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들 벙어리 냉가슴
″농협 하나로 클럽에 울고 롯데 마그넷에 죽게 생겼습니다.″
신흥 주거지로 등장한 진잠지역에 유통업계의 공룡 롯데 마그넷이 공사를 진행하면서 중소상인들이 아우성이다. 늘어나는 대형 할인매장으로 중소 유통업체의 기반이 흔들리다 못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전시 유성구 원내동에는 오는 10월 개점을 목표로 롯데 마그넷 매장이 대지 29,397㎡(8,893평), 건축면적 6,134㎡(1,855평) 규모로 현재 65%의 공정률을 보이며 공사가 한창이다.
주변 상인들은 마그넷 건물이 올라갈 때마다 한숨이 커지고 생계 대책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농협하나로 클럽 입점으로 이미 한차례 폐업 열풍이 몰아쳤던 이 지역은 또다시 마그넷의 등장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생계형 소규모 유통업체가 완전히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하나로 클럽 맞은 편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이모씨(31)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는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문을 닫아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이미 건물은 짓기 시작했고 합법적으로 장사하겠다는 걸.... 저희가 무슨 힘으로 막을 수 있겠어요.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시작한 지 1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어요. 아직 상가도 제대로 조성 안된 상태에서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온다니 기가 막히죠. 어렵게 단골도 어느 정도 확보했는데....″
체념한 모습이었다.
구봉마을 상가에서 조그마한 슈퍼를 운영하는 이성애씨(40)도 마찬가지다. 말이 슈퍼마켓이지 구멍가게 수준이다.
″우리 가게는 농협 하나로 클럽이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타격을 받기 시작했어요. 손님은 자꾸 줄어드는데 롯데 마그넷이 또 들어온다니 한숨부터 나오네요. 사람들이 원래 새로운 게 있으면 그쪽으로 관심이 전부 쏠리잖아요. 그래서 롯데 마그넷 매장이 들어오면 그쪽으로 손님이 많이 몰리겠죠. 그래도 10번 오던 손님이 한 두번은 찾아 주겠죠. 거기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형 할인 매장에는 이골이 난 듯 싶었다. 아파트 상가내에서 소규모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어렵겠지만 보증금이니 분양으로 인해 장사가 안되더라도 계속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교적 규모가 큰 할인매장은 경우가 다르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구봉마을에서 주공마트를 운영하는 이모씨(40) 얘기다.
″롯데마그넷이 들어와서 매출이 감소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요. 이리저리 생각해도 도저히 방법이 없어요. 우리가 아무리 가격을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대형유통업체하고 경쟁이 되겠어요? 지금도 인구에 비해 유통업체가 많은 편인데 롯데 마그넷까지 들어오면 우리 같은 중소 할인매장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문닫아야 되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했다.
소비자들이 싼값에 질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점을 문제삼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 위주로 상권이 편성되다 보면 중소상인들이 설 땅은 없어지고 이것이 또한 사회 불만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다양한 계층이 여러 목소리를 내면서 함께 살수 있는 상권을 형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역 사정을 무시한 채 무조건 대규모 자본과 매장의 규모로써 승부를 걸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재 대전에는 월마트, 까르프, 롯데마그넷, 코스코 홀 세일 코리아등 대형할인매장이 이미 성업중이며 둔산에 E마트 대전점이 들어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