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대전지법에서 항소심 결심공판...검찰, 금고 2년 구형
소방관 부부 "아이 한 풀어줄 수 있도록 엄벌에 처해 달라"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내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로 5살 딸을 잃은 소방관 부부가 재판부를 향해 눈물의 편지를 읽어 법정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내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로 5살 딸을 잃은 소방관 부부가 재판부를 향해 눈물의 편지를 읽어 법정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지난 해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5세 딸을 잃은 소방관 부부가 항소심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했다.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심준보 부장판사)는 5일 오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치사)로 기소된 A씨(45)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A씨에게 1심처럼 금고 2년을 구형했다.

이날 법정은 한순간 눈물바다가 됐다. 사고로 인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5살 딸 아이를 잃은 소방관 부부가 재판부에 엄벌을 요구하며 눈물의 편지를 읽었다.

숨진 아이 어머니는 "저는 지금 외상후 스트레스 진단을 받고 정신과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 정도다. 어떻게 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표현해야 판사님이 느낄 수 있을까"라며 말문을 뗀 뒤 "저는 아직도 그날 그 횡단보도에 서 있다. 지켜주지도 못한 엄마로, 같이 가주지 못한 엄마로 아직도 그대로 거기에 서 있다"고 흐느꼈다.

이어 "내 새끼의 마지막 모습을, 차디찬 바닥에서 생을 마감한 내 아기의 마지막 모습을 온몸에 품고 미친년처럼 서 있다"면서 "정말로 시간이 흐르면 무뎌지고 괜찮아 질까. 자식을 어떻게 가슴에 묻어야 하는지 지금도 모르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뭘 해도 달라지지 않은 딸에 대한 그리움과 고통속에서 여전히 몸부림치면서 살고 있다"며 "하나 남은 아들을 지켜주기 위해, 지금까지도 상담치료를 받는 아들, 그래도 부모님을 위해 밝게 생활하는 아들을 위해서다"고 울먹였다.

특히 "겨우 다섯살 아이가 차디찬 바닥에서 아무런 잘못없이 그리 아프게 생을 마감했다. 그것도 운전자의 부주의로"라며 "아파트 단지내 횡단보도에서 그리 되었는데 저 사람들은 뭐가 억울해서 항소를 했을까. 수도 없이 생각해 봤다. 나도 그리했을까"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본 적도 느껴본 적도 없다. 그저 선처해 달라는 말과 변명 뿐이었다"면서 "행복했던 가정을 무너뜨리고 절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찢어지는 가슴 아픔을, 나을 수도 없는 아픔을 살아가는 우리보다 더 억울하고 괴로울까"라고도 했다.

어머니는 "저는 119 구급대원이다. 16년 동안 구급차를 타며 현장에서 일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못한다. 딸의 모습이 아직도 제 가슴에 제 눈에 온 몸에 남아 있어 현장을 볼 수 없다"고 흐느꼈다. 또 "일을 하는 이유는 혼자 있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해 죽음을 생각한다. 이렇게 저희 가족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윽고 재판부는 향해 "재판장님, 법은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해자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악용 수단으로 사용하면 안된다"면서 "저희 가족을 기만하고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가해자에게 합당한 벌을 내려 자신의 죗값을 치루고 속죄하는 판결을 내려주길 부탁한다"고 엄벌을 요구했다.

또 "마지막까지 같이 잡은 손, 그 맑은 눈빛, 너무나 껌딱지였던 매일 사랑한다던 그 목소리 너무나 생생하다"며 "내 딸 우리 딸, 내 새끼 내 모든 것, 변함없이 끊임없이 사랑해"라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생명의 소중함, 그 무게를 쉽게 생각하지 않게 판결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숨진 아이의 아버지도 "태어난 지 5년 밖에 안된 어여쁜 딸과 작별인사도 못한 저는 집사람이 꼬리뼈가 부러지고 평생을 바쳐 온 구급대원도 못하게 돼 아내 혼자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봐 마음편히 출근도 못한다"며 "혼자 남은 아들은 동생없는 집이 싫다고 밖에 나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까 걱정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어렵고 힘든 삶속에서 집사람은 피고인이 항소를 해 형이 줄어들까봐 밤새 잠도 이루지 못한다"며 "노란 봉고차만 봐도 딸이 생각난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동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모습만 봐도 생각난다. 차를 타고 가면 옆에서 앉아 웃고 있는 딸의 모습도 생각난다"고 흐느꼈다.

그러면서 "불쌍하고 이 바보같은 소원은 피고인이 금고 2년형을 받고 딸 아이의 한을 풀어주고 원없이 소리내어 펑펑 울고 싶다"며 "피고인의 잘못을 엄벌해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두손 모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엄벌을 요구했다.

이처럼 부부가 눈물로 호소하자 법정안에 있던 방청객들은 물론 재판부도 눈물을 보였다. 소방관 부부는 자신들이 읽은 편지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가해자인 A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아이와 부모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며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7시 10분께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했다. A씨가 차를 몰고가던 중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던 5살 유치원생과 아이 어머니를 치어 아이는 숨졌고 어머니는 골절상을 입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인 탓에 교통사고 12대 중과실에 해당이 안됐다. 이같은 사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문제가 제기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검찰은 1심에서 A씨에게 금고 2년을 구형했고, 1심 법원은 금고 1년 4월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항소심 판결은 내년 1월 초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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