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최대 농산물 집적단지 큰 기대

 개장 한달 맞는 노은도매시장 현장르포


′부릉부릉′
″짐이요 짐!″
″아저씨 물건 좋아요. 한번 보고가세요″

새벽시장만큼 생동감 넘치는 곳도 드물다.
쉴새없이 드나드는 트럭들, 물건을 내리고 올리느라 정신없는 모습,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알아듣지 못하는 경매사들의 읊조림. 지나가는 손님들을 끌어 모으는 호객소리.
이 모든 것들이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개장 한달을 맞은 노은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찾은 시각은 새벽 2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지척지척 비가 내렸다. 아직 진입로 개설공사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농산물시장을 찾아가는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첫 대면한 노은농산물시장의 첫 인상은 일단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 기존의 오정동시장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새롭고 웅장했다. 중부권 최대규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3만4천여평의 대단위 부지와 편리한 접근성, 넓은 주차장, 첨단시설 등을 갖추고 하루 최대 1천여톤의 농산물을 처리하는 중부권 최대 농산물 집하 센터″라는 관리사무소의 자랑이 무색하지 않았다.

개장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 있는 주 건물에 들어서자 막 고급 채소류에 대한 경매가 시작되고 있었다.

 넓은 주차장·첨단시설 등 자랑

노트북컴퓨터가 장착된 경매대 위에 경매사들이 올라가 마이크를 통해 생산자들이 출하한 농산물을 소개했고 참여한 중도매인들은 지급된 휴대장치에 열심히 무언가를 찍었다.
잠시후 전광판에는 경락가격과 경락자 번호가 찍혀 나왔다. 이른바 전자경매 시스템이었다.

경매사의 알 수 없는 말을 따라 수많은 중매인들이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 하는 경매시장의 진풍경은 이젠 먼 옛날 얘기였다.

옆 동의 배추, 무 경매장에서도 똑같은 풍경이 이어졌고 이 같은 경매행위는 새벽 6시가 넘도록 계속됐다.
한켠에서는 상인들이 간이 매점에서 잔 막걸리나 따끈한 커피로 몸을 녹이면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간이 매점에서 만난 한 양파도매상은 ″새벽 1시쯤 시장에 나와 낮 12시 정도나 돼야 집으로 들어가지요. 낮과 밤을 거꾸로 사는 올빼미 인생이랍니다″라며 막걸리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는 ″노은시장이 모든 면에서 오정동보다 좋은 조건이지만 개장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발길이 뜸합니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훨씬 좋아질 겁니다″라며 기대어린 말을 잊지 않았다.

새벽 3시30분경쯤 다시 경매가 이루어지는 주건물에 들어서자 한 무리의 중도매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4시부터 시작되는 과일경매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경매를 끝낸 상인들은 품질별로 물건을 나누거나 진열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또 다른 곳에서는 벌써 도매상들에게 물건을 넘겨 트럭에 싣는 모습도 보였다.

과일경매에 참가하려는 한 중도매인을 어렵게 만났다. 그는 주건물 1층에서 과일 판매상을 하고 있었다.
커피를 건넨 그는 ″잘돼냐″는 질문에 ″아직 오정동보다는 못하다″고 말한 뒤 ″하지만 시설이나 앞으로의 성장성 등은 훨씬 낫다″고 답했다.

″노은시장 시설이 매우 현대식이지요″라고 묻자 그는 ″중부권에서는 가장 좋을 겁니다. 대단하지요″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은 뒤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그런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엘리베이터·저온창고 잦은 고장 ′원성′

다그쳐 묻자 전면에 있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가리키며 ″보세요. 지금도 서 있잖아요. 하루에 서너번씩은 저렇게 섭니다″
자세히 보니 엘리베이터 문이 반쯤 내려온 채로 고장나 있었고 사용하지 못하도록 앞에 리어커를 세워놓았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지하에 있는 저온창고의 문도 자주 고장납니다. 지난번에는 사람이 갇혔던 적도 있어요. 가까스로 비상벨을 눌러 나오기는 했지만요….″

지하로 내려가 보았다. 캄캄한 지하에는 저온창고가 들어서 있었고 그 창고의 문은 줄을 당기면 자동으로 열리는 시스템이었다. 저온창고의 온도는 대략 섭씨 2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사람이 들어가 있는데 문이 고장났다면 어떻게 될까? 비상벨을 눌러도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면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으니 무용지물이고….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다시 올라와 만난 그 중도매인은 건물외부 처마부분에는 맑은 날에도 물이 떨어진다며 2층 어디엔가 물이 새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리사무소 측에 문의했더니 ″엘리베이터는 상인들이 이용을 잘못해서 고장났다″ ″저온창고 문이 고장났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라는 말뿐이었다.

경매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노은농산물도매시장을 뒤로했다. 현대화된 건물과 첨단시설 등은 분명 중부권 농산물 유통의 메카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그러나 돌아서는 뒷통수에 꽂히는 과일 중도매상의 말이 석연치 않다. ″한달도 안된 시설들이 요모양이고, 무엇 때문인지 공무원들은 신경을 안쓰니…″

< 이석호 · 안상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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