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민간플랫폼 활용한 차별화 전략 고민해야

올해 들어 고향사랑기부제가 처음으로 시행되면서 지역 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향사랑기부 원스톱시스템인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갈무리.
올해 들어 고향사랑기부제가 처음으로 시행되면서 지역 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향사랑기부 원스톱시스템인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갈무리.

올해 1월 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작됐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을 오픈하고 각 지역의 답례품을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고향사랑기부가 오직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민간 플랫폼을 제한하는 행정안전부의 지침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고향사랑e음 개발비로 이미 상당한 세금을 소진했다. 행정안전부 설명에 따르면 시스템 구축비는 70억 3000만원으로 현재 243개 지자체가 2900만원씩 부담하기로 돼 있다. 또한 2023년 시스템 운영비는 20억원으로 243개 지자체가 800만원씩 균등 배분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비용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평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 유지비용이 지자체에 더 많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2월 행정안전부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 설명회를 열었다. 지자체는 시스템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으나, 비용이 없어 기부 관련 문자 발송도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만을 확인했다.

즉 고향사랑e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에서 더 많은 재정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향사랑e음의 문제 개선을 위해 지자체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이에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온라인 마켓의 발 빠른 진화

온라인 마켓은 진화하고 있다. 얼마 전 대화형 인공지능인 CHATgpt4가 선보여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지식 플랫폼 시장에 일대 변환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포털과 이커머스 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발 빠른 인공지능이 시장을 분석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수십 초 만에 전달할 것이다. 시스템상 오류를 빠르게 잡아내 하루가 채 안 돼 개선할 것이다. 이는 곧 온라인 마켓이 보다 빠르고 편리한 시스템으로 개편될 것을 의미한다.

고향사랑기부 플랫폼도 그 속성상 쿠팡이나 네이버 쇼핑 같은 ‘이커머스’에 속한다. 여기에 지정기부 플랫폼도 담아내야 한다. 즉 카카오의 같이가치나 네이버에 해피빈 같은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역할도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고향사랑e음은 아직 지정기부 시스템조차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도 이러한데 공공 플랫폼에서 빠른 기술의 속도를 맞춰가며 최적화된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 인공지능의 도입은 플랫폼이 더 직관적으로 변화할 것을 의미한다. 즉 시간이 갈수록 사용자들은 짧고 편리한 프로세스를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고향사랑e음은 행정 관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결재 단계가 많고, 민간 플랫폼에 비해 프로세스도 복잡하고 직관성이 떨어진다. 이런 문제는 지자체의 행정과부화를 낳을 소지가 크다. 시스템 사용이 쉽고 편리해야 공무원들의 노동력이 줄고 효율적인 관리를 이룰 수 있다. 또한 민간 기부 플랫폼 시장은 AI기술의 빠른 발전을 통해 인간 노동력으로 구현하지 못하는 기부 투명성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 이는 기부자들의 기부 신뢰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고향사랑e음은 이러한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정기부조차 구현이 안되는 상황은 기부자의 알권리, 선택할 권리마저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 기준에서 보자면 상당히 망신스러운 일이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자치와순환연구소장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자치와순환연구소장

민간플랫폼이 대안

결국 답은 민간플랫폼 활성화에 달렸다. 공공플랫폼 만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끌고 가면 동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우리 보다 앞서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한 일본은 연간 8조원이라는 돈을 모금하고 있다. 대부분이 민간플랫폼을 통해서 모여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추진력을 현재까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간 지나친 과열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민간플랫폼을 제재하고 있다. 이는 현실을 모르는 잘못된 진단이다. 과열이 예상 된다고 시장이 아직 정착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재를 가한다면 시장은 과열이 아니라 오픈조차 못할 것이다. 이는 마치 경기가 과열될까봐 경기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3개월 지난 시점, 현재 고향사랑기부제는 답보 상태다. 지난 3개월간 지역 유명인과 출향인들에게 기부를 유도해 일정 부분 모금이 되었지만 이는 제도 초기에 나타나는 일종의 ‘컨벤션 효과’라고 볼수 있다. 기부자들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기부를 민간 크라우드 플랫폼에 할 수 있으며 지역의 특산물을 다양한 온라인 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향사랑기부 플랫폼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더 높은 자유도가 주어져야 한다.

민간 플랫폼을 통한 차별화된 지정기부와 답례품

결국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기부자들의 효능감을 끌어올리고 유지할 수 있는 지정기부다. 지정기부에 참여한 기부자들이 기부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보다 큰 기부를 유도할수 있다. 각 지자체의 현안을 분석하고 필요한 모금 항목을 제시해야 한다. 전문성과 공익성을 융합하며 국민들을 대상으로 매우 세밀한 홍보를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기부자들이 일회성 기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지역에 관심을 갖고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차별화된 답례품을 구성해야 한다. 감사의 표시로 기부자들에 드리는 답례품이지만 답례품 자체의 경쟁력 때문에 기부를 하는 인구도 상당하다. 결국 시장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민간 플랫폼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지정기부와 답례품에 대한 고객 민원을 민간플랫폼이 대행하기 때문이다. 기부 횟수가 많고 기부금액이 클수록 민원의 횟수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즉 전문적인 CS를 처리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일본의 최대 고향사랑기부 플랫폼인 ‘후루사토 초이스’는 직원의 3분의 1가량이 CS 전담 직원이다. 그러나 고향사랑e음은 현재 고객 불만 사항이 제대로된 접수 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런 고객 불만 역시 고스란히 지자체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 인원과 전문성을 지자체가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고향사랑기부제가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독점플랫폼 하나만으로는 어렵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고 온라인 플랫폼의 혁신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양질의 CS를 제공할수 있어야 한다. 기부자들은 굳이 불편한 고향사랑e음을 사용해야할 의무는 없다. 소비자들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을 위해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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