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소리는 화합과 봉사의 심포니
국제 해비타트 현장 르포

영어에서 ′pose′란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다.
하나는 ′자세′, ′태도′라는 순수성의 의미를, 다른 하나는 가식적(假飾的)인 의미의 ′꾸밈′과 ′겉치레′를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국제 해비타트의 ′지미카터 특별건축사업 2001′(8.5∼8.11)이 진행되고 있는 충남 아산시 도고면 금산리 현장은 자원봉사자들의 축제 마당이다.

서 있기만 해도 속옷이 땀으로 젖어드는 폭염속에서 국내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온 22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쉼 없이 해머를 두드린다.
이 현장에서 6일 오전 열린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과 크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대통령,밀러드 풀러 국제해비타트총재, 정근모 한국해비타트 이사장의 4자 공동기자회견은 매우 이색적이었다.
이들은 별도의 회견장이 마련되는 것을 꺼렸다.
자원봉사자들의 망치소리 때문에 질문과 대답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 건축현장 한 가운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였다.
″기자회견 때문에 사랑의 집짓기 운동이 방해돼서는 안 된다″고.
그리고 밀러드 풀러 총재는 기자들에게 말했다.
″망치소리를 들어보시오. 저 소리는 화합과 봉사의 심포니입니다″라고.
기자회견 전날인 5일 오후 호서대 교육문화관에서 열린 자원봉사자들의 오리엔테이션 시간 때 지미카터 전 미국대통령의 말은 더욱 감동적이다.
그는 사진기자들이 달라붙자 “난 포즈(pose)를 취하러 온 것이 아니라 일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의 ′pose′라는 말에는 18년동안 이 활동을 펼쳐온 순수한 의미의 자세와 태도가 담겨 있는 듯 했다.
옷차림은 내내 청바지 차림이었다. 그의 부인 로잘린여사 역시 마찬가지.

다음날인 6일 우리는 다른 의미의 ′pose′을 목격했다.
오전 10시 50분 현장에 도착한 일부 장관.
그들의 옷차림은 시커먼 양복에 넥타이의 정장차림이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사랑의 집을 짓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우리 장관님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비춰졌을까.
이날 오전 10시 50분 현장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
브리핑장소 바로 앞까지 승용차로 도착한 김대통령이 차에 내렸으나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잠시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한 뒤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으나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인지라 뜨거운 환호는 나오지 않았다.

지미 카터씨가 말한 ″난 포즈를 취하러 온 게 아니라 일하러 왔다″는 말이 뇌리에 남는다.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의 갖가지 표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카메라 들이댔다해서 전혀 포즈를 잡지 않은 채 일에만 전념하는 그들의 진지한 표정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것이 무엇인지 한번쯤 고민해보자.

< 디트news24 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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