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의 휴식공간 자리 매김

 갑천 문화를 꽃피우자(1)


새파란 잔디 위를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르듯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며 알록달록한 운동복을 입고 공을 차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한쪽에선 비치 파라솔을 쳐놓고 고기를 낚고 있는 강태공들의 모습도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버린 갑천 둔치...
아침 출근을 서두르는 직장인들의 눈에 한번쯤은 비쳤음직한 모습이다.

서울에 한강 시민공원이 있다면 대전에는 그보다 더 조용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갑천 둔치가 있다.

굽이굽이 예쁜(?) 줄기를 따라 차를 몰다보면 살갗을 간질이는 싱그러운 바람에 절로 흥겨운 콧노래가 흐른다. 엑스포과학공원과 대덕과학단지를 끼고 있는 넓은 도로가 쾌적하게 오는 이를 맞고 갑천 도로 양옆으로 보이는 온갖 아름다운 풍경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 눈송이처럼 하얗게 날리는 벚꽃의 물결과 수줍게 내려앉아 핀 노란 개나리의 순박한 모습에서부터 여름에는 푸른 하늘빛과 어울리는 잔디가 파도치고 갑천 변 위를 호위하듯 서있는 푸른 나뭇잎들...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이 반갑게 맞아주는 갑천....
그곳에는 매시간 매순간 다른 풍경과 대전시민들의 추억과 기쁨이 있는 곳이다.

조달청 나승일 공보담당관은 정부대전청사내에서 대표적인 갑천예찬론자이다. 일주일에 2∼3차례 직원들과 함께 퇴근 후 갑천에 나가서 조깅을 즐긴다. 그는 이곳에서 대전의 추억과 기쁨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공보담당관은 ″직원들과 함께 한시간 가량 운동을 하고 샤워 후 저녁식사를 마치면 하루 피로가 말끔이 씻긴다″며 "대전에 근무하는 보람을 갑천에서 느낀다"고 말했다.

음악분수 쇼가 한창인 엑스포 상징 탑 앞.
때마침 주말이라서 가족단위로 특히 어린이들을 데리고 엑스포를 관람한 후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분수 쇼나 야외 영화관 등을 들르려는 관람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짜투리 시간을 시원한 바람과 강물을 바라다보면서 지낼 수 있어서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비춰지는 가운데 예쁘게 혹은 깜찍하게 오르내리는 분수의 물줄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한결 시원하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고 근처 다리 위에서 바람을 쐬면서 혹은 잔디밭에 삼삼오오 짝 지어 웃고 떠드는 모습들이 참 여유로와 보이는 밤이었다.
거기다가 운 좋은 날 이면 환상적인 불꽃놀이도 관람할 수 있다.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건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색깔과 모양이 다양한 폭죽이 터질 때마다 시민의 기쁨도 조금씩 더해가고 있었다.

목이 말라서 음료수 파는 곳을 찾아간 곳이 바로 KBS 근처의 갑천 둔치였다.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가 질서정연하게 자리잡고 있었고 이곳에서 소주를 기울이며 인생을 이야기하고 상사를 안주 삼기도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갑천 잔디밭쪽으로 발길을 돌리자 구수하게 퍼지는 고기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삼겹살에 소주를 나누면서 두런거리는 가족들의 모습에서부터 폭죽에 불을 붙이고 쏘아대는 어린아이... 바람개비를 가지고 잔디밭을 아장거리는 아기의 모습들.... 그리고 연인의 무릎을 베고 누워 사랑의 밀어를 나누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 등 다양했다.
굳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멀리 시외로 나가지 않아도 몇 천원 어치 삼겹살에, 혹은 연인이랑 가족이랑 친구랑 커피 한잔으로도 행복해 지고 즐거워 질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들의 갑천이었다.
요즘에는 각종 이벤트나 문화행사가 열리면서 시민들에게 친근하고 유익한 휴식·문화생활 공간으로 다가왔다.

두 자녀와 함께 운동 나온 안광길씨(39·서구 월평동 진달래 아파트)는 ″퇴근 후 항상 가족들과 함께 갑천 둔치에 나와 운동을 해요.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고 아스팔트 위에서만 생활하는 아이들이 푸른 잔디를 마음껏 밟고 뛰어 놀 수 있어 좋습니다″며 갑천 예찬론을 폈다.

청주에서 가족과 함께 과학공원을 구경 왔다는 고영일씨(28·청주시 흥덕구 송정동)도 ″과학공원을 보러 왔는데 과학공원보다 갑천 둔치가 가족들과 즐기기엔 휠씬 좋은 것 같아요. 청주에도 무심천이 있지만 갑천만큼 잘 가꾸어지지 않았어요. 물도 갑천이 더 맑은 것 같구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런 시민공원이 있는 대전이 무척 부럽네요″라고 말했다.

고씨의 말을 들으며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곳이 바로 갑천 둔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대전 시민 모두가 찾을 수 있는 시민공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과 행정기관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도 아울러 들었다.

또한 시내를 관통하는 지리적인 이점에도 불구하고 시민 공원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대전천과 유등천 둔치도 갑천처럼 시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휴식처로 거듭난다면 우리는 한결 살기 좋은 대전,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여유로운 삶을 꾸며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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