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후보 표명할 수 없는 ‘우리 언론의 한계’
공동체에 덜 해로운 후보...‘차악을 선택하시라’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충청권 여야의 막판 선거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자료사진.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충청권 여야의 막판 선거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자료사진.

대전시장 선거전에서 ‘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선거 전 1개월 동안 진행됐던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혼전 양상이 펼쳐졌을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허태정 후보측과 이장우 후보측 어디도 ‘완벽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전략상 양측 모두 승리를 장담하고 있지만, 여야 지도부가 선거전 막판 대전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번 대전시장 선거전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대전시장 선거전을 취재하고 있는 지역 정치부 기자들의 의견도 ‘반반’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혹자는 현역 시장 프리미엄에 지역 국회의원 전석, 구청장 현역 전석 등의 막강한 화력지원을 보유한 허태정 후보의 우위를 점치기도 하고, 혹자는 정권교체에 따른 바람을 타고 있는 이장우 후보의 우위를 점치기도 한다.

당선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뛰어다니는 후보나 캠프 관계자들과 달리 언론인들이 한가로운 관전평이나 늘어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대단히 잘못된 비판은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언론에 기계적 균형을 요구하는 공직선거법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 언론이 특정 후보의 정책적 모순이나 인물 검증에 나설 수 있지만 편파성 논란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같은 맥락에서 어떤 후보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왜 더 좋은지를 말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럴 때, 언론의 가장 쉬운 선택은 ‘양시양비론(兩是兩非論)’일 수밖에 없다. 이쪽도 문제고 저쪽도 문제라는 식의 기계적 균형이다. 양측의 네거티브를 모두 다뤄주고 ‘혼탁선거, 과열양상’으로 몰아가면 그만이다. 결국, 유권자의 ‘정치혐오’만 부추기는 것이 언론의 역할일 뿐이다.

언론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이 시점 우리 공동체에 필요한 리더는 누구다’라고 지목할 수 있어야 한다. 해당 언론이 내세우는 명분과 논리가 타당한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엉뚱한 논리와 명분으로 대중의 생각과 괴리된 주장을 펴는 언론은 ‘경쟁체제’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해외사례를 금과옥조처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미국이나 유럽 언론이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해 분명하게 지지표명을 하고 있는 부분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뉴욕타임즈는 160년 동안이나 이어 온 전통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은 바이든’이라는 제목의 입장까지 냈다.

권력지향에 줄서기까지 만연한 우리 언론에 그런 자유를 허(許) 할 수 없다는 비판, 언론의 지지후보 표명이 가져올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 2022년 대한민국 언론이 직면한 현실 앞에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라는 중대한 선택의 시간이 ‘정치혐오’로 저물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서 독자들에게 할 수 있는 후보자 선택에 대한 유일한 입장표명이자 조언은 하나에 불과하다. ‘그동안 뉴스를 통해 접한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종합한 뒤, 그나마 우리 공동체에 덜 해로운 ‘차악(次惡)’을 선택하시라’. 이것이 혐오만 불러일으키는 정치뉴스 속에서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