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6일 부석사가 제기한 소송 원고 패소 확정
"부석사 제작 봉안 맞지만 관음사가 시효취득" 최종 판단

고려 불상. 자료사진
고려 불상. 자료사진

[지상현 기자]오랜기간 법정 공방 끝에 고려시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이하 고려불상)의 소유권이 충남 서산 부석사가 아닌 일본 관음사에게 있다는 사법부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원고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고려불상 인도소송에서 원고 상고 기각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고려불상은 고려시대인 1330년 서산 부석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된 뒤 고려말 또는 조선 초기(1526년 이전) 당시 서산 등 서해안지역에 자주 출몰했던 왜구들이 약탈해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보관 중이었다.

하지만 2012년 10월께 절도범들이 훔쳐 대한민국으로 밀반입하다 적발된 뒤 불상은 압수돼 국립문화재연구소 유물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어찌보면 절도범들로 인해 소중한 문화재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셈이 됐다.(절도범들은 형사 처벌됐다.)

서산 부석사는 불상의 소유를 주장하며 지난 2016년 4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문보경 부장판사)는 지난 2017년 1월 26일 "피고는 원고에게 불상을 인도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하면서 불상은 부석사로 옮겨지는 듯 했다. 

하지만 정부를 대신해 소송을 수행 중인 검찰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동시에 불상 인도 강제집행 정지 신청을 냈다. 대전지법 민사13부가 검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불상은 부석사가 아닌 대전에 있는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보관 중이다.

검찰의 항소로 진행된 항소심은 지난 2017년 1월 31일 대전고법 제1민사부(주심 이선미 부장판사)에 배당된 뒤 재판을 시작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6년간의 심리끝에 올해 2월 1일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왜구가 고려불상을 약탈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했다고 볼만한 정황을 근거가 있지만, 일본의 민법 취득시효 규정에 따라 일본 관음사가 고려불상을 시효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민법 취득시효 규정을 보면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일본 관음사는 법인으로 설립된 1953년 1월 26일부터 20년간 점유했으므로 1973년 1월 26일 취득시효가 인정됐다고 봤다.

부석사 주지스님과 신도들은 매번 재판이 있을 때마다 법정에 출석해 고려불상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인도를 요구해 왔다. 지상현 기자
부석사 주지스님과 신도들은 매번 재판이 있을 때마다 법정에 출석해 고려불상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인도를 요구해 왔다. 지상현 기자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동산의 취득시효에 관한 일본국 민법의 내용이 우리나라 민법의 관련 규정과 거의 동일해 어느 국가의 법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취득시효의 완성 여부에 관한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일본국 민법을 적용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보조참가인(일본 관음사)이 이 사건 불상에 관한 취득시효가 완성된 1973년 1월 26일 당시의 일본국 민법에 따라 이 사건 불상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불상의 원시취득자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이 사건 불상의 소유권을 상실했다"고 판결했다.

다만 대법원은 고려 불상이 제작 및 봉안된 고려시대 사찰 '서주(瑞州) 부석사'와 서산 부석사가 동일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은 항소심 재판부와 달리 서산 부석사에서 제작돼 봉안된 것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판결에 대해 서산 부석사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부석사 주지와 신도들은 재판이 진행될 때마다 법정에 출석해 고려불상의 소유권 및 인도를 촉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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