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자 '사과 문자' 남겼는데도 성희롱 사실무근 결론

최근 충남도청에서 발생한 성희롱 주장 파문과 관련 충남도가 ‘성희롱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A씨가 기간제 근로자인 B씨에게 ‘사과’의 내용이 담긴 문자 메세지를 보냈음에도 이 같은 결정이 내려져 충남도가 성희롱 문제를 해결할 의지는 물론 능력도 없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행위자는 '사과', 심의위원회는 '성희롱 아님'

B씨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12일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정중히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 시간될 때 연락주시면 정중하게 사과하러 가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B 씨는 “(A 씨가)사실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 아니냐. 그런데 어떻게 심의위원회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A 씨가 B 씨에게 보낸 메세지
지난 12일 A 씨가 B 씨에게 보낸 메세지

신빙성 의심되는 새로운 증인(?)

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남궁영 도 행정부지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도 여성정책관, 관련 실·국 과장, 변호사, 여성단체 관계자 등을 위원으로 하는 ‘성폭력고충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심의위원회는 성희롱 논란이 일어난 회식장소에 동석한 직원들 C씨와 D씨의 진술을 가장 큰 근거로 삼았다. C 씨와 D 씨는 “(연봉 얘기가 나오던 중) ‘그럼 남자들끼리 입이라도 맞추고 (연봉을) 올려줬겠냐’라는 취지의 얘기만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주장하는 B씨가 곡해 했다는 것.

하지만 피해자 B씨는 “(키스 발언이 있던) 바로 다음날 C씨에게 자리에 있었는지를 물었을 때 C씨가 ‘화장실에 갔던 것 같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라며 그 자리에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말을  바꿀 수 있냐”며 “이 같은 사실을 심의위원회에도 제출했지만 (심의위원회는) 태도를 바꿔 A씨에 유리한 진술을 한 C 씨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의위원회는 성희롱의 지속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B 씨는 "A 씨의 성희롱이 지속적이었다"며 지난해 11월 출장 시 일명 ‘고추’ 사건도 접수 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는  “그런 적 없다”는 A씨의 진술만 인정, 이 사안도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우왕좌왕 충남도, ‘성희롱 고충처리는 처음’

충남도는 ‘성희롱고충심의원회’ 개최가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 지침으로 심의위원회를 꾸리려다 뒤늦게 지침이 강화된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기관장을 위원장으로 세우고  외부 전문가를 섭외해 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  도 스스로 계획한 ‘연 1회 성희롱심의위원 교육’도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 심의위원은 심의 자리에서 B 씨에게 “어떻게 언론이 성희롱 사건을 알게 됐냐”며 사안과 전혀 관련 없는 질책성 질문을 해 심의위원 자질까지 의심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언론접촉 자체를 문제 삼는 부적절한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

도는 성희롱 피해 신고시 배치전환, 휴가사용, 행위자와 즉시 분리 등의 피해자 조력과 보호 조치도 언론의 지적을 받고서야 진행했다.

이렇게 도가 우왕좌왕 하는 사이 A 씨는 지난 8일 오후가 돼서야 첫 진술서를 작성했고  참고인 자격인 C 씨와 D 씨는 지난 12일 진술이 이뤄졌다.  B 씨가 지난해 12월 21일 처음으로 고충 상담을 한 후 두 주 만의 일이다. 

그 기간 동안,  ‘자리에 없었다’던 C 씨와 ‘술에 취해 기억에 없다’던 D 씨는 “ ‘B 씨의 곡해’”라는 식으로 입장을 바꾼 것.  

B 씨는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던 사람들이 지금은 어떻게 똑같이 (나의 곡해라고) 할 수 있는지, 친분이 있는 자기들끼리 입을 맞춘 것 아니겠냐”며 “(도가) 시간만 벌어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한 충남도"

이번 성희롱 사건과 관련, 남궁영 도 행정부지사는 18일 “충분히 검토했고 동석자들의 진술이 있어서 만장일치로 ‘성희롱 아님’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석 여부가 확실치 않은 C 씨 진술의 신빙성, 성희롱 지속성 불인정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고충상담직원과 C 씨가 통화한 녹취록을 위원들이 모두 들었다. 동석자들이 아니라고 하고 A 씨가 아니라고 하는데 어쩔 수 없다”며 “고충처리심의원회는 신고건만 처리 할 수 있다”고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이와 관련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전문가는 “성희롱 사건은 피해자 진술 중심인데  결국 도는 행위자 얘기만 들어준 셈"이라며  "결코 (기계적으로) 중립적 판단만 할 사안이 아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또 “피해자가 지금 나아진 상황이 아무 것도 없다. (도가) 피해자 중심에 서기보다는 여전히 내 식구 감싸기라는 전형적인 패턴을 단 하나도 벗어나지 못했다”며 “민간기업과 달리 공정성과 공익성을 띠어야 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책무를 충실히 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B 씨는 “(기간제 근로자이지만) 몸 담았던 조직과 심의위원회에 실망을 금할 수 없고 (외부 조력 등) 다른 방법으로 끝까지 차분하게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디트뉴스>는 A 씨와 C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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