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서산 부석사 불상 관련 원심 취소 원고 청구 기각
재판부, 정부 향해 "문화재 환수 협정 고려 반환 문제 다뤄야"
부석사 신도들 "용기있는 대한민국 판사가 있었으면.."..대법원 상고할 듯

대전고등법원이 고려불상의 소유권을 서산 부석사가 아닌 일본 관음사로 인정했다. 왜구가 약탈했지만, 일본 관음사에서 보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소유권을 인정한 셈이다. 사진은 부석사 신도들 모습. 
대전고등법원이 고려불상의 소유권을 서산 부석사가 아닌 일본 관음사로 인정했다. 왜구가 약탈했지만, 일본 관음사에서 보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소유권을 인정한 셈이다. 사진은 부석사 신도들 모습. 

[지상현 기자]고려시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이하 고려불상)을 둘러싼 충남 서산 부석사 측과 정부 측의 법정 공방에서 항소심 법원이 1심과 달리 정부 측 손을 들어줬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고려불상이 서산 부석사 소유임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정부 차원에서 약탈된 문화재의 반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전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박선준 부장판사, 주심 이선미 부장판사)는 1일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고려불상 유체동산인도 소송에서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고려불상은 고려시대인 1330년 서주 부석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된 뒤 고려말 또는 조선 초기(1526년 이전) 당시 서산 등 서해안지역에 자주 출몰했던 왜구들이 약탈해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보관 중이었다.

하지만 2012년 10월께 절도범들이 훔쳐 대한민국으로 밀반입하다 적발된 뒤 불상은 압수돼 국립문화재연구소 유물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서산 부석사는 불상의 소유를 주장하며 지난 2016년 4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문보경 부장판사)는 지난 2017년 1월 26일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인도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불상을 인도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하면서 불상은 부석사로 옮겨지는 듯 했다. 

하지만 정부를 대신해 소송을 수행 중인 검찰이 항소했고 2017년 1월 31일 대전고법 제1민사부에 사건이 배당된 뒤 6년만에 판결이 진행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려불상의 소유권을 서산 부석사가 아닌 일본 관음사로 인정했다. 서산 부석사의 소유권을 인정했던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전혀 반대의 판단을 내린 셈이다.

우선 항소심 재판부는 1330년 당시 존재했던 서주 부석사가 지금의 서산 부석사로 인정될 만큼 동일성과 연속성을 갖고 유지돼 왔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즉 고려불상이 1330년께 까지는 서주 부석사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 있지만, 서주 부석사와 서산 부석사가 같은 곳인지 인정할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고려 말 잦은 왜구 침략으로 서주지역의 피해가 컸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불상.
고려불상.

항소심 재판부는 왜구가 고려불상을 약탈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했다고 볼만한 정황을 근거가 있지만, 일본의 민법 취득시효 규정에 따라 일본 관음사가 고려불상을 시효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민법 취득시효 규정을 보면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일본 관음사는 법인으로 설립된 1953년 1월 26일부터 20년간 점유했으므로 1973년 1월 26일 취득시효가 인정됐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려불상이 불법 반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의 성질상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지 않으므로 취득시효의 완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이는 우리나라 민법에 의하더라도 마찬가지"라며 "원고가 주장하는 문화재보호법, 유네스코 협약 등은 고려불상에 대해 취득시효의 적용을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국외 반출된 고려불상의 환수는 민사소송에서 결론내릴 수 없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의 소유권에 관한 증명 부족으로 인도 청구를 기각하는 것과 별개로 피고는 문화재 보호를 위한 국제법적 이념 및 문화재 환수에 관한 협약 등의 취지를 고려해 고려불상의 반환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재판부는 고려불상이 왜구의 약탈에 의해 일본 관음사로 전해져 20년 이상 점유하면서 소유권이 일본 관음사 측에 있다고 하더라고 약탈된 문화재인 만큼 정부가 문화재 환수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것을 피력했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부석사 측은 법정 밖에서 즉각 불만을 토로했다. 부석사 측은 "용기있는 대한민국 판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면서 "서주 부석사와 서산 부석사가 다르다는 동일성 부정 때문에 이런 판결이 나온거 같은데 이것과 관련한 사실 입증을 위해 많은 자료를 낸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 관음사 측은 서주 부석사가 1407년 폐사했다고 주장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이나 모든 기록에 의해 사실이 아니며 폐사된 적이 없다"며 "대법원에 가게되면 좀 더 분명하게 하기 위해 부석사를 발굴조사해서라도 현재 부석사가 과거 부석사와 같은 걸 입증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대법원에서 다시한번 판단을 받아보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신도들의 반발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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