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고 있는 대전시향


대전시립교향악단 연주회에 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만원사례′ 때문이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니다. 매번 상습적이다.
대전만 그러면 또 이해는 간다. 서울공연도 그렇고 타지방 초청 연주회도 일부 관객은 서서듣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대전시향은 지금 뜨고 있다.
1984년 창단 이후 객석의 반만 채워도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석지감(今昔之感)이다.
최근에는 임내규 특허청장이 후원회장을 자임하고 나서 단원들이 신바람났다. 게다가 ′마니아′급들이 모여 있는 연간 예술가족 회원도 올 들어 100명에서 250명으로 늘었다. 시향을 사랑하는 지역민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래 저래 눈이 부시다.


여기에는 몇가지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우선 함신익이라는 지휘자의 무게가 돋보인다. 미국·유럽에서 활동했던 올해 마흔네살의 지휘자는 관객을 끌어들이는 ′블랙 홀′이다. 지난 5월 취임공연 때는 객석이 모자라 복도까지 팬들로 채웠다. 대전시향으로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만루 홈런이었다.
그 동안 비어있었던 객석이 함씨가 지휘를 하자 채워졌다. 그렇다면 명백히 함씨의 무게탓이다.
그는 관객이 없는 공연을 가장 싫어한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얼굴입니다. 또, 오케스트라는 그 지역의 음악 수준을 책임져야 합니다. 지역사회와 오케스트라를 연결하는 것이 지휘자로서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그는 기자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이 없는 연주회를 자위행위에 비유할 만큼 클라식의 대중성을 강조했다.

조직의 책임자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단원들도 뛰지 않을 수 없다.
대전시향은 지난 10년간 전혀 연주하지 않았던 레퍼토리를 골랐다. 그러니 단원들은 꼼짝없이 악기를 붙들고 살 수 밖에 없었다. 너도 나도 연습벌레가 되었다. 실력이야 연습에 비례하는 것이 아닌가. 함씨는 또, 유럽·미국 등지에서 활동했던 경력을 십분 활용, 세계적인 유명 연주자를 초청했다. 연주가 끝나면 반드시 단원들을 그룹별로 지도하게 만들었다. 요즘 말로하면 ′특별레슨′이다. 지휘자의 높은 지명도에다 단원들의 노력하는 모습은 가속도를 가져왔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객석은 차기 마련이다.

그런데 대전시향은 더 연구하고 노력했다. 마케팅 개념을 전략적으로 운영에 도입한 것이 그것이다. 과거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대전시향이라는 상품을 포장하고 화려하게 만들어 소비자들로부터 듣고 싶어하는 욕구를 만들어 낸다는 일이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해냈다. 이른바 마스터 클라식 시리즈를 통해 음악적인 질을 향상시키고 ′어린이 음악회′,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자연과 음악′, 등은 클래식 음악의 전달 방법을 바꾸면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변화를 주었다.
공연홍보 담당 유청씨의 말이다.
″함신익이라는 인지도에다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공연 대상을 세분화시켰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클래식 음악 전달 방법에 변화를 주어 음악을 어려워하지 않고 접근하도록 공연 패턴을 바꿨습니다.″

대전시향은 지금 19종의 서로 다른 악기로 단원 110명이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 못지 않게 지휘자, 운영, 음악적인 질 등도 동시에 업그레이드되면서 인기 있는 교향악단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김순정 단무장(55)은 현재 성과에 만족하기 보다 앞날을 걱정했다.
″외국의 우수한 연주자를 초청해서 지금보다 훨씬 훌륭하게 연주력을 항상시키는 것이 과제입니다. 또 지역사회와 밀착하는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단원 모두의 생각입니다.″

지난 5월 함신익 지휘자의 취임공연이래 7월 22일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 공연때 관객들이 빈자리를 남기지 않았고 8월 17일 충남대 국제문화회관 공연도 예외없이 매진돼 만원사례를 10회 연속으로 늘렸다.
아직도 대전시향은 9월14일과 11월23일 엑스포 아트홀 정기연주회가 남아있고 12월25일과 28일 역시 같은 장소에서 기획연주회를 남겨놓고 있다.
언제까지 대전시향의 만원사례 행진이 계속될 것인가는 이제 대전시민의 즐거운 관심사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