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고향사랑기부제가 처음으로 시행되면서 지역 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향사랑기부 원스톱시스템인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갈무리.
올해 들어 고향사랑기부제가 처음으로 시행되면서 지역 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향사랑기부 원스톱시스템인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갈무리.

올해 1월 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작됐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가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지역을 제외한 지자체에 기부하면 10만원까지 전액 세액을 공제받고 초과분에 대해선 16.5%의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이와 함께 기부자는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가격의 지역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선택하여 받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인구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는 재정을 확보하고 관계인구를 늘릴 수 있다. 또 지자체는 이렇게 확보한 재정을 활용하여 지역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동안 각 지자체는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제정 이후 제도 운영을 위한 조례 제정, 답례품 선정, 기부받을 창구 지정 등을 진행했다. 온라인 기부가 일반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고향사랑e음’이라는 기부 플랫폼을 개발하여 기부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기부자 대다수는 이 사이트를 통해 기부할 지자체와 답례품을 선택하여 기부에 참여할 것이다. 

‘고향사랑e음’이 시행 초기라 미흡한 점도 발견된다. 프로세스상 오류와 복잡한 절차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인해 고향사랑기부제 공공플랫폼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고향사랑기부제와 유사한 고향세를 처음 시작한 일본 역시 처음에는 여러 혼란이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 보완을 통해 지금의 성공적인 제도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의 경험을 살펴보면, 고향사랑기부제가 금방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본도 고향세 도입 초기 몇 년간 인지도가 낮아 참여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원스톱 세금환급시스템 구축, 답례품 제도 도입, 그리고 지방창생응원제도 등 기부자 중심의 정책 연계를 통해 참여자와 모금액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그중에서 고향세의 성공에 큰 영향을 준 것은 기부 참여를 편리하게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활성화였다. 

기부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기부할 지자체를 선택하고, 답례품을 찾아보며, 세제 혜택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한다.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를 통해 고향세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였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다양한 기부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홍보 플랫폼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주목할 점은 고향세를 주관하는 총무성이 운영하는 정부 사이트도 있지만, 40여 개 민간플랫폼의 활성화이다. 지방에서 지역발전을 주도했던 민간기업들이 개발한 후루사토초이스 같은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이었던 라쿠텐이 운영하는 라쿠텐후루사토납세 사이트도 있다. 심지어는 항공사나 철도회사, 그리고 등산의류회사도 고향세 기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민간플랫폼의 등장으로 지자체들은 여러 플랫폼에 입점하여 자치단체의 모금이슈와 답례품을 홍보하며 고향세를 모금하고 있다. 또 지자체가 기획하고 주도하는 지정기부 방식인 GCF(거버먼트 클라우드 플랫폼: Government Cloud Platform) 등 다양한 형태의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고향세 기부와 답례품 제공을 통해 형성되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활발한 지역문제 해결 등 고향세를 통해 새로운 지역 중심의 경제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고향사랑기부제는 행정안전부(일본의 총무성)로 대표되는 중앙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또 지역의 특성과 형편에 맞게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열려있는 제도가 되어야만 활성화될 수 있다. 중앙정부가 과도하게 역할을 해도 문제이고 그렇다고 지자체가 알아서 하도록 방임해도 안 된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본래 목적인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양자 간 균형을 통한 협력적 관계가 필수적이다.

민간과 지방에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자치와순환연구소장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자치와순환연구소장

이런 측면에서 이제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에 아쉬운 것은 지자체의 자율과 민간플랫폼의 역할을 활성화하려는 관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고향사랑e음은 각 지자체들에게 모금에 필요한 기본적 조건을 갖추어 주는데 그 역할이 있다. 지자체 간 기본 요건을 맞추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핵심적인 역할이 될 것이다.

다른 한 편에서는 최소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고 다른 편에서는 과열 경쟁과 이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대응도 필요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어느 지자체에도 치우치지 않고 지역이 골고루 고향사랑기부제가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지자체를 획일적인 기준에만 맞춘다면, 균형발전이나 소멸지역 대응이라는 고향사랑기부제 본래 취지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개별 지자체가 지역 내 사업자들이나 주민들과 협력해서 차별적인 답례품을 개발하고, 차별적인 이슈로 기부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차별적인 답례품 개발이나 지역 현안을 분석해 적절한 지정기부 이슈 정리는 지자체와 민간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제대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도를 주도하는 중앙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모금 주체인 지자체가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 지자체는 홍보 등에서의 역할에 제한이 있다. 따라서 지자체는 협력할 수 있는 홍보, 마케팅 등 전문 기업이나 단체와의 협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 지자체는 지역 내 다양한 민간 주체들과 기부금을 활용한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이어야 모금에 성공할 수 있다. 

특히 제도가 시작되는 초기에 각 지자체에 기부를 촉진할 수 있도록 홍보와 마케팅 전문역량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홍보와 마케팅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지자체의 업무를 대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의 답례품에 기부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과 홍보를 통해 지자체 간 차별성을 부각해야 한다.

고도의 창의성과 다양한 접근을 수용하기 위해서 민간플랫폼이 필요한 것이다. 공공플랫폼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다양성을 보완하며 고향사랑기부제의 정착과 확산의 파트너로 민간플랫폼을 역할하게 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췄을 때 고향사랑기부제는 다양한 민간이 참여하면서 활성화되고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플랫폼의 역할은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통해 지방소멸 대응과 균형발전에 재원이 골고루 분배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민간은 차별화된 지역의 특성을 살린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모금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렇게 중앙과 지방, 민간이 서로 협력하고 노력해야 고향사랑기부제는 조기에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목표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기부를 늘리는 것이 되어야 한다

공공플랫폼이 정책과 제도를 주도하고 대국민 홍보를 통해 고향사랑기부제의 전체적인 방향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고객민원 대응 업무, 신속한 지역 이슈 소개와 대응, 답례품 홍보 실무 등은 위탁 대행 시스템으로 민간과 협력해야 할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머리가 정부라면 손발은 민간이 하는 구조로 추진해야 한다.

민간과의 공조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지정기부금법에는 ‘그 밖의 장소’가 명시되어 있다. 즉 공공기부플랫폼인 ‘1365 기부 포털’도 있지만 ‘해피빈’이나 ‘같이가치’가 우리나라 기부 문화를 함께 주도하고 있다. 지난 선거 때 정치후원금을 ‘정치후원금센터’에만 후원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니라 민간플랫폼인 ‘토스’와 연계해 기부를 가능케 한 사례도 있다.

이렇듯 고향사랑기부제 역시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해 전체적인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공공이 제도에 대한 공신력을 높여가고 민간이 시장을 확대하고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고향사랑기부제는 처음 그 문을 열었다. 제도 정착에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을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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