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허태정 전선,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정치쟁점화 
야구장 신축 ‘흔들’...허구연 “연고구단 떠날 수도” 경고
공론화 결과물 멈추려면, 상응하는 시민의 동의 있어야

지난 2019년 5월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사업 자문위원회'에서 당시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고문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지난 2019년 5월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사업 자문위원회'에서 당시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고문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허구연 KBO 총재가 대전의 정치논란 한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베이스볼드림파크 건설을 위한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문제가 지역 정치권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자 “야구장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건 정치에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한화이글스) 연고지 이전까지 거론했다. 

정치가 스포츠를 흔드는 것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다. 허태정 대전시장을 코너에 몰아붙이며 한밭운동장 철거 중단을 요구하던 다수의 대전시장 예비후보 등 정치권은 이제 여론의 눈치를 살펴할 처지에 놓였다. 허구연 총재의 대중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야구팬 등 민심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인 까닭이다. 

실제로 허 총재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한밭운동장 철거 반대에 나섰던 대전시장 예비주자 한 명은 “새 야구장 건립을 반대한 적이 없다”며 “한밭운동장 철거만 반대하는 것일 뿐, 베이스볼 드림파크는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긋기에 나섰다. 혹시 모를 야구팬 등의 반발을 피해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허구연 총재의 말 한마디가 대전 정치권을 술렁이게 만든 이유는 그가 가진 대중적 영향력 때문이다. 대전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지역의 유력 정치인보다 허구연의 입김이 더 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허 총재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KBO 총재고문이었던 허 총재는 "대전에 야구장 신축을 공약하는 시장 후보가 나온다면 몇 만표는 몰아 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고, 곧이어 유력 후보들이 야구장 신축 공약을 꺼내놓기도 했다. 스포츠와 문화가 정치를 호령하는 시대임을 입증하는 사례다.

물론 정치가 그 무엇과 비교하지 못할 막강한 힘을 갖는 경우도 있다. 대중의 절대적 지지가 있는 경우다. 촛불광장의 힘이 ‘대통령’이라는 절대 권력마저 끌어내린 경험을 우리는 함께 공유하고 있다. 반대로 대중의 지지, 시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정치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허공의 메아리로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대목에서 대전지역 정치권에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행정절차상 실행단계에 접어든 ‘한밭운동장 철거’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정치는 과연 얼마나 큰 대중적 동의를 얻고 있나. 물론 실행 중인 행정이라도 시민의 광범위한 반대의사가 분명하다면, 즉각 중단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지금 한밭운동장 철거에 반대하는 정치의 이면에 시민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경쟁구도만 선명하게 보일 뿐이다. 

행정을 중단시키기 위한 ‘시민의 결집된 의사표명’이 있다면,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그런 정치가 이뤄졌다면 허구연 총재의 말 한마디가 지역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는 일은 애초에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베이스볼 드림파크 건립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오랜 기간 논란과 공방이 있었고, 지금 진행 중인 행정절차는 ‘공론화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새 야구장을 어디에 건설할 것인지 입지경쟁이 치열했고, 진통 끝에 현 한밭운동장을 철거한 후 새로 건설하는 것으로 논란이 일단락된 바 있다. 

허구연 총재의 말처럼 ‘정치가 스포츠를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엄밀히 말해 ‘시민 없는 정치가 행정을 흔들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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