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시스템 전무…외국인 고개 ′설레설레′


′끼이익...′
′우르르...′, ″줄서요, 줄서!″

지난 1일 오후 7시. 인천국제 공항 지방방면 승강장.

일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대덕밸리의 벤처기업 김모사장(45)은 대전행 리무진 버스가 승강장에 도착하자 아연실색했다.
승강장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승객들이 ′파리떼′처럼 몰려들면서 버스문 앞이 순간적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는 사이 ′몸 좋고 힘 꽤나 쓸것 같은′승객들을 중심으로 ′내용물′이 채워진 버스는 횡하니 사라졌다.

국제신사로 차마 몸싸움을 벌이지 못하고 버스를 놓친 김사장은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 1시간여를 기다린 보람도 없이 또다시 1시간을 기약없이 기다려야 했다.

동북아 허브공항을 외치며 최첨단 시설로 중무장한 인천국제공항. 하지만 지방행 버스 승강장은 무질서로 아수라장이 되는 원시성을 못 면하고 있다.
특히 국제화시대에 외국인들의 지방행이 늘어나고 있고 대덕밸리에도 해마다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망신살이 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버스운영시스템.
한마디로 말하면 인천공항의 장거리 리무진버스 운행시스템은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매표소는 물론 안내하는 사람 한명 없다. 내국인들도 찾기 어려운데 외국인들이 승강장에서 몇몇이 서성이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이다.

마중 나온 사람이 없는 이상 공항에 도착한 지방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리무진 버스와 택시 뿐. 그 외의 길은 없다.


우선 택시를 보자. 택시는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다. 영종도 톨게이트 요금 6천여원에 할증료까지 붙어있어 자칫 비행기 요금보다 많은 요금을 낼 수도 있다. 특히 지방행인 경우에는 선뜻 택시승강장으로 발길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많은 입국자들이 리무진버스 승강장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게시판이 없다. 외국인들은 공항관계자를 찾게 되지만 이들은 가뭄에 콩나듯 찾기 어렵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매표소를 찾아봐도 이런 공간은 없었다. 이미 한 대의 버스를 놓친 사람에게 물어보니 요금은 운전기사에게 현금으로 줘야 한단다.
′60-70년대 시골 버스 정류장도 매표소는 있었는데...′라는 불평이 이어진다.

이렇다 보니 예매시스템이 있을 리 만무하다.
공항에서 한참을 헤매다 어렵사리 찾아온 버스승강장에는 높이 2미터, 가로 70-80cm자리 입간판에 ′지방방면(Other Provinces)′이라는 글이 전부다.

한 표지판을 보니 8개 도시(대전, 춘천, 원주, 청주, 태안, 아산, 전주, 광주)의 배차표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글씨를 읽고 있는데 연세가 지극한 한 노인이 대전은 어디에 있냐고 물어볼 정도다.

물론 이 입간판 이외에 안내전광판도 설치되어 있었지만 승강장까지 찾아온 승객들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자리 쟁탈전에 대비해 조금이라도 앞자리에 자리잡으려고 더위를 참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차에 타려 줄을 서기는 하지만 줄 ′구실′은 애초부터 할 수 없는 ′바보′줄이다. 왜냐하면 나중에 승강장에 오는 승객들이 그 줄이 어떤 줄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8개 도시의 버스가 모두 한 승강장으로 도착함에도 이를 분리해 줄 아무런 조치가 없다.

때문에 대전행 리무진버스가 도착하자 승객들은 입간판 주변에 앉아 있다가 ′우르르′ 버스로 몰려들었고 줄을 서서 기다리던 승객들은 이들과 어울려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


′생존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대전행 리무진 버스 한 자리를 차지했지만 그 외의 승객들은 또 다시 1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하루 17번 운행되는 대전행 리무진 버스는 타 시도에 비해 그 운행대수는 많은 편. 하지만 1시간 간격의 일률적인 배차간격은 비행기가 많이 내리는 시간대에 몰리는 승객들에게 불편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버스를 놓친 한 승객은 ″예매시스템만 되어 있어도 문제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예매가 안 되어 있으니 1시간을 꼬박 더위와 싸우며 밖에서 줄을 서야하고 결국 이런 고생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못 타게 된다″고 공항공단과 버스업자의 무성의를 성토했다.

반면 서울행 리무진버스의 운행은 대전행이나 기타 지방행 버스보다는 한결 수월해 보였다.
여러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10-15분 간격의 짧은 배차시간과 간이 책상을 가져다 놓고 하는 매표소라도 있어 그나마 이용객들의 얼굴은 여유가 있었다.

대전 둔산동에 산다는 승객 김희철씨(45)는 ″21세기 최첨단 시설의 공항에 이런 버스시스템이 공존하는 데 깜짝 놀랐다″라면서 ″또한 서울 승객들을 위한 승강장과 배차시간이 잘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여기서도 지방 차별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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