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단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상담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단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상담학 전공)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율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배우며 성장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도록 격려하고, 교사는 과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사회 역시 선택의 결과를 개인의 몫으로 돌리며, “네가 선택했으니 책임져야 한다”는 규칙을 반복적으로 학습시킵니다. 이러한 과정은 자율성을 길러주지만 동시에 자의식을 날카롭게 세우는 칼날이 되기도 합니다. 자의식이란 단순히 ‘자기를 아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의식하는 심리적 구조입니다. 다시 말해 자의식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고립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 가지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첫 번째, 교실에서 발표를 자주 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나는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자의식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이 자의식은 곧 “나는 늘 잘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바뀌어, 작은 실수에도 크게 흔들리고 좌절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의식이 성취를 이끄는 동시에 불안과 두려움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직장인은 부당한 지시를 받았을 때, 자의식 때문에 쉽게 타협하지 못합니다. “옳지 않은 일에 동참하면 나는 내 신념을 배반하게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자의식은 윤리적 기준을 지키게 하는 힘이 되지만, 동시에 동료들과의 갈등이나 조직 내 고립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세 번째, 인간관계 속에서 자의식이 강한 사람은 친구와 대화할 때도 “내가 지금 잘 보이고 있나?”, “상대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를 과도하게 의식합니다. 이는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와 고립을 만들어냅니다. 반대로 자의식이 지나치게 낮은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면서 관계 속에서 무기력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즉, 자의식은 자율성과 책임감을 길러주기도 하며 성장과 고립의 양면성이 있습니다. 우리를 성취로 이끌기도 하지만, 때로는 타인과 자신을 가두는 벽이 되기도 합니다.

자의식이 높은 사람은 문제 해결에 있어서 독립적인 태도를 보이며, 스스로의 성취에 큰 만족을 얻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때로 외골수적인 집착과 완고함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자의식이 낮거나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여기는 사람은 무기력과 자포자기를 자주 경험합니다. 문제는 이 두 가지가 극단적으로 작동할 때, 개인의 삶은 오히려 불균형으로 흔들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즉, 자율성과 책임감조차도 결국 반복된 학습 경험과 환경적 보상으로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강화의 결과물로서 살아가고 있을까요. 자의식은 우리의 성장을 견인하는가, 아니면 우리를 고립된 섬으로 만드는가. 자의식이 높은 사람은 윤리와 도덕의 기준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물고기는 맑은 물에서 살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타협 없는 원칙주의자는 때로 무리와의 친숙한 교류보다 자신만의 작은 그룹 안에서 안정을 느낍니다. 역설적으로 사회적 단절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자의식이 강한 사람은 부정이나 불의에 민감해 타협하기보다 홀로 서기를 택하고, 결국 그 고독 속에서 자기 정당화를 강화합니다.

우리 뇌의 전전두엽은 자기 통제와 의사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 부분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지나친 자기비판이나 완벽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뇌의 생리적 특성마저 자의식의 함정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입니다. 반대로 자의식이 낮거나 자기 효능감이 부족한 사람은 “내가 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곤 합니다. 이를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합니다. 반복된 실패 경험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조차 하지 않게 만들며, 이는 삶 전체의 활력을 갉아먹습니다. 자의식이 높은 사람은 윤리적 기준에서 벗어나는 일을 견디지 못합니다. 이는 사회 정의에 기여하는 긍정적 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타협 불가능한 완고함으로 작동합니다. 자의식이 강한 사람일수록 타인을 선악으로만 나누며, 회색지대를 인정하지 못할 위험이 큽니다. 이런 태도는 자신에게는 ‘원칙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주지만, 타인에게는 ‘옹고집’으로 비칩니다. 결과적으로 자의식은 도덕적 고결함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양극단을 동시에 낳는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문제는 “나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자의식을 왜곡시켜 끝없는 자기검열과 자기비판의 굴레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상황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때 비로소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자의식이란 결국 자신이 선택한 삶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율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강한 자의식은 자기 확신으로, 낮은 자의식은 무기력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의식 또한 감정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수용할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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