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권장 세무당국과 충돌 불가피
“신용카드를 사용하라고 권장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뒤통수를 쳐?”
이달초 김모씨(38)는 대전동부경찰서 형사계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용전동 스포츠마사지 업소를 다녀왔죠? 조사할 게 있는데 나와 주셔야겠는데요.”
종전 '터키탕'에서 '스포츠마사지'로 바뀐 업소는 상당수가 윤락업소.
김씨는 “그걸 어떻게…?”라며 말꼬리를 흐렸으나 이미 신용카드를 업소에서 사용한터라 더 이상 변명을 하지 못한 채 경찰서에서 “했다”고 진술해야만 했다.
사치향락업소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했다가 수모를 겪는 예는 종종 있는 일이다.
대개의 경우 황당하다 못해 어이없다는 반응들이다. 물론 사치향락업소라는 사회 분위기상 다소 떳떳하지 못한 대목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순진하게 신용카드를 사용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입장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성매매는 사회적 필요악’이라는 법원 결정으로 유명해진 대전 동구 용전동 스포츠마사지 업소 역시 같은 사례다.
경찰은 이달초 이 업소를 덮쳐 상당량의 콘돔을 압수하고 여 종업원 11명을 다그쳤으나 윤락 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자 업소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남자 고객 9명을 찾아냈다.
그리고 소환하려다 저항을 받자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자격이니 (처벌하지 않을 테니) 조사에 협조해달라”고 하소연 해 결국 윤락 혐의를 입증했다.
고객들은 처벌은 면했지만 윤락을 인정하고 경찰서에 오랫동안 보관될 진술서에 날인을 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것도 “나는 그곳에서 여 종업원과 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으로.
지난 5월 창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시내 한 호텔 스포츠마사지 업소를 적발했으나 혐의사실을 입증하지 못하자 신용카드를 사용한 남자 손님 140명을 모두 소환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텍사스촌인 대전시 중구 유천동 20여개 업소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수백여명의 명단이 경찰에 입수돼 남자들 사이에서 “너 떨고 있니”라는 우스갯소리가 등장할 정도.
현재 정부는 투명한 조세 인프라구축과 자영업자의 매출누락을 위해 현실적 대안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사용자에게 세금공제 등의 혜택을 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범죄 사실 입증에 신용카드 사용이 이용된다면 소비자들로서는 할말이 없게된다.
특정 업소이기는 하나 신용카드를 사용했다가 혼쭐나는 일들이 계속되는 한 조세정책과 법 집행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양면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경찰관계자는 “법 확립차원에서 신용카드 사용내역 조사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세무당국은 “조세정의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확대가 절실한데…”라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