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열세 번 째 이야기] 민심 못 읽는 정치로 자만하지 마시라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에서 민주당 소속 총선 후보들이 필승을 결의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에서 민주당 소속 총선 후보들이 필승을 결의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알다가도 모르는 게 충청도 민심이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특유의 지역정서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중도 성향이 강하다. 역대 총선이나 대선에서 충청도가 ‘캐스팅보트’라고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코로나19가 변수가 되긴 했지만, 21대 총선을 앞둔 충청 민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중원에서 압도적 승리로 정국 주도권을 쥐고 싶을 게다. 그래야 총선 이후 재집권의 그림을 그리기 쉬울 테니.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다. 앞서 언급했듯 충청도는 기본적으로 ‘몰표’를 주지 않는다.

민주당은 충청권에서 미래통합당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민주당과 통합당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20대 국회 대전‧충남 의석수는 ‘10(민주당)대 8(통합당)’. 여기에 코로나19에 선거운동이 제한되면서 분위기는 ‘현역 우세’로 흐르고 있다.

충청권은 TK(대구‧경북) 다음으로 통합당 지지율이 높다. 역설적으로 충청도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높지 않다. 중도층도 두텁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비례대표 위성정당 꼼수에 실망한 중도층이 얼마나 투표소에 갈지도 미지수다.

충청권은 또 보수보다 진보에 열세한 지역이다. 민주당이 충청권에서 압승할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다. 한 예로 충남 홍성‧예산은 32년간 민주당이 한 번도 못 이겼다. 공주와 선거구가 합쳐진 부여‧청양도, JP와 그 후예들의 대물림에 보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대전에선 원도심 지역인 동구와 중구, 대덕구가 보수 우위지역으로 손꼽힌다. 

민주당은 3년 전 지방선거 당시 충청권에서 압승했다. 하지만 그건 충청권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전국적인 승리의 일부였다. 압승한 배경도 박근혜 탄핵에 따른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단죄였지, 민주당이 예뻐서가 아니었다. 민주당은 집권에 성공하고, 지방정부도 장악했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입장이 뒤바뀐 그들이 지난 3년간 지역을 위해 한 일은 무엇인가.

정부와 청와대 인사에 힘 한번 써 봤나. 영호남보다 많은 예산을 가져왔나. 당대표가 충청 출신인데 지역 최대 현안인 혁신도시 지정은 당론 채택도 없었다. 관련법이 통과되니 공치사만 열심이다. 혁신도시 법안 통과는 궁극적으로 대전‧충남 지역민이 이루어낸 값진 성과물이다.

민주당 충남지역 총선 후보들은 며칠 전 합동기자회견에서 혁신도시 지정을 ‘핵심비전’이라고 들고 나왔다. 나머지 공약들 역시 참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기대효과나 재원 조달계획 같은 구체적 설명도 없었다. 그러면서 후보들의 경쟁력이 좋다느니, 정당 지지도가 앞선다느니 자화자찬에 골몰했다. 어기구 도당위원장은 한 술 더 떠 ‘전석 석권’, ‘싹쓸이’를 호언했다.

보수정권은 오만과 독선에 무너졌다. 오만도 자만에서 오고, 독선도 자만에서 온다. 역대 총선은 야당 심판보다 집권 여당에 대한 중간 평가 내지 심판 성격이 강했다. 자만하지 마시라. 알다가도 모르는 게 충청도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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