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통제 욕심, 플랫폼 몰이해 등이 원인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부 교수. 지난 8월 18일 국립순천대학교 사회과학관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발전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모습. 황재돈 기자.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부 교수. 지난 8월 18일 국립순천대학교 사회과학관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발전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모습. 황재돈 기자.

행정안전부는 절차가 복잡해 기부가 늘지 않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금 온라인 모금 시스템인 고향사랑e음의 회원가입 절차를 간소화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방법은 민간의 카카오톡을 이용해 고향사랑e음에 접속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고향사랑e음의 회원가입 절차는 지금보다 간소화될 것이지만, 이것으로 이용자들의 편의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한 과대포장이다. 플랫폼의 로그인 기능은 어느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한 번은 거쳐야 할 단계로 그 단계를 개선한 것 만 가치고 고향사랑e음의 개선과 고향사랑기부제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고향사랑e음, 로그인만 불편한 것일까?

고향사랑e음 이용자에게 근본적으로 불편한 것은 로그인 기능이 아니라, 제도의 본질에 해당하는 기부와 답례품 선정 과정이 기부자 친화적으로 운영되느냐의 문제이다. 오류 없이 진행되는 것은 기본이고, 나아가 기부자가 기꺼이 기부하고자 하는 지자체를 선택하고, 원하는 답례품을 선택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고향사랑e음 게시판에는 초기에 등장하던 답례품 선택 오류, 전산오류에 의한 이중 기부, 기부포인트 생성 논란, 지방세외수입시스템 오류에 의한 기부 불가 등과 같은 기본적 프로세스 오류와 이에 대한 문의가 올라와 있다. 즉, 고향사랑e음과 연결된 기부자의 주소지 확인, 기부한도액 확인, 답례품 선정과 관련한 기능들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전히 고향사랑e음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부하고자 해도 기부하는 과정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작동에 오류가 나타난다는 것은 기본적인 시스템 설계나 연계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의심하게 된다.

기부를 받아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 고향사랑e음의 핵심 기능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기부자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하여 기꺼이 기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현재의 고향사랑e음이 이러한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제공하고 있을까? 국정감사를 앞두고 많은 의원실에서 쏟아내는 국감보도자료를 보면 제도 시행 9개월을 지나는 현재 모금 상황은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는 평이다.

지자체별로 평균 1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던 모금액의 절반은 그만두고 1/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온라인은 고향사랑e음으로 오프라인은 농협창구를 통해서먼 기부할 수 있도록 하여, 지자체의 손발을 묶어 놓으니 모금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민간플랫폼 통제하려는 행정안전부의 속내

이런 상황에서 행정안전부가 법 개정을 통해 민간플랫폼을 허용하겠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러나 법 개정을 통해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에 참여하는 민간플랫폼을 행정안전부가 승인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모양새다. 고향사랑기부제 운영의 경직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고, 지자체의 자치사무인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권한을 여전히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운영되는 네이버 해피빈이나 다음의 같아가치와 같은 모금플랫폼을 행정안전부가 승인했나?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고향사랑기부제와 유사한 정치자금법, 재해구호법, 기부금품법과 비교해봐도 어디에도 행안부가 승인해서 기부사이트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 않다. 근본적으로 방향이 잘못 잡힌 것 같다. 행정안전부가 없는 권한을 법 개정을 통해 만들고, 고향사랑기부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자체의 자치사무인 것을 고려하면, 지자체가 지자체 상황에 맞는 전략으로 모금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형태로 운영되어야 한다. 지자체의 자율과 창의가 보장된 상황에서 고향사랑기부제가 성공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가 앞으로도 유지하려는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한 지자체에 대한 관리통제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플랫폼을 이해하지 못하는 행정안전부

플랫폼은 다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수요자가 서로 만나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이용자가 많을 수록 또 넓은 범위를 포괄할 수록 플랫폼의 효과가 커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포탈은 물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서비스에서 부터 온라인 쇼핑에 이르기까지 대세를 형성한 것이 플랫폼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경우에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기부자들이 240여 개의 광역과 기초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려면 플랫폼 방식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지자체의 답례 품도 수시로 변화하고 기부를 하는 기부자들도 언제 어떻게 기부를 하게 될지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지자체가 기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다양한 지정기부 사업을 제시한다면 더욱 더 복잡한 관계들이 온라인에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이 것이 고향사랑e음이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 이유이다.

고향사랑e음을 주도하고 있는 행정안전부가 과연 이러한 플래폼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행정안전부가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고향사랑e음은 지자체가 기부자에게 답례품을 업로드해 알려주는 것 이외에는 다른 어떤 기능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어디에 기부할 것인지, 왜 기부하는지, 기부하면 어떤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그냥 기부하라고 하는 것이고 기부하면 해당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답례품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연결해주는 기능만 제공한다.

고향사랑e음의 접속 편의를 개선하는 것을 가지고 플랫폼 기능을 제공한다고 하는 것은 침소봉대의 과장일 뿐이다. 플랫폼의 본질적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기능개선을 통해 편의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플랫폼이 되게 하지 못한다.

고향사랑기부 활성화, 행정안전부 결단이 필요하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출발하던 작년에 고향사랑e음 시스템 구축비, 운영비로 지자체는 3000만원 넘게 갹출해서 부담했다. 내년에도 금년도 모금액 대비 차등 갹출을 하겠다고 지자체에 통보했고, 지자체 평균 150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하는 모양이다.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는 독자적인 모금전략을 전혀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시스템 운영비는 꼬박꼬박 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행안부가 독점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 사이트닌 고향사랑e음의 획기적인 전환 없이는 내년도 모금도 올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제도적으로 실질적인 민간 플랫폼이 가능함에도 이를 막고 있는 규제를 바꾸지 않으면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들에게 ‘비용만 있고 혜택은 없는 돈 먹는 하마’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고향세는 해가 갈수록 모금액 확대에 성공하는데, 그 제도를 벤치마킹하여 도입한 고향사랑기부제는 왜 모금이 저조한지 행정안전부는 되돌아봐야 한다. 두 제도를 비교하며 일본은 세제이고 우리는 기부제라는 차이를 강조하거나, 문화적 차이를 가지고 지금의 실패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한 차이점은 이미 제도를 도입할 때 알고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 우리의 상황에서 필요한 조건과 성공요인을 명확히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도 제도 성공의 가장 큰 조건은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로서 행정안전부의 태도가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지자체가 어려운 재정 여건을 극복하고, 또 지역문제 해결의 새로운 도구로서 고향사랑기부제를 능동적으로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본질 먼저 이해해야 

고향사랑기부제의 본질은 지자체가 기부금을 모금해서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지자체는 답례품 제공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금사업을 통한 지역문제 해결 과정에서 지역의 문제는 지역이 해결하는 지방자치를 실질화 할 수 있다. 이게 고향사랑기부제의 본질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현실은 절망에 가깝다. 지자체들은 모금이 목표했던 만큼 되지 않고, 기대했던 답례품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고향사랑e음 운영에 대한 부담은 따박따박 청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담당자들은 고향사랑기부제 자체를 포기하고 싶은 심정을 토로한다.

올해 국세 수입이 역대 최대인 59조 원 가량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지방교부세가 11조 6천억 원가량 줄어들고 지방세마저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자 지자체 재정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재정적 압박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가 고향사랑기부제가 될 수 있다. 마르고 있는 재원을 확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 재원을 어떻게 쓸 것인가도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향사랑기부제를 지자체 자율로 운영해보도록 허용해야 한다. 지정기부제를 통해 지역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민간 플렛폼을 통해 답례품은 물론 관계인구를 확보하는 시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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