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쎈 충남’과 ‘일류경제도시 대전’의 공통점 ‘성과주의’

지난 4일 간부공무원과 회의에서 질책성 발언을 하고 있는 이장우 대전시장(왼쪽)과 김태흠 충남지사. 자료사진. 
지난 4일 간부공무원과 회의에서 질책성 발언을 하고 있는 이장우 대전시장(왼쪽)과 김태흠 충남지사. 자료사진.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취임 100일을 맞아 일하지 않는 조직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두 단체장의 질책성 발언은 속도감 있는 정책추진과 가시적 성과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 점이 많다.

먼저 이장우 시장은 지난 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후임자가 와서 전임자가 하던 일이라며 전임자 핑계를 댄다. 또 용역을 하고 1~2년 시간을 끈다”며 “3개월 안에 할 수 있는 용역을 1년씩 한다는 것은 시간낭비이자 무능”이라고 질책했다.

이 시장은 “여러분은 열심히 일하고, 최종 결정은 시장이 하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좋은 계획을 짜면 신속하게 정책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일을 제대로 빠르게 추진해 성과를 신속하게 내는 것이 좋다”고 속도감 있는 정책추진을 강조했다.

같은 날 김태흠 지사도 실국원장 회의에서 “실국원장들은 아직 민선8기 도정방향과 가치 공유를 하지 못한 것 같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갈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안 된다’고만 하면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김 지사는 이어 “도민이 제게 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민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남길지, 무엇을 이룰지 고민 속에서 살고 있다”며 “실국원장 역시 남은 공직생활에서 어떤 족적을 남길까 고민하며 함께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양승조 전 충남지사가 이끈 민주당 지방정부의 무능을 부각시키며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한 두 단체장이 ‘취임 100일’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방권력 교체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빠른 성과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그러나 두 단체장의 이 같은 직설화법이 공직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직사회가 권위주의 리더십에 익숙하다고는 하지만, 이른바 MZ세대가 대거 공직에 입문하면서 세대갈등을 겪고 있는 중이다. 공직 내부에서 권위주의 리더십에 대한 반감 또한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상명하복이 중장년 간부공무원들에게 먹힐지 모르지만, 그 연결고리가 초임 공직자들에게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특히 공직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승진욕’ 등 능력주의 자체가 과거와 달리 많이 약화됐다는 것이 공직 내부의 중론이다. “전진 앞으로”를 외치는 장군형 리더십이 더 이상 공직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야를 돌려 선출권력이 아닌 공직자의 입장에서 행정을 바라보자. 공직자들은 공들여 쌓은 모래성을 리더가 바뀔 때마다 허물어야 하는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 애써 쌓은 모래성을 허물고 또 다른 모래성을 쌓으라는 명령만 난무한다. ‘시민을 위해 복무하는 공직’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시민’은 시민 그 자체가 아니라 시민이 뽑은 선출 권력일 따름이다.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많은 공직자들이 ‘정책의 연속성’을 걱정하고 있다. 선출 권력인 단체장이 자기 가치관과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고유정책 몇 가지를 간판으로 내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전임 단체장의 치적 지우기를 위해 불필요한 정책 전환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자치단체장의 지나친 성과주의는 오히려 공직사회를 병들게 할 수 있다. ‘힘쎈 충남’과 ‘일류경제도시 대전’이 지나친 성과주의에 매몰된다면, 행복이나 공감, 소통과 같은 정신적 가치가 무능으로 몰리게 되고 공직자들에게 개인의 권리보다 조직을 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시민과 도민을 위해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그 의지는 높이 살 만하지만, ‘취임 100일’ 가속페달에서 잠시 발을 떼고 숨 한번 고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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