿐"이라며 "단순히 공연장 하나 만들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부터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