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중과실 적용' 국민청원 정부 공식답변
보행자 보호의무 신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 등 적극 검토 중
위반해 인명사고 발생 시 형사 처벌 받을 수도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단속이나 처벌 규정이 없어 가해자 처벌이 어렵다는 문제제기에 따른 정부의 공식 입장이 14일 발표됐다.

앞으로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 등 도로 외 구역을 지나는 운전자는 보행자 발견 시 서행하거나 일시 정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해 인명사고가 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단속이나 처벌 규정이 없어 가해자 처벌이 어렵다는 문제제기에 따른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14일 청와대 SNS 방송에 출연한 이철성 경찰청장은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사고도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에 포함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이번 답변의 주된 내용은 보행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내용을 보면, 도로 외 구역에서 보행자를 우선 보호하는 의무를 신설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벌칙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음주, 약물운전, 뺑소니 사고, 과로 운전에 한해서만 도로 외 곳에서의 운전으로 보고 있는데 신설 검토 중인 보행자 보호의무를 추가해 도로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 운전으로 적용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도와 차도 구분이 없거나 보행자 통행이 많은 이면도로 등에서 보행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할 수 있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보행자 우선도로'를 도입한다고 처방했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지방청장이나 관할 경찰서장이 지정하고 30km 이내로 속도가 제한된다.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는 도로에서 보행자 발견 시 운전자는 서행 또는 일시 정지해야 하는 의무도 생긴다. 이를 도입함으로써 일반도로와 도로 외 구역에서 보행자 보호의 형평성을 제고할 것으로 이 청장은 진단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도 추진된다. 앞서 언급한 도로교통법에 보행자 보호의무를 신설하는 방안으로 법이 개정될 경우 이를 위반해 인적피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를 형사 처벌하는 규정을 담는다는 것이다.

이때 도로 외 구역과 보행자 우선도로에서 발생한 보행자 사고의 가해 운전자를 모두 처벌한다면 급격하게 전과자가 양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처벌하면 가해자가 합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소극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아 결국 피해자 보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개정, 피해 보행자와 합의하지 않은 가해 운전자만 선별적으로 형사 처벌할 수 있게 조치할 계획이다. 다각도로 법적인 조치가 강화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교통안전시설을 의무 설치하는 법도 함께 마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장은 "교통사고 발생을 예방하고 줄이는 대책도 함께 모색 중"이라며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관련 정부부처 및 국회와 힘을 모으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철성(왼쪽) 경찰청장이 현행 도로교통법의 허점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대한 공식 답변을 하고 있다.

이번 청원은 최근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소방관 부부의 사연과 현행 도로교통법의 허점 개선을 요구하는 글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시작됐다. 

사고를 낸 가해자가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사유지라는 이유로 처벌을 회피하고 있고, 사유지는 도로교통법상 12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악용하고 있어 현행법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청원의 주된 내용이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가해자를 처벌해달라거나 잘못된 법을 바로 잡아달라는 등 의견을 표출했다. 1월 1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이 글은 21만 9395명의 추천을 받아 답변 대상이 됐다.

앞서 청원인은 호소문을 통해 “가해자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해보니 차가 바로 정지하지 않고 더 이동해 아이가 죽음에 이르게 됐다”며 “가해자는 사고 며칠 후 비행기를 타고 가족여행을 갈 정도로 상식밖의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가 재판에서도 거짓말을 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최대한 벌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으로 저희를 기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잘못된 법을 악용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사유지 횡단보도라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해야 할 아파트임에도 사유지 횡단보도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다시 똑같은 사건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해당 사건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기 때문에 12대 중과실 적용 여부와 상관없이 공소가 제기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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